
현대건설 창사이래 동시다발로 사건 터진 것은 처음 있는 일
업계일각 “올해 수주목표액 채우지 못할 수 있다” 우려 팽배
현대건설이 혹독한 60주년을 맞이했다. 끊이지 않는 악재에 즐거워야 할 시기에 오히려 어깨가 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악재가 잔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내부에선 ‘3재(災)란 말도 들린다.
공사현장 와르르~
현대건설이 뜻하지 않는 악재를 만난 것은 지난 4월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전남 고흥군 소록도 연도교 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교량 상판 일부가 붕괴되면서 상판 위에서 작업하던 인부 16명이 부서진 상판 콘크리트 덩어리와 철근과 함께 22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추락한 인부 중 4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붕괴사고의 파장은 컸다. 이번 붕괴사고가 교량 상판을 지지하는 구조물 설계와 시공 부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 탓이다. 설계가 부실했고 시공 또한 설계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감리와 안전관리도 소홀했다는 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현대건설 공사 현장 사무소장과 하청업체 현장소장, 감리회사 책임감리원 등 5명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현장사무소 관리소장 등 현대건설 관계자 4명을 포함한 관계자 7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이들을 사법처리키로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찰은 현재 현대건설이 대형 토목공사임에도 불구하고 건축구조기술사가 설계도를 작성, 다른 구간의 설계도를 그대로 베꼈다는 정황을 파악,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될 것 같다”고 관측했다.
현대건설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힐스테이트 특혜설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번 특혜설은 김태환 의원(한나라당)이 제기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05년 9월 KT가 추진한 서울숲 힐스테이트 아파트 건설사업에 대해 경찰청과 구청 일부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동구청이 사업계획을 불법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KT측이 경찰청의 반대로 해당 도로를 사들이지 못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경찰기마대 부지에 대한 민원을 감사원에 제기했다”면서 “감사원은 서울시에 심의를 요청토록 구청에 권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 인허가 과정에 KT 관계사의 고위간부가 깊숙이 관여한 의혹이 있으며 이 간부는 현정권 실세 등 정치인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외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서울숲 힐스테이트 아파트는 KT와 현대건설이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짓는 4백45가구의 고급 아파트 단지다. 다행이도 이 특혜설은 단순의혹으로 정리됐지만 한때 회사매각을 앞두고 누군가 의도적인 음해를 하는 시도란 설도 업계에 돌아 현대건설 입장에선 가슴을 졸이기에 충분한 악재로 작용했다.
분양면적이 뻥튀기?
현대건설의 악재는 17일에 또 터졌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슈퍼빌 편법 분양 의혹이 그것이다. 분양 의혹의 주요 골자는 199 년 건축허가를 받은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분양면적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공급됐다는 것.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군인공제회가 시행한 강남구 서초동 현대슈퍼빌의 분양면적이 실제보다 5~8평 부풀려 계약했다.
경찰은 시공사 등이 계약서상 지하주차장 면적을 실제보다 줄이고 그 만큼 공용면적을 늘려 분양면적을 산출하는 등 소비자를 속인 혐의(사기)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0개 평형의 실제 분양면적은 57~95평이지만 홍보책자와 계약서에는 62~102평으로 기재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의혹은 현재 소록도 붕괴 사건과 함께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으로 남아 있다. 만일 이 의혹이 사실일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편 현대건설은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직원들을 독려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은 일련의 사고와 관련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어려울수록 정도경영을 걷겠다”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또 4월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문을 연 ‘힐스테이트 갤러리’ 개관식에는 이지송?심현영?김윤규 전 사장 등이 대거 참석, 분위기 쇄신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올해는 현대건설이 창입 6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이기 때문에 잇단 악재를 더 힘들게 느끼는 모습인 것 같다”면서 “그래도 60년 저력이 있는 만큼 악재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