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굴지의 투자기관인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세창 인수와 관련, 후속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 탓이다. 실제 세창건설이 부도함에 따라 자회사격인 (주)세창서산아파트의 입주민(이하 입주민)들이 한투를 상대로 임대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임차인들은 (주)세창서산의 실질적인 경영과 권리행사의 주체인 한투로부터 임대보증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투는 (주)세창에 대해선 채권자이자 담보권자일 뿐 법률적?실질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임대보증금 반환의 의무가 없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 사이의 팽팽한 대립 속으로 들어가 봤다.
지난 6월14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투 사옥 앞에서 대규모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 주체는 세창서산의 4백68세대 입주민과 전국 부도임대아파트 공동대책위원회 33개 회원단지가 연대된 약 4백여 명. 이들의 요구는 한투는 서산세창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을 즉각 반환하라는 것.
문제는 이들의 시위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이들은 한투 사옥 앞에 1개월간 시위를 신청하는 등 강력하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이 이렇게까지 할 수 없는 내막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향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증금 반환·보험가입 안돼?
발단은 지난 200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투는 매출 2천억원대의 중견 건설업체인 세창을 인수했다. 하지만 한투가 인수할 당시 세창은 부도확률 6%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한투는 세창으로부터 법인분리된 (주)서산세창과 (주)양주세창을 담보로 지분 100%를 인수했지만 사실상 이 두 회사는 자본금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상태였다.
입주민들은 이에 따라 이미 부도 위기에 처해있는 세창에 2백50억원이나 투자한 한투에 의혹을 제기했다. 입주민들의 의혹과 우려는 얼마 뒤 현실로 나타났다. 세창은 부도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문제는 세창의 부도로 어디에서도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 입주민들이다. 더욱이 임대 조건이 연소득 2천만원 이하의 무주택자임에 비춰볼 때 3천만~5천만원의 임대보증금은 그들에게 전 재산과 마찬가지란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때문에 현재 입주민들은 전국 부도임대아파트 공동대책위원회와 연대, 힘겨운 싸움에 나섰다.
이들에 따르면 세창을 인수한 한투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부도임대아파트 특별법’상의 부도아파트에서 세창서산을 제외시키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이자를 대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이를 대납하지 않아 기금이자가 6개월 이상 연체되면 사실상 부도가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서산세창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실질적인 부도아파트임에도 특별법에 적용되지 않고, 임대사업자의 자본잠식으로 보증보험 가입도 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입주민들은 이에 따라 지난 5월31일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임대보증금 2백27억원을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다.
철야농성을 펼치는 등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공대위의 요구는 크게 관련법 개정 및 임대보증금 반환이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임대주택법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실타래 언제나 풀리려나?
그러나 법률안 통과 과정 역시 순탄치만은 않다. 당초 4월부터 기대를 모았던 법률안은 6월 정기국회로 연기되는가 하면, 지난 6월20일 임차인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당일 갑작스런 변수로 또다시 연기되면서 결국 7월2일 본회의 결과를 기다려야만 입장으로 내몰려 있다.
공대위에 따르면 지난 4월9일 한투 대표자로부터 ‘임차보증금 보전 문제가 부도공공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적용되도록 4월19일까지 모든 조치를 다해 해결할 것임을 확약합니다’란 확약서까지 받아놓았다.
그럼에도 그 약속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 오히려 7월까지 넘어가면서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때문에 입주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현재 이들의 편에 서서 도움을 주고 있는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의 황문호 보좌관은 “어차피 통과돼야 할 법이고, 실제 통과될 확률은 90%에 가깝다”면서 비교적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임차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박남식 공대위 회장은 “우리에게 생존권이나 다름없는 중대한 사안이다”며 “하루하루 생계를 꾸리기에도 바쁜 사람들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정상적인 생업을 뒤로한 채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매달려 있어 안타깝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하루빨리 해결되어 세창 서산 임차인들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부도공공임대 임차인들이 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바란다”고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한편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공대위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임대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세창서산 임차인들의 요구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세창서산의 실질적인 경영과 권리행사의 주체가 아니라 세창의 사모사채를 인수한 채권자이면서 이에 대한 담보로 신탁돼 있는 세창서산의 1종 수익권자란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기관으로서 현재 처해 있는 임차인들의 입장을 고려해 지금까지 임차인들이 ‘부도공공건설 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등의 법률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현재는 이런 특별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임차인들은 법률적?실질적으로 아무런 채권?채무관계가 없는 한국투자증권에게 임대보증금을 반환하라고 하는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