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트콤 <프랜즈>의 ‘로스’, 데이빗 쉼머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주목할 만한 소재와 새로운 형식으로 극찬을 받았던 작품 ‘썸걸즈’가 지난 6월8일 한국에서도 막이 올랐다.
“남자에게 ‘특별한 여자’와 ‘그냥 스쳐 지나간 여자’의 차이는 뭘까.”
결혼을 앞둔 한 남자가 네 명의 옛 애인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인 연극 ‘썸걸(즈)’가 던지는 질문이다.
‘썸걸(즈)’는 바람둥이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성들의 눈에 비친 남성의 이중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 연극은 남녀간의 성 정치학을 다루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 온 극작가 겸 영화감독인 닐 라뷰트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현장감 있는 대사와 리얼한 표현이 빚어낸 새로운 자극을 무기로, 관객들에게 스스로 단서를 찾고 카타르시스에 이르게 하는, 이제껏 경험할 수 없었던 세련된 감각과 지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솔직하고 위트 넘치는 대사는 30대 여성이라면 경험했을 법한 성적 담론을 매끄럽게 이끌어낸다.
연극 ‘썸걸(즈)’는 현실적인 연극이다. 근사하게 얘기하면 자신의 삶 한 부분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이 찬 혹은 채인 누군가를 순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감독으로 유명해진 진우는 결혼을 앞두고 옛 여인 네 명을 차례로 만난다. 진우는 왜 그녀들을 만나려고 할까. 그의 말대로 “미안함을 사과하려고” 혹은 “찝찝한 게 싫어서”일까. 그의 속내를 한 여인은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넌 지금 여자들을 찬 게 잘한 짓인지 알고 싶어 온 거야. 너랑 결혼할 여자가 제일 좋은 선택인지 확인하려는 거지. 옛날 여자들 만나서.”
4명의 여인이 진우와 재회하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아줌마가 된 소심한 양선은 그 옛날 가장 예쁜 소녀가 누구였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자유분방한 민하는 언제나 두 번째였다는 것을 뒤늦게 고백하며 아파한다. 진우의 선배였던 정희는 “네 여자 친구 앞에서 하고 싶어”라며 불타는 복수심으로 달려든다. 마지막 여인 은후를 만나는 순간, 진우가 그녀들을 찾은 ‘진짜 이유’가 까발려지면서 연극은 극적 반전을 맞이한다.
내가 어디선가 했을 법한, 사실적인 대사 속에서 사랑이 낭만적이라기 보단 얼마나 구질구질한 지, 또한 삶이 얼마나 남루한지 ‘썸걸(즈)’는 꽤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람둥이 진우 역은 뮤지컬 ‘헤드윅’, ‘아이다’의 이석준과 연극배우 최덕문이 맡았고, 우현주, 박호영, 정수영, 정재은이 진우의 옛 애인으로 나온다. 연극은 8월5일(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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