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7집 "the livelong day"
이승철이라는 가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그의 음악적 특색보다도 이승철이라는 가수 본인의 특색에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승철은 비록 록그룹 출신으로 소위 '뽕끼록'을 대표하는 인물처럼 알려져 왔지만, 정작 그의 솔로 작업은 록, 발라드, 재즈, 댄스비트, 힙합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 장르를 아우르며 진행되어 왔고, 이 모두가 이승철 본인의 '색깔' - 보이스컬러에서부터 튠의 진행방식까지 - 에 의해 다시 어레인지되어 '이승철풍 음악'이라는 독자 장르화되었기 때문.
그가 새로 발표한 7집 앨범 "the livelong day" 역시 이런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앨범이며, 자기 영역보존이 강한 뮤지션들의 앨범이 으레 그러하듯, '새롭다'거나, '신선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 곡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그쳤으면, 그저 조금 다른 튠으로 '전 앨범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앨범으로 애초부터 기획되었더라면 별다른 실망감 - 기대감이 없으니 말이다. 그저 '팬'과 '팬이 아닌' 사람들로 나뉠 뿐 - 이 들지 않았겠지만, 불행히도 이승철이 이 7집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노장 뮤지션이 택하는 최악의 방향인 '사운드 늘리기'를 행하고 있다. 그것도 가장 구태의연하고, 어깨에 힘만 들어간 '사운드 늘리기'인 '50인조 오케스트라 동원'(!)이 인트로와 오프닝곡을 장식하고 있는 것.
이토록 '무게감'을 살리고 싶어했던 이 앨범은, 싱글커트곡 '긴 하루'에 이르면 또다른 잔재주인 '듣도보도 못한 악기를 통한 사운드 변화' - 여기선 인도 악기 '시타'가 등장하고 있다 - 가 이루어지고 있고, 더 듣다보면 첼로와 아카펠라, 20인 합창단까지 등장한다. 이런건 지나치게 속 보이는 '작업' 아닌가?
7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들은 '빈티지 이승철' 스타일의 곡들이다. 'i will'과 '그것만으로' 등은 전형적인 '뽕짝 발라드'이지만 이승철 특유의 익숙한 곡해석에 의해 맛깔스럽게 되살아나고 있으며, 정작 이승철이 이 앨범에서 '동반자'로 삼은 전해성의 곡 - 총 12곡 중 7곡이 그의 작품이다 - 들은 지나치게 장식적인 면이 강해 이승철적인 '가볍게 감정을 찌르는 느낌' 대신 거추장스럽다는 인상이 먼저 든다.
여전히 이승철의 팬들에겐 '고마운 앨범'이 될 것이고, 화려하고 복잡한 사운드를 즐기는 이들에겐 이를 다시 분해하여 듣는 재미를 줄 수도 있겠지만, 이승철의 '블루지한 자아'를 통해 '유쾌한 피로감'을 때때로 즐기던 많은 이들에겐 평범하기 짝이 없는, '과욕'의 대표적 사례격 앨범으로만 여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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