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독창성을 확보한 항공사진
미학적 독창성을 확보한 항공사진
  • 이문원
  • 승인 2004.07.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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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하늘에서 본 지구>
세계 100개국 이상을 돌며 열기구까지 동원해 지구의 모습을 담고 있는 항공전문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1995년부터 '유네스코'의 후원으로 행한 작업을 <하늘에서 본 지구>라는 제목의 사진집으로 묶어 출간했다. 얼핏 흔하디 흔한 '자연예찬' 정도로 예상될 법한 이 사진집은, 그러나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벼운 충격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사진예술의 영역을 개척해내고 있다. <하늘에서 본 지구>는 베르트랑이 촬영한 204장의 항공사진과 함께, 이에 설명을 곁들인 204편의 짤막한 에세이들, 그리고 11편의 긴 에세이들을 담고 있는 '사진 에세이집'이다. 이쯤 되면, 정말이지 오해를 살 만한 요소를 담뿍 안고 있다 보아도 과언이 아닌데, 다행히도 이들 에세이는 지구 풍경에 대한 감상적인 견해를 덧붙인 것이 아닌, 전세계 최상급 환경론자들이 각 사진에 대한 환경론적 입장, 에코이코노미, 세계의 농업실태와 대체에너지 문제 등의 서술한 것으로써, 어찌보면 '환경론 서적'의 다른 분류에 가깝다는 인상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하늘에서 본 지구>가 주목받아야만 하는 이유는 베르트랑의 '사진'에 있다. 그가 하늘에서 바라본 가지각색의 지구 풍경은 하나같이 낯선, 도저히 우리가 살아가고, 또 익히 파악하고 있다 여기는 그 모습이 아니다. 마치 외계를 담아온 듯한, 아니 컴퓨터 그래픽으로 기하학적 문양을 새로 만들어낸 듯한 이 놀라운 풍경들은 20세기 추상화와 동양 전래의 수묵화 양식을 오고가며, 자연이 보여줄 수 있는 미학적 개념의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면을 다채롭게 선사해주고 있는 것. 곁들여진 에세이들이 전하는 메시지와 달리, 베르트랑은 '담아내는 풍경'이 전하는 환경적 사연과 미적 입지를 대치시키는 작업도 종종 보여주고 있는데, '민다나오' 섬 앞바다에 펼쳐진 신비스런 무늬가 사실 섬의 금광에서 흘러나온 유독성 폐기물에 의해 탄생된 것이라는 에피소드, 적색으로 거친 궤적을 그리는 인상파적 광경이 우라늄 광산의 폐기물을 담은 것이라는 에피소드 등은, 이 책의 다소 일방적일 수 있는 주제적 방향성에 여유롭고 흥미로운 아이러니를 첨부시켜 색다른 사색을 가능케하고 있다. 베르트랑은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발췌하여 지난 5월 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하늘에서 본 지구>전이라는 제목 하에 전시한 바 있으며, 전시회를 앞두고 내한하여 4월 18, 19일 양일 간 서울 상공에서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바라본 서울'을 카메라에 담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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