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규 정성에 ‘호남 지식인 군단’ 감동?
김혁규 정성에 ‘호남 지식인 군단’ 감동?
  • 정흥진
  • 승인 2007.06.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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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정책자문교수단 대거 운집한 사연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본격적으로 호남 공략에 들어갔다. 그동안 범여권에서 대표적 영남주자 이미지로 굳혀져 있던 김 의원이 호남에서 세 불리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그가 호남권 공략에 가시적 성과를 얻게 된다면, ‘소통합’ 시나리오로 불리는 제2의 DJP연합 즉, ‘서부벨트’ 시나리오보다 더 큰 위력을 갖출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노무현을 탄생시킨 ‘동서화합’, 전국정당의 실현이다.

범여권의 양대 정신적 지주인 노무현 대통령(盧)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정권재창출이다. 여기에는 보수 세력에 정권을 넘겼을 경우, 정치 말년이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는 범여권 대선주자 중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범여권 내 제후보들과 제정파들은 하나같이 내부 경선과 주도권 경쟁에만 몰입하고 있는 분위기다. 어설픈 ‘여권불패론’으로 대선 경쟁력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盧와 DJ는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노릇.
DJ의 계속된 훈수정치나, 盧의 뜻을 전달하고 있는 친노그룹이 일률적으로 ‘스스로 경쟁에서 살아남는 후보를 도울 것’이라는 발언은 모두 이 같이 답답한 심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답은 한 가지다. 결국, ‘본선에서 승리하는 자가 경선에서도 승리한다’는 것이다. ‘경선에서 승리하는 자가 본선에서도 승리한다’는 소극적 태도로는 대선은커녕 경선 참여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혁규 대중 지지조직인 ‘해피코리아’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5월 18일 당시, 26명 규모였던 광주?전남 정책자문교수단은 2주만에 104명으로 늘어났다. 호남에서 김혁규 돌풍이 일고 있다는 뜻이다



◆ 대대적 호남 공략 청신호
김혁규 의원의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경선 경쟁력보다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사실이다. 범여권 오픈 프라이머리 이전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열린우리당 내 친노그룹 경선에서는 김 의원이 이해찬 전 총리나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등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불투명하다. 이들 3명 역시 당내 지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선으로 들어가게 되면, 누구보다 김혁규 의원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영남에서만큼은 경남도지사 시절 쌓아둔 지분 중, 아직까지 유효한 절대적 지지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범여권에서는 영남표를 잠식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다. 물론 유시민 전 장관과 김두관 전 최고위원도 영남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김혁규 의원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런 가운데, 김혁규 의원은 최근 호남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의원은 3월 14일 DJ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를 찾아, 목포대학교 특강과 그의 대중 지지세력인 ‘해피코리아’ 서남권 발대식을 가진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김 의원은 4월 17일 또 다시 목포를 찾아 목포상공회의소 초청특강을 했다.
5.18을 맞아 광주를 다시 찾은 김 의원은 5.18 공식 행사 직후, ‘해피코리아 광주?전남 정책자문교수단’ 26명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어 같은 달 31일에는 조선대학교에서 ‘글로벌 시대 국가 경쟁력 강화와 대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또 다시 ‘해피코리아 광주?전남 정책자문교수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두 달 반만에 호남을 4번이나 찾은 것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호남지역에서 그의 대중 지지세력인 ‘해피코리아 정책자문교수단’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5월 18일 당시, 26명 규모였던 자문교수단은 2주만에 104명으로 늘어났다. 호남 공들이기가 그대로 먹혀들고 있다는 뜻이다. ‘해피코리아 광주?전남 정책자문교수단’은 조선대학교를 비롯한 광주대학교, 목포대학교, 목포해양대학교, 남도대학교, 순천대학교, 송원대학교, 대불대학교, 호남대학교, 동신대학교, 서강정보대학, 나주대학, 목포과학대학 등 교수진 참여 구성도 다양하다.
이들 정책자문교수단의 움직임은 호남에서 김혁규 의원의 이미지 재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두가 지역의 식자층인 이유로, 향후 세를 확산시키는데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이 끝나면 일시에 30%이상 올라갈 것이다. 이명박이 호남에서 20%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건 휘발성 지지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보았듯, 100만표 이하에서 선거 승리가 좌우될 것이다

◆ DJ와 盧의 정치적 계승
기본적으로 영남에 지분을 두고 있는 김혁규 의원이 호남에서도 이처럼 거침없이 세 확장을 이어간다면, 본선 경쟁력은 범여권 내 후보 중 누구보다 우세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 의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호남 행보를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호남에서의 발언 강도 또한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조선대학교에서 가진 초청특강을 통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대통령의 평화번영정책을 높이 평가하며, 자신 또한 두 정권에서 꽃피운 대북정책을 계승할 의지가 강력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호남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편견이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신뢰를 못 받는 일 중 하나가, 일 잘하고 정책 방향도 옳았는데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로 나쁘게 보도된 자체가 국민들 마음속에 많이 각인 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 대통령이 한 일 중 100%가 다 잘한 것만은 아니지만, 언론에서 1-2% 잘못한 부분을 확대해서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기자실 통폐합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이 계속해서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盧와 DJ가 손을 잡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호남에 퍼진 反盧 또는 非盧 정서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발언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 1:1로 붙으면 판도가 달라질 것
특강 이후에는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김혁규 의원은 조선대학교 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깊은 관심과 예리한 질문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어느 때보다 진지한 답변을 했다.
특히, 범여권의 대통합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협상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통합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하나로 가야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지엽적인 부분에 비중을 두다보니까 일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말하는 지엽적인 부분은 통합의 주도권 쟁탈을 가리키는 것으로, 범여권은 현재 소탐대실의 위기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통합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너무 지엽적인 문제 때문에, 기득권 문제 때문에 통합이 잘 안 되고 있다”며 “중심을 누가 잡느냐하는 문제 때문에 어려운 것 같다”고 범여권의 통합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소망하는 일은 하나로 가야 한다”며 “목표가 같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통합으로 가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릴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김 의원은 “그렇지 않으면 선거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덧붙일 정도로 대통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의원은 범여권이 대통합을 이뤄 대선주자를 내세울 경우, 대선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보였다. 김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70%가량 받고 있지만 두 사람만의 잔치일 뿐이고, 여론조사일 뿐”이라며 “범여권에서 주자가 나와 1:1로 붙으면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1:1 대결’론은 지난달 25일 범여권 주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김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나왔던 것으로,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국민은 1:1 여야 대결을 바라고 있고, 나도 국민으로서 양당체제가 성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결국, DJ의 뜻을 명확히 새기고 있다는 뜻이다.
1:1로 붙어서 달라질 판도에 대해 김 의원은 “공천이 끝나면 일시에 30%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명박이 호남에서 20%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휘발성 지지”라고 폄하하며, “여권 후보가 나오면 지금 여론조사는 달라질 것”이라고 거듭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특히,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선의 승패 결과까지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보았듯이 100만표 이하에서 선거 승리가 좌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 김혁규 뒤에는 ‘해피코리아’가 있다
조선대학교 특강을 통해 이처럼 강한 자신감을 내보인 김 의원은 특강 직후, 광주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해피코리아포럼 광주?전남 정책자문교수단’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104명 규모의 거대한 자문교수단을 두게 된 김 의원은 사실상 호남 지역에서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 된 김 의원이지만, 이날 간담회 축사를 통해서는 출마선언 시기가 다소 유동적일 수 있음을 밝혔다. 그는 “질서 있는 대통합을 말해온 만큼 이 과정을 지켜보고 적절한 시기에 결단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단이 쉽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김 의원은 “대통합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그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먼저 출마 선언을 하여 흔들리고 있는 우리당 국회의원의 구심체 역할을 할 것인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이 같은 고민으로 출마선언은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정가의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의원은 6월 5일께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대통합 논의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지도부 체제의 6월 14일 임기 만료 등 눈앞에는 거대한 장애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칫 출마선언이 태풍 속에 휘말려버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때문에 출마 선언 시기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출마 선언 시기와 관련해서 고민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권을 향한 질주가 멈추는 것은 아니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작 고민해야 할 문제는 출마 선언 시기가 아닌, 부진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비교하며 설명했다. 그는 “경남도지사 10년을 넘게 했지만, 경남을 빼면 무슨 일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이명박 전 시장은 서울시 예산 4천여억원을 들여 청계천을 복원했지만, 나는 8년의 교섭 끝에 1조여원의 민자를 유치해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를 건설 중인데도 국민들은 전혀 모른다”고 중앙과 지방간의 격차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마창대교 건설을 비롯해 행정에 경영마인드 최초 접목, 지방 공기업 개혁, 외국기업 유치, 해외 세일즈 활동 등 말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지방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홍보가 안 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중앙에서 이 전 시장과 1:1로 붙었을 때는 자신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을 겨냥, “오너출신 CEO와 관리사장 출신 CEO는 사물을 보는 눈이 다르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한나라당은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김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풀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나라당과는 근본적으로 정서가 달랐다”며 “그랬지만, 당이 아니라 경남도민을 위해 일한다는 목표로 한나라당 당적을 유지했으나 2002년 민선 3기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도저히 안 되겠다싶어 공천 신청조차 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결국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고, 민선 3기 경남도지사에 당선 되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당시 이회창 총재는 내가 무소속으로 나와 경남도지사에 당선되었을 경우, 텃밭이 무너진다는 생각에 공천을 받아줄 것을 하도 간청해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그런데 나중에 보니 차떼기를 하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부정을 저지른 데다 당의 개혁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런 당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열린우리당이 가장 어려울 때 동참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나는 당을 먼저 한 것이 아니라, YS와의 인연에 의해 정치에 입문하고 청와대 근무 후 관선 경남도지사를 하다가 민선이 시작되면서 YS가 나를 도지사 더 시키기 위해 당의 이름을 빌려 공천을 해 그때부터 당을 하게 됐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김 의원은 자문교수들의 질문에 각각 영호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모두에게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김 의원은 “YS와는 미국 뉴욕에 살 때부터 인연을 맺어왔고, 정치적 관계를 떠나 인간적으로 지금까지 모시고 있다”며 “DJ 역시 ‘당은 달라도 대통령을 가장 잘 이용하는 도지사다’, ‘김 지사와 일을 하면 뭐든지 잘할 것이다’는 말씀으로 나를 격려해주셨다”며 자신이 ‘동서화합’의 메신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영남주자가 아닌, ‘통합주자’ 김혁규
영남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김혁규 의원이 이처럼 본격적으로 호남에서도 세를 넓혀 나간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적으로 당내 지분이 타 후보들에 비해 월등하지 못하더라도 본선에서의 경쟁력은 확실히 갖출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해야만 하는 盧와 DJ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집안 경쟁에서만 유리한 후보보다, 밖에서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이유로 김혁규 의원은 당분간 영남과 호남을 번갈아가며 행보를 지속할 공산이 크다. 경선이 아닌, 본선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영남주자가 아닌, 통합주자로서 거듭난 김혁규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 관심이 비상하게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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