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21대 총선은 황교안 대표 사퇴라는 초강수로도 수습하기 어려울 만큼 부끄러운 역대급 참패로 끝났다.
이 같은 결과는 당명만 통합당으로 내세워 표면상으로만 합쳤을 뿐 조원진의 우리공화당 등 아스팔트 우파를 끌어안지 못한데다 10명도 안 되는 유승민계나 안철수와 헤어져 사실상 ‘껍데기’ 뿐인 안철수계를 끌고 오는 데에만 혈안 돼 정작 홍준표, 김무성, 김태호, 이인제 등 당내 거물급 중진들을 냉대하면서 당 스스로 보수 분열을 촉발시킨 데에 그 원인이 있다.
특히 컷오프 돼 탈당했던 홍준표, 김태호, 권성동, 윤상현 등이 통합당 후보를 제치고 모두 당선됐다는 점에서 과거 20대 총선을 패배하게 만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친박 공천’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더 나빴던 ‘막장 장기판’ 공천을 한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그가 입맛대로 임명한 공관위원들에게 우선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당시 김형오 위원장은 전략공천이니, 단수공천이니 하면서 사실상 전혀 다를 게 없는 이 둘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내리꽂기 위한 수단 삼아 공천권을 남용했었는데, 선거의 꽃은 선수 선발이거늘 총선 후보 공천이란 첫 단추부터 잘못 꿴 판국에 어찌 기대한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는가.
이미 공천 결과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서 김종인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삼고초려 해서 데려왔다 해도 이미 ‘그로기’ 상태가 된 정당에 온 그가 어떻게 단기간에 판세를 뒤집을 수 있겠나. 그런 점에서 오히려 80석 될 뻔한 걸 100석이라도 넘게 해준 김 위원장에 감사해야한다. 더욱 패배에 책임져야 할 인물은 따로 있는데 혹자가 김종인 위원장에게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온당치 않은 주장이다.
더구나 김형오 위원장은 제멋대로인 사천, 막천으로 물러난 이후로도 자기 사람들에게 공천을 주고자 자신이 앉힌 공관위원들을 원격 조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선거 패배를 그저 당 대표 사퇴만으로 넘어가려 해선 절대 안 된다.
그 다음으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황교안 대표의 ‘예스맨’이 돼 현실로부터 황대표의 눈을 가려왔던 소위 ‘친황’ 측근세력들인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와 같은 전략은 도외시한 채 무작정 투쟁만이 능사라는 듯 투쟁일변도로 일관한 황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리더십 역시 문제였지만 정치신인에 불과한데도 검찰 출신에 대통령 권한대행 출신이어서 그런지 권위의식만 가득 찬 황 대표를 그동안 무조건 떠받들어온 황 대표 측근들 역시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
당을 살리고 선거를 승리로 이끌려면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언론 등에 대한 정치적 감각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실험적으로 잘못된 대표를 앉혀 놓고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황 대표가 대권이나 당권에 집중케 하면서 총선을 완전히 말아먹었다.
심지어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해 대권 경쟁자로 여겨지는 인사들을 대놓고 쳐내니까 결국 바깥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치는 지경에 처하지 않았는가.
비단 이외에도 통합당은 보수를 이끌어갈 인물들을 거의 대부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스카이 출신 학벌이나 대기업 출신이나 법조인, 장·차관 등 일부 계층에서만 찾으려다 보니 황 대표처럼 후보들이 국민과 소통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나는 신문사를 오랫동안 경영해오면서 기자들에게 중학생 수준도 이해될 수 있도록 기사를 쉽게 쓰라고 강조해왔는데, 정치도 마찬가지라 국민과의 소통은 그런 식으로 쉽게 해야 하는데 그간 통합당은 너무 폼을 내세우고 자기만의 용어를 쓰며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정치를 해 와 지금껏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야당임에도 이슈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나 민주화운동 경험이나 사회단체 활동 등도 살펴보는 민주당 쪽이 더 국민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당장 코로나19 사태만 예로 들어도 초기에 대만과 달리 중국발 입국자를 정부가 신속하게 막지 않아 확진자가 늘게 된 것이지만, 통합당에선 이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오영을 통해 마스크 장사 밖에 한 게 없는 정부가 코로나 사태를 해결한 것처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도록 놔뒀다는 점에서 반성할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공관위조차 여전히 좋은 사람을 찾는 기준으로 학벌과 경력을 우선하는 폐단을 답습하고 있으며 상향식 공천 역시 선거에서 맞붙을 상대당 후보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가를 우선 살펴야 하는데도 그저 당선을 위한 지지도 확장성은 고려치 않은 채 자당 내 당원 지지도, 누구계보인지 여부로 자당 후보끼리 비교하거나 나눠먹기식 공천을 하고 있으니 이런 상태로는 본선에 나가 필패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과거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일반 백성도 쉽게 사용하도록 하자 일부 양반들이 한글을 쉽게 만들어서 상놈들도 글을 알도록 하면 안된다고 반대했다고 하는데 요즘 보수 지도층을 보면 쉬운말도 애써 어렵게 하는 사람들만의 공간으로 변해 과거 반상시대를 연상케 한다.
여당이 통합당보다 후보 선정에 있어 앞서가는 이유는 실상 이런 차이에 있는데, 공관위나 당직자들은 끝까지 이를 바꿔나갈 생각은 안 하고 오로지 자신과 닮은꼴만 찾으려 드니 아무리 혁신을 외쳐봤자 기존의 고루한 발상을 뜯어고치지 않고선 앞으로도 승리는 요원하게 될 것이다. [시사포커스 / 박강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