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 자체로 전해주는 신비와 경이
'자연', 그 자체로 전해주는 신비와 경이
  • 이문원
  • 승인 2004.07.15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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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라마르(La Mar)"전
자연을 미적 재단의 대상물로 설정하는 일은 모든 예술의 '근간'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자연', 그 자체를 '예술'로써 인지하고 이를 정확히, 정교히 담아내는 일에 몰두한 작업에 대해, 현대 예술은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현재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진의 "라마르(La Mar)"전은, 스페인어로 '바다'를 가리키는 'Mar'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리만치 '바다', 그 중에서도 '갯벌'을 '그 자체로' 담아내고 있는 독특한 사진전시회이다. 회화로써 익히 옮겨져왔던 산수(山水)도, 스냅사진 형식으로만 찍어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도시 풍경도 아니다. 그저, 밀물이 밀려 들어오고, 썰물이 빠져나가는 갯벌의 자연적 현상을 관찰한 사진들이며, 어찌보면 미술관 안이 아닌, 초등학교 자연교과서에 실리는 것이 더 적합할 듯 보이는 사진들이다. 그러나 이 갯벌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고 만다. 아름다움을 발견했을 때, 이를 자기 안으로 '투영'시켜 뽑아내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예술적 승화 과정이란 어쩌면 겉치례에 불과하고, 세상의 아름다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 알려주는 것이 '사진예술'의 극치일지 모른다는 신종 개념을 최영진의 사진들은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미적 균형성과 조율성을 구비한 자연 풍경이 아닌, 자연 현상 자체로써 신비스러움과 경이를 선사해주는 광경을 담아내는 것이 바로 우리를 '미적 고정관념'에서 탈피시켜 주는 것일지 모른다는 굵직한 주장을, 최영진은 무리없이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길이 3m 이상의 초대형 사진들이 '자연 본연의 형상'으로 보는 이들을 쉽게 압도해 버리며, 그 어떤 형태로건 '작가의 입장'이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있다. (장소: 인사아트센터, 일시: ∼200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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