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보버의 <빛 이야기>
때때로 '지나치게 근원적인' 주제를 놓고 펼쳐진 사설을 볼 때면, 그 자연스러운 깊이와 대충 정리만 해도 핵심을 꿰뚫어 버리는 과정 탓에 '참 쉬운' 컨셉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를테면, 인간의 성욕이라던가, 식욕, 혹은 남녀 간의 차이, 도구에 대한 인간의 입장 등을 정리한, 야트막한 수준의 대중철학서 말이다.
벨보버의 <빛 이야기>는 이보다도 훨씬 더 근원적인 '빛'에 대한 여러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만, 그닥 깊이있게 '철학성'을 내세우지 않는 자세에 일단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지고, 곧 그 다양하고 흥미로운 접근 방식에 호감이 느끼게하는 독특한 서적이다.
<빛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빛이 인류사에 끼친 영향력'을 좇아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딱딱한 '서술형' 문장이 아닌, 재치있고 위트가 넘치는 문장으로 씌어져 있어 박력이 넘치고, 시종일관 독자들의 집중도를 잡아끈다. 별빛에 경도되던 고대 천문학자들의 우주관으로부터, 외계 문명을 탐구하는 현대 천문학자들의 이야기까지, 그리고 아르키메데스에서 뉴턴, 갈릴레오, 아인슈타인에 이르는 인류사의 수많은 과학작/탐구가들이 '빛'의 실체와 '빛'의 작용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던 일화들과 함께, 벨보버는 문학, 예술, 신화와 종교에 이르기까지 인간사고를 이루는 수많은 아이템들을 뒤섞어가며 '빛'과 '인간'에 대해 다소간 장황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어찌보면 '빛'을 설명하기 위한 서적이라기보다 '인간사'의 여러 단면을 '빛'이라는 근원적 아이템을 통해 스펙트럼화시킨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별다른 철학적 논점 없이도 그 깊이와 변용성을 구사해냈다는 점에서는 역시 앞서 언급한 '근원적 주제'의 메리트가 떠오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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