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미술'의 예기치 못한 '깊이'
'아프리카 미술'의 예기치 못한 '깊이'
  • 이문원
  • 승인 2004.07.10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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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으로의 여행> 전
20세기 미술의 큰 이슈 중 하나로 '원시 미술'의 발견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얄팍한 현상을 포장하고 재단하여 보여주는 기존 미술형태의 답답한 매너리즘에, 원시 미술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표현 양식 특유의 에너지와 담대함을 선사했고, 서구 미술은 원시 미술로 인한 충격과 갈등을 안고서 묵직한 발걸음을 옮겨 현재에 이르렀다. 아프리카 현대미술 전문 갤러리 '터치아프리카'의 정해종 관장이 지난 1년간 아프리카에서 직접 수집한 '부시맨' 판화들을 모은 <시원으로의 여행> 전은, 서구에서 '원시 미술'의 대표적 형태로 설정한 '아프리카 미술'이, '원시'라는 차별적 언어를 사용해 표현될 만한 것이 아닌, 인간 의식의 가장 근원적이며 원초적인 부분을 관통하는 '시원'으로서의 예술이라는 점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전시이다. 아프리카의 셀 수 없이 많은 부족들 중에서, '부시맨' 부족은 그나마 영화 <부시맨>을 통해 우리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부족이며, 그 생활상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경우이다. '재워둔다'는 개념없이 그 날 먹을 양의 사냥만을 하고, 일정수를 넘어서면 숫자 개념조차 미비한 이들의 단순한 사고방식은, 그러나 오히려 '자연'과 완전히 일치된 종류의 초월감, 지성의 '때'가 끼지 않는 형이상학을 가능케 했으며, 이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여진 '부시맨' 부족 작가 16인의 판화작품 80점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자연'의 풍경, 물소, 기린, 물고기 등을 새겨넣은 이들의 판화 작품에는 으레 예상했던 '원초적 생명력' 이외에도, 아프리카 대륙 특유의 '완벽히 접신되어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정신세계의 담대한 표출이 단순하면서도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데, 이들 작품들이 주는 감동 역시 이런 예기치 못한 정서적 깊이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 이 전시에는 '부시맨' 부족 작가 작품 이외에도 아프리카 '쇼나' 부족의 조각 40점이 전시되어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장소: 성곡미술관, 일시: 2004.07.0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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