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천을 이어오던 끝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자진 사퇴를 선언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불과 두 달 남짓 기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기준 없는 자의적 공천이란 지적부터 사천 의혹까지 받았을 만큼 여러 비판을 받아오던 김 위원장은 급기야 당의 핵심지역이라 할 수 있는 서울 강남 지역에 자신과 가까운 최홍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가 지도부로부터 재심 요구를 받은 데 이어 소위 ‘문빠’라는 김미균 후보에게까지 강남에 공천을 주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스스로 죽을 길을 열었다.
결국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하루 만에 본인의 오판을 시인하고 김미균이란 자충수를 물렸지만 그저 김미균 철회와 김형오 사퇴 정도로는 그동안 당을 뒤흔들었던 공천 파동이 완전히 수습됐다고 할 순 없다.
말만 혁신공천이라 주장할 뿐 오히려 계파 정치를 일소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작 새로운 계파가 그 자리를 장악하는 폐해 역시 과거와 다를 게 없는 실정인데, 단적으로 김 위원장이 자신과 가까운 나경원 의원 측 인사들을 대거 공천 주면서 ‘친나’ 세력의 입지를 굳혀준 것도 대표적 문제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나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을 당시 러닝메이트가 되어 정책위의장에 당선됐던 정용기 의원이나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던 정양석 의원 등 원내부대표와 정책위의장단 17명 중 무려 14명이 단수 공천을 받았으며 나 의원의 비서실장이던 강승규 전 의원까지 과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거나 해당행위에 준하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마치 ‘맡아놨다는 듯’ 공천을 받았다.
이 뿐 아니라 김용태 의원이나 서울시장을 민주당 출신 박원순이 3선하게 만든 단초를 연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친나경원계 인사들은 우연이라기엔 서슬 퍼런 공관위의 칼질에서 대다수가 멀쩡히 살아남아 공천을 받았는데, 이에 반해 정작 현재 당 대표인 황교안 대표의 측근들은 현역인 추경호, 정점식 의원 외엔 레임덕이라도 맞은 것처럼 원영섭 당 조직부총장 등 친황계 원외 인사 대부분이 줄줄이 잘려나가 대조를 이뤘다.
현재 황 대표가 보수진영의 대선주자를 대표하고 있음에도 공관위원장이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유력 대권후보의 주변을 벌써부터 쳐낸다는 것은 총선 이후 당권은 물론 향후 대권구도까지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품지 않은 이상 나올 수 없는 결과라 본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친황계의 몰락과 친나계의 급부상은 총선 이후 나 의원을 당 대표로 내세우려는 사전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한데, 계파색채의 농담을 차치하고 그동안 당내 영향력이 있는 다선 중진들을 무조건 쳐내는 공관위를 보면 친나계의 당내 장악을 한층 쉽게 하기 위한 행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당의 미래보다는 그동안 이리 저리 붙어가며 개인정치에만 매몰되어온 나경원 의원이 향후 당권을 잡게 된다면 그 과욕은 정권탈환이라는 보수진영의 핵심목표까지 저해할 게 자명하기에 당 지도부는 단순히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퇴에 족할 게 아니라 새 선대위원장 임명을 계기로 그간의 공천 결과를 다시 살펴보고 재심 대상을 한층 확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