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평화연대로 독자세력기반 탄탄히… “뒷배 든든”
“한나라당 갈등과 열린우리당 분열 넘어 내 갈 길 간다”
한나라당으로부터 ‘배은망덕’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탈당한지 3달. “시베리아로 나아가겠다”는 그의 말처럼 정계의 시베리아를 헤매던 손학규 전 지사가 드디어 범여권의 중심부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손학규 중심으로 헤쳐모여!
손 전 지사는 고심 끝에 한나라당을 탈당하긴 했지만 당장 범여권에 끼어드는 것은 주저했다. 범여권 주자들의 견제도 생각보다 강했지만 그가 기댈 수 있는 지지 세력이 없다는 것이 그의 범여권 입성을 가로막았다. 때문에 손 전 지사는 전진코리아와 선진평화연대 등 자신을 지지한다고 밝히거나 자신이 지지 세력으로 준비 중이던 세력들의 규합하는데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손 전 지사의 움직임을 지지세력 확보뿐 아니라 이후 범여권 후보들이 각개약진을 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진평화연대는 17일 출범식을 갖고 그의 정치적 뒷배가 됐다. 각계 전문가와 기업인을 주축으로 지난 4월30일 출범한 ‘선진평화포럼’에 이어 ‘과학기술선진화정책포럼’도 구축돼 그의 정책을 뒷받침할 자문그룹을 튼튼히 했다. 손 전 지사는 이를 바탕으로 세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손 전 지사측은 5일부터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공모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들과의 폭넓은 만남을 이어가면서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손 전 지사측 변광탁 공보 팀장은 “끝까지 독자세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엔 합치는 쪽으로 함께 갈 것이다. 이를 위해 손 전 지사께서도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변 팀장은 “하지만 손 전 지사는 범여권에 얹혀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타나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 중심에 우리가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은 포용하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손학규 전 지사의 포용론은 한나라당이나 노무현식 좌파가 아닌 중도를 기반으로 한 과거 정몽준이나 고건의 이념적 지지기반을 자신의 토대로 흡수한다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이명박 후보의 치열한 싸움에 고개를 흔드는 한나라당 인사들과 열린우리당의 분열로 갈 길을 잃은 이들도 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근태 전 의장이 제시한 ‘평화개혁세력의 대동단결’이 그에게 약이 될지 독이될지도 확실치 않다. 김 전 의장은 “시점을 잘 선택해야 한다. ‘손해를 감수하고도 결단했구나’ 하는 시기가 언제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결정을 촉구한데 대해 손 전 지사가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자세한 언급을 피한 것은 손 전 지사의 복잡한 심내를 대변해주고 있다고 보겠다.
김근태 전 의장이 깔아준 ‘명분’은 그가 범여권 주자들의 구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바라는 ‘중도’와 김 전 의장이 바라는 ‘비한나라당’은 많은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손 전 지사가 오픈 프라이머리에는 참여하나 범여권으로의 진입에는 시간차를 둘 것 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가 범여권에 적극적으로 합류하지 못하는 것은 범여권과 그의 구상에 차이점이 있다는 점 외에 다른 문제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그의 아킬레스건인 정치적 정체성이 바로 그것이다.
‘한나라당’ 두고두고 발목잡아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후보를 두고 “한나라당이 날 내쫓았다” “이명박 전 시장의 운하개발은 과학적으로 철저히 검증돼야 하며 환경 평가적으로 볼 때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런 일은 토목공사 개념으로 밀어붙일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날을 세운 것은 그가 한나라당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일종의 ‘시위’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에 손학규 전 지사를 겨냥해 “‘범여권’이라는 용어를 그냥 쓰는데 그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의도적 모욕”이라며 “그 양반이 나중에 가서 경선을 하고 안 하고는 내가 관여할 바 아니지만 왜 ‘범여권’이냐, ‘반한나라당’이지”라며 의도적 견제구를 날렸다.
한 정치평론가는 “노 대통령은 이후로도 손 전 지사가 범여권에 참여할 경우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범여권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노 대통령과의 일전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