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농구 또 산으로 가나 ‘부상 또 부상’
한국 남자 농구 또 산으로 가나 ‘부상 또 부상’
  • 박종덕
  • 승인 2007.06.15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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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대표팀이 확정 발표됐다. 대한농구협회는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할 12명의 선수 명단을 지난 12일 발표하고 17일 오후 6시까지 태릉선수촌에 소집된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오는 7월28일에서 8월5일까지 일본 도쿠시마에서 개최되는 ‘제24회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려있는 이번 대회는 한국 남자농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 남자농구는 지난 몇 년간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5년 아시아선수권 4위, 2006 도하 AG 5위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올렸고 올림픽 대회는 96년 애틀란타 대회(7전 전패, 본선 최하위)를 끝으로 국제대회와 인연이 끊겼다. 하지만 여자농구 이야기는 다르다. 작년 도하 AG에서 남자팀과 동반 노메달의 수모를 겪으며 주춤했던 한국 여자농구는 지난 10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서 열렸던 ‘제22회 FIBA 아시아 여자선수권대회’에서 전승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추락한 명예를 회복하며, 단 1장이 걸려있던 베이징올림픽 본선티켓을 따냈다. 남자농구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대회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 티켓 1장이 걸려있다. 한국은 홍콩, 시리아, 대만과 함께 D조에 속해 있고 각조 1, 2위가 2개조로 나뉘어 8강 리그를 벌인 뒤, 조 1, 2위끼리 4강 크로스 토너먼트로 정상을 가린다. 중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티켓을 확보한 상태여서 중국이 결승에 올라갈 경우 상대팀이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하게 된다.

부상에 허덕이는 남자농구

그러나 남자대표팀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주위 관계자들의 시선도 기대보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강하다. 대한농구협회는 3개월 전부터 상비군 엔트리(23인)를 발표하며 준비 체제에 들어갔지만 연이은 부상 선수 속출로 아직까지 이렇다 할 훈련 한 번 해보지 못했다.

농구협회가 이날 발표한 명단에 따르면 지난 4월17일 대표팀 예비 명단에 포함됐던 포워드 대다수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대신 김동우(모비스)와 차재영(고려대) 두 명이 추가로 발탁됐다. 그 외에도 지난 달 8일 무릎 수술을 받은 현주엽(LG)과 오른 손가락을 다친 방성윤(SK), 독일에서 발목을 치료 중인 조우현(전자랜드)은 대표팀 명단에서 아예 제외 됐고, 또 송영진(KTF)은 허리 부상으로 3개월 진단을 받았다. 더구나 조상현(LG)와 이병석(모비스), 추승균(KCC), 김성철(전자랜드) 등 소속 팀에서 간판 포워드로 활약했던 7명도 부상과 갖가지 이유로 최종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남자대표팀은 지난해 세대교체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베테랑 선수들을 일부 보강하며 경험과 패기의 조화를 시도했으나 정작 농구협회가 애초 국가대표 후보로 뽑았던 포워드 12명 가운데 양희종(KT&G)과 이규섭(삼성) 두 명만이 끝까지 살아남게 된 셈 이어서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부영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예전부터 협회에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 정말 뛰고 싶어하는 선수를 뽑지 못하고 프로에서 경험이 많은 검증된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발했다가 부상 때문에 제외시키다 보니 결국 포워드 라인이 사실상 전멸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부족한 포워드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센터 김민수와 김주성은 포워드 역할도 소화해 낼 수 있는 선수다. 또 김동우와 차재영은 젊은 선수라 다소 희망적”이라면서 “내달 2일부터 대만에서 열릴 존스컵 대회에서는 12명의 선수를 골고루 기용해 아시아선수권을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책마련에 굼뜬 KBL

사실 이번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현 대표팀 선수의 대부분은 프로선수들이기 때문에 겨울시즌 장기레이스를 소화하고 휴식을 취해야할 상황이다. 때문에 비시즌에 다시 대표팀 차출을 감수해야하는 프로선수들이 부상병동과 체력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책임을 지고 있는 KBL은 대책마련에 굼뜬 모습이다. 결국 비난은 모두 선수와 감독만의 몫으로 남게 되기 십상이다. 대표팀 최부영 감독은 지난 도하 대회 이후 ‘한국 농구의 위기 타개를 위하여 농구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대토론회’를 제안했지만, 주변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는 못했다.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있는 지금의 남자대표팀에는 여자농구같은 홈 어드밴티지도,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을 이끌어줄만한 정신적 지주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농구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는 동안, 중국과 중동세의 성장으로 아시아농구의 상향평준화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한국 남자농구가 이번 대회를 어떻게 뚫고 나아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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