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전도연에 대한 기사가 신문 지면을 채우고 있다. ‘칸’에서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월드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 전도연. 화장품 모델로 시작한 데뷔 때부터 세계무대로 나아간 지금의 모습까지 그에 대해 알아보자.
광고 모델로 데뷔
전도연의 데뷔는 1990년 CF '존슨 앤 존슨' 모델 이었다. 그 후 1993년 MBC TV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출연 하면서 배우로써 발을 내딛었다. 그 후 '우리들의 천국' '종합병원' '별은 내 가슴에' '젊은이의 양지'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그녀를 알아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사실 그가 여러 여배우들 중 눈에 띄게 예쁜 얼굴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그저 '귀여운 막내 여동생'의 이미지였다.
‘약속’ 인생의 전환점
이런 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 계기를 만들어 준 작품은 한석규와 공연했던 장윤현 감독의 1997년 작 ‘접속'. 그 당시는 컴퓨터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 도구이자 소통방식으로 자리 잡을 때였다. '접속'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는 소재와 그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멜로의 감성을 실어 새로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는 이 작품에서 드라마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접속은 전도연에게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 여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작품을 잘 만난 탓이란 소리와 함께 미심쩍은 눈초리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전도연은 1998년 박신양과 주연을 맡았던 멜로 영화 '약속'을 잇달아 성공시켜 보이며 더 이상 의심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어 이병헌과 공연한 '내 마음의 풍금'(1999년)에서 전도연은 전작들과 달리 순박한 시골처녀를 연기하며 연기의 폭을 넓혀 갔다.
이 후 영화계는 그에게 수많은 러브콜을 보냈다. 영화계의 기대에 부흥하듯 곧바로 선보인 '해피엔드'(1999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년), '피도 눈물도 없이'(2002년)에서 그는 여느 여배우와는 달리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한국의 대표 여배우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전도연이 이렇게 최고의 여배우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먼저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것, 그리고 배역 비중에 관계없이 작품을 선택하는 가치관 때문이다. 이런 그녀의 생각은 2003년작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그는 배용준, 이미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배역을 맡아 자칫 두 주연에 가릴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전도연이 연기함으로써 숙부인 역은 두 배역과 똑같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2005년)에서는 에이즈에 걸린 다방 레지가 그처럼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의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연기력을 통해 보여줬다. '너는 내 운명'에서 전도연을 봤던 수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전도연이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밀양’(2007)을 통해 그는 새로운 자신과 만나고 있었다. 박진표 감독의 "내가 전도연을 빼먹을 만큼 빼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 이었다"는 말의 의미가 쉽게 가슴에 와 닿을 만큼 그는 엄청난 고통에 맞닥뜨린 한 여자의 불안정한 삶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이제는 ‘월드 스타’
이번 ‘칸 국제 영화제’ 수상으로 전도연은 국제적으로도 연기력을 인정받는 ‘세계적인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전도연은 30일 귀국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항에서도 '월드스타'란 말을 들었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또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고 아직 한국에서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해외 진출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사실 전도연의 수상은 한국 영화계의 축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987년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지 20년 만에 찾아온 경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우울한 충무로를 변화시킬 교두보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영화는 2006년 개봉된 108편의 영화 중 10% 만이 수익을 냈고, 같은 해 수출량도 전년에 비해 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올 초 FTA협상에서 스크린 쿼터 축소가 사실상 확정됐다. 칸 영화제 기간 동안 열린 칸 필름마켓에서도 한국영화의 수출량이 지난해 전년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영화인들은 ‘밀양’이 이룬 쾌거가 한국영화계 전반의 분위기를 쇄신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전도연은 올해로 은막 데뷔 만 10년. 화장품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1990년부터 치면 17년 연기생활을 해왔다. 이제 한국무대가 좁다고 느껴질 때가 된 것이다. 전도연의 말처럼 아직은 ‘월드 스타’란 호칭이 시기상조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바닥으로 나아갈 준비가 끝난 것은 확실하다. 이젠 전도연이란 배우가 진정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