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암리는 온양읍에서 남쪽으로 8km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행정 구역상으로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 1리. 이곳은 충청도 지방의 전형적인 반촌(양반들이 많이 사는 마을)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고즈넉한 분위기에 편안한 기류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숨가쁘게 흘러가는 도시 생활이 지겨웠다면 외암리에서 충청도 양반의 여유로움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여러 유명한 민속 마을이 있다. 그 중 원래의 모습을 가장 제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산 외암리 민속 마을이다. 한국의 전통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는 외암리로 떠나보자.
외암천 맑은 물로 빨래를...
외암리 입구에는 기세등등한 장승이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을 뒤쪽으로는 초가지붕의 형상을 한 "설화산"이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다. 이곳 설화산에서 흘러내리는 외암천 맑은 물은 외암리 마을을 지나면서 군데군데 빨래터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을 앞의 넓은 평촌들판을 비옥하게 살찌우고 있다. 마을의 위치가 풍수지리학적으로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형국을 띠고 있는 것이다.
유난히 많은 돌담
외암리 민속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유난히 많은 돌담이다. 마을 입구의 정자를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이 마을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고풍스런 돌담이 오밀조밀한 골목길 사이로 미로처럼 이어진다. 낮은 돌담길 안쪽으로 옛 형태를 지키는 고가들이 있고 그 마당안에서 밖으로 가지를 뻗고 있는 은행나무며 밤나무가 탐스럽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이 골목길이 찌나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한번은 이 마을을 처음 찾아온 엿장수가 마을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반나절 내내 같은 길만 "뱅뱅" 돌았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 낮은 돌담들은 도시의 고층 빌딩과 달리 이 마을을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박하고 편안한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임금이 마셨던 술 ‘연엽주’
좋은 경치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한잔의 술이 생각나기 마련. 무형문화재 제 11호로 지정되어 있는 연엽주는 외암리 마을의 대표적인 민속주로 이 마을 이득선씨 집에서 5대째 기법을 전수받아 빚어오고 있다. 연엽주의 유래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년간 심한 가뭄이 계속되어 곡식이 귀해지자 조정에서는 왕명으로 전국에 금주령을 내리고 일체 술을 담그지 못하게 했다. 이에 궁중에서는 왕에게 바칠 제주로 술보다는 약하고 차보다는 도수가 높은 술을 개발했다. 이때 만들어진 술이 바로 연엽주다. 연엽주는 단맛이 없고 뒤끝에 누룩내가 잡히는데, 단술을 싫어하는 애주가에게 딱 맞는 술이다. 그리고 첫 번째 잔에서는 시큼한 맛이 올라오지만 두 번째 잔부터는 입에 딱 달라붙어 신 맛이 없어진다. 당시에는 제사가 끝나고 음복을 할 때 참례자들이 차례를 드리는 정성으로 연엽주를 마셨다고 한다. 대대로 예안 이씨 집안의 제삿술로 전해 내려오는 연엽주는 연근, 찹쌀, 솔잎, 감초, 누룩 등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그윽한 향기와 새콤한 맛이 일품이어서 명절 무렵에는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쉽게 취하지도 않을 뿐더러 뒤끝이 깨끗해서 몸에도 좋은 연엽주. 외암리에 가면 좋은 경치를 안주삼아 연엽주 한잔 얻어먹고 와야 제대로 된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