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유시민 “당과 함께”…친노 끌어안고 입지 굳히기
김혁규, 이명박 의혹 제기로 자신의 존재위상 부각 계기
한명숙, 유약한 이미지 벗고 박근혜 대항마로 급부상
‘리틀 노무현’ 혹독한 후보 검증 통해 증명될 것 ‘자신’
노무현 대통령은 공공연하게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에 충실한 후보만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의 노선·정책과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이어갈 인물을 이르는 말이다. 정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그런 인물을 심중에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선 후보들을 각개 약진 시키다가 마지막에 가서 극적인 반전을 이뤄 흥행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의 마지막 인물이 되기 위한 친노 주자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盧의 심중 어디로?
최근 노 대통령의 심중의 인물로 거론되는 이는 이해찬 전 총리이다. 이 전 총리는 19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가 뒤늦게 대선판에 뛰어든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과의 교감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그가 쉽사리 출마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참여정부에서 총리직을 수행해내며 노 대통령의 정책적 코드를 맞춰왔다. 또한 최근 제3지대에서 통합론 합류를 점치는 다른 친노 주자들과는 달리 “탈당은 없다”며 열린우리당 사수에 나섰다. 이로써 노 대통령이 원하는 참여정부의 정책 이해와 열린우리당의 계승과 보전ㅇ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그는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이어 갈 정책적 연결고리 역할이 가능하다.
때문에 친노세력인 참여정부평가포럼이 그의 경선 참여를 지지하고 정태호 청와대 정무팀장이 이 전 총리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이 전 총리가 ‘친노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친노 대선 주자의 한 측근인사는 “노 대통령 의중이 결국은 이해찬 전 총리에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친노 그룹에서 뛰쳐나가는 후보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의 ‘대표주자설’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열린우리당 내 경선 예선 경쟁력은 있어도 본선경쟁력을 따지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그 자신에 관련된 문제도 있다. 고집스러운 성격과 약한 대중성, ‘이해찬 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됐던 교육부장관 시절의 실책이 ‘친노 세력’이라는 말과 함께 꼬리말처럼 그를 따라 다니고 있다.
그가 노 대통령의 인물로 주목받고 있는데 대해 일부 정계인사들은 “이 전 총리는 ‘대선후보’가 아니라 친노 세력의 결집 혹은 친노 그룹의 안전한 대통합신당으로의 이전을 돕기 위한 카드”라는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열린우리당 고위 관계자도 이 전 총리의 당 사수 입장에 대해 “이 전 총리가 친노 세력 결집을 위한 대리인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며 “다른 여권 후보들에 의해 참여정부가 부정되고 친노 세력이 거부되는 상황을 앞장서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당내 경선 경쟁력이 있다면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본선 경쟁력을 가진 인물이다. 김 의원은 ‘호남충청 연대’를 필패로 규정하고 영남판을 흔들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말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김 의원은 “지역 구도가 대선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 범여권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영남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경남도지사를 4번이나 하고 부산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온 내가 ‘영남후보론’에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한나라당의 유력 후보가 경북 출신이어서 김 의원이 나설 경우 영남을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로 분리할 수도 있다.
또한 김 의원은 경남도지사 시절 영·호남 교류를 성공적으로 이룬바 있다. 그 시절 영·호남 교류를 했던 단체들이 그의 지지세력 돼 주고 있어 국민들에게 영·호남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지도자로 각인되겠다는 각오를 새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호남의 교류는 김 의원이 노 대통령과 DJ의 가교역할이 가능한 인물임을 상기시킨다.
김 의원은 이 외에도 성공한 CEO로써의 능력과 경남도지사 시절 이룬 공적을 ‘경제 대통령’ 이미지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그에게 부족한 당내 경쟁력을 두고 “선거는 이기는 자의 게임이다. 2등에게는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며 그가 대선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일 기회가 생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친노 주자 중 한명숙 전 총리의 행보도 눈에 띈다. 18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한나라당 후보 못지않은 경륜과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부산하다. 친노 주자 중 유일한 여성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의 대항마로 주가를 올리고 있으며 유약하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맹공을 퍼붓는 등 대선 후보에 한발 다가서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또 한 총리는 “나를 ‘친노’로 분류한 것은 언론”이라며 노 대통령과의 거리 벌리기를 시도하는가 하면 제3지대 통합론에 동의해 당을 나서더라도 “열린우리당을 반대하는 통합에는 동의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친노와 비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정계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가 “당 지도부와 함께 움직인다”는 입장만 고집하지 않고 ‘제3지대’로 떠날 가능성을 열어둔데 대해 대통합 참여를 통해 친노 이미지를 벗고 여성 후보로서 독자적 입지를 굳히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우리는 아니라고?
“수차례 옥고와 가난의 끝에서 진실을 만난 위대한 여성 지도자 한명숙 전 총리, 지역주의에 맞서 일신의 안락함을 포기한 성공한 CEO 김혁규 전 지사, 결단의 리더십을 가진 이해찬 전 총리”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오픈프라이머리에 나올 것을 권한 친노 주자들이다. 김 전 의장은 여권 후보에 한 전 총리와 이 전 총리, 김 의원만을 꼽았을 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미 친노 세력 중 주요인물은 5인이 아니고 3인으로 압축됐다”고 하는 이들에게 김두관 전 장관은 “검증을 해보면 알 것”이라고 응수한다. 18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통해 대선에 첫 발을 내딛은 김 전 장관.
그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릴 만큼 노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미 오래전 대선출마 의사를 노 대통령에게 전했고 격려를 받았다며 “시대적 요구에 적합한 인물은 김두관이다. 혹독한 후보 검증을 통해 증명되리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이은 3기 민주개혁정부를 출범시키기 위해 대선에 나서게 됐다”며 말할 정도로 DJ와 노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표출하고 있다. 또한 지방분권의 전도사로 불리며 전국에 산재해 있는 자치분권연구소의 지원을 받고 있어 언제든 대선 흐름을 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적절한 때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선가도에 뛰어들 시기를 점치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김근태 전 의장에게 무시당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노리는 ‘극적 반전’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유 전 장관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 전 장관에게 부족했던 중장년 이상의 지지율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채우게 한 노 대통령의 포석과 노 대통령의 대권잡기에 막중한 역할을 했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반전’을 노리기에는 ‘딱’이라는 것이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다 범여권의 통합론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유 전 장관이 전격 등장하리라는 시의성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정치 논객은 “유시민이 경선에 출마한다면 무서운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며 “유시민 전 장관이 대선에 나선다면 이 전 총리처럼 당을 사수하면서 친노 세력 결집을 노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의 관계정립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