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고정 금액에서 수수료 증가하는 격”
배민 “광고빨 아닌 맛으로 승부할 수 있는 기회”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배달의민족이 새로운 요금체계 ‘오픈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수수료 인상 ‘꼼수’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오픈서비스는 고정수수료 체계에서 건당 수수료로 변경하는 방식이다.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발생하는 주문에만 수수료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소규모 자영업자일수록 이번 요금제 개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업체 측 설명과 달리 일부 소상공인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부터 앱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 수수료를 받는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
당사는 이번 서비스 도입을 계기로 그간 문제가 됐던 깃발꽂기 논란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업주는 월 8만8000원(VAT포함)을 내는 울트라콜이라는 상품을 이용해 운영하는 가게 인근 지역에 깃발을 꽂을 수 있었다. 깃발을 꽂으면 인근 1.5km 반경에 있는 소비자 앱에 노출된다. 자영업자가 깃발을 3개 꽂으면 월 26만4000원을 내는 구조다.
그러나 자금력이 있는 점주들이 월 1000만 원 이상 광고비를 내고 깃발을 200개 이상을 꽂는 경우가 있어, 영세 소상공인들은 앱 화면에서 노출될 기회를 갖지 못하는 등 독점 문제가 발생해 왔다. 배달의민족은 오픈서비스로 요금을 개편하면서 이 같은 깃발꽂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5.8%로 정해진 수수료가 전 세계 최저 수준 수수료율이라고 강조했다. 당사는 울트라콜 상단에 3개의 가게를 노출 시킬 수 있는 ‘오픈리스트’에 6.8% 수수료를 적용해 왔다. 이번 오픈서비스는 이보다 1%p 낮춰, 업계 통상 수수료율보다 낮다는 주장이다.
또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점 업주 52.8%가 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연 매출이 3억 원 이하인 영세 업주는 약 58%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구간 내에서 가게 노출 순서는 무작위(랜덤)로 정해진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플랫폼을 이용한 주문이 들어올 때에만 플랫폼 이용료를 부담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며 “울트라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오픈서비스가 상단에 배치가 되기 때문에 노출이 많고 적음에 있어서 울트라콜보다 경쟁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에 등록된 업주들과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반기를 들었다. 건당 수수료가 발생할 경우 매출이 높을수록 수수료를 더 내야 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기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정률제가 사용자인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오픈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월 매출 1000만 원 업소인 경우 58만 원, 월 매출 3000만 원 업소는 174만 원을 내야 한다. 기존에는 울트라콜 3~4건을 이용하면서 26만 원에서 35만 원 정도를 내던 수수료가 수십에서 수백만 원 추가 비용을 물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는 것.
이는 자영업자 순이익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8 소상공인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소상공인 평균 이익률 14.5%이다. 이를 감안하면 월 3000만 원 매출이라도 업주는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 등을 뺀 순이익 435만 원을 번다.
배달의민족에서 주로 매출이 발생했던 업체라면 울트라콜 깃발 3개 이용 기준 월 26만 원보다 무려 670% 인상된 174만 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순이익 35%에 해당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사례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이번 요금정책 개편이 사실상 수수료를 사상 유래 없이 폭등시킨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오픈서비스를 사용하지 말자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한 청원인은 “오픈서비스 전환 후 광고비 증가율만큼 주문량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이 같은 수수료 체계 변화는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해 청원인들은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배달통) 간 합병 시도가 요금체계 변화를 낳았다고 입을 모았다. 합병으로 인한 수수료율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우아한형제들 측이 밝혔으나, 수수료 체계 변화 자체가 배달앱 시장 99% 독점의 폐해라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국내 배달앱 시장이 독점된다면 갖은 꼼수를 동원해 가격을 책정할 것이며 소상공인들은 독점 앱에 종속돼 불만도 제기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린다. 이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점을 기업결합심사과정에서 면밀 조사해 반영해야할 것이며 소상공인 의견을 적극 수렴해 판단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요금체계 변화가 합병과 무관하다고 못을 받았다. 깃발 상품을 다량으로 독식하는 업주가 늘면서 이미 1년 전부터 수수료 체계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알려왔고, 하반기부터 시뮬레이션과 내부 검토를 통해 이뤄진 변화라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매출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수수료 측정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며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매출 300만원 영세한 업주의 경우 깃발 3개 기준 월 26만원에서 오픈서비스로 변경 시 17만 원대로 수수료 부담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세 상인들이 소위 광고빨이 아니라 소비자 리뷰나 음식 맛으로 공정하게 서비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좋은 플랫폼이 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해 변경하게 됐다”며 “정액제 문제점, 수수료 모델 합리성에 대해 그만큼 오래 고민해온 것이며 합병 이슈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