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아가씨들이 미워요!”
“성매매 아가씨들이 미워요!”
  • 소미연
  • 승인 2007.06.16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매매촌 한 업주의 자살 스토리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이후 성매매촌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만 벌써 6번째다. 성매매여성 5명과 업주 1명, 이들 중 3명은 목숨을 가까스로 건졌으나 나머지 3명은 명을 달리했다. 이를 두고 업계 종사자들은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요구하는 한편 여성가족부를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업주들은 “법을 악용한 성매매여성들로 하여금 최근 업주들의 피해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자살 원인, 아가씨 선불금 대주다 1억2천여만원 빚더미에 앉아

“여성가족부, 자살사건에 관련해서는 왜 아무 말 못 하나” 울분


지난 5월29일 정오경 서울 미아리 텍사스 집창촌 한 업소에서 싸늘하게 식은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미아리 텍사스 집창촌 한 업소의 업주로 있던 박아무개(49). 업주의 자살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편모슬하 어린 딸 하나를 천애고아로 남겨둔 채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애석하게도 박아무개는 본인의 시신을 딸에게 보여주지 말 것을 당부한 유언장외에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지갑에는 장사 지낼 돈은커녕 만원짜리 지폐 한 장도 없었다는 게 당시 목격자의 설명이다.


업주 눈칫밥 신세, 아가씨가 왕


장례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인근 업주들은 애도의 뜻으로 돈을 걷어 장례비를 마련했고, 직접 관을 들었다. 장례식에 참석한 유족이라고는 17살의 딸 한 명뿐. 딸은 어머니의 죽음이 믿기지 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박아무개는 업소 인근의 작은 방을 구해 딸과 함께 악착같이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딸을 홀로 남겨두고 딸이 수학여행을 가 집을 비운 사이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한터전국연합 미아지부의 유태봉 자율정화위원장은 “박아무개가 그 동안 빚에 시달려 왔다”며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것은 “아가씨들의 선급금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에 따르면 박아무개는 업소를 경영하는 업주로 있다가 최근에 손님을 업소로 끌어들이는 마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성매매특별법 발효 후 아가씨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게다가 장사도 잘 안돼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업소에서 일하기로 약속한 아가씨마저 선급금만 챙기고 도망가자 더 이상 회생의 길이 없었다.

박아무개는 아가씨들의 선급금을 주기 위해 빌린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1억2천여만원에 호가했고, 이를 빌미로 하루에도 수 십 번씩 그를 괴롭히던 채권자들의 압박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운영하던 업소는 박아무개가 몇 달째 가게세를 못 내자 임대인이 장사마저 할 수 없게 했고, 일하던 2명의 아가씨들마저 그의 곁을 떠났다. 경찰을 통해 이 같은 비보를 전해들은 박아무개의 남편 역시도 장례식에 불참했다. 딸은 어머니가 자살한 집에 무서워 못 들어가겠다며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선급금 사기행각 심각성 제기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3년여 동안 통산 6번째 자살사건이 발생, 자살을 시도한 이들은 모두 성매매특별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 대표는 “아무리 법 취지가 좋다 한들 그에 따른 상처가 발생한다면 신속한 재정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며 애통한 심정을 전했다.

강 대표는 “손님이 없어 영업부진을 차지하고라도 성매매 특별법이 일방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기형적인 법집행은 조직적으로 소개업자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선급금 사기행각을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현실로 이어졌다”며 “업주들은 단속으로 인한 과도한 벌금과 심적 고통, 또 다른 고통의 굴레인 사채의 함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평소 온갖 형태로 성매매근절을 앞장선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에서 자살 사건에 관련해서는 이토록 오랜 침묵을 지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