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선거가 지난 6월22일 D-180일로 돌입했다.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대대적인 선거운동 불법단속이 시작됐다. 오는 12월19일 선거일까지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벽보, 현수막, 방송을 비롯한 인쇄물을 이용하여 선전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한 것. 이 같은 선관위의 방침에 따라 대선후보자들과 선관위의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서 제시한 법령들이 ‘애매한 표현’이란 지적과 함께 외각 지원단체와 불법 사(私)조직 사이가 ‘모호한 경계’를 이루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시사신문>은 이에 따라 선거법 위법에 해당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사조직의 모한한 경계를 허물었다.
친목도모 위한 교류·소정의 목적 달성 범위 내에서 활동 인정
특정 후보 위해 일반인 대상 선거운동 한 사실 포착 시 처벌
현재 이명박·박근혜·손학규·정동영 등 여야의 유력한 대선 후보자들은 팬클럽과 포럼 등 모두 외곽 지원 단체를 두고 있다. 이들 단체 및 조직은 구성원 모집 특성과 목적에 맞는 활동을 하며 각 후보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이 최근 들어서 크게 위축된 상태에 이르렀다. 외곽 지원단체와 불법 사조직의 경계가 모호하고, 게다가 지난 22일부터는 선관위의 단속이 한층 강화돼 실시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을 언제 어디서 선관위의 '방망이'가 내려칠지 모르는 상황인 셈이다.
선관위가 포럼 및 팬클럽 등이 선거운동에 변칙적으로 동원될 가능성을 염두 해 두면서 외곽 지원단체들 역시 선관위의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수를 찾지 않을 수 없는 입장으로 내몰린 형국이다.
활동 내역 판단한 후 사조직과 구별
선거법상 금지된 사조직은 정당 등 합법적으로 선거운동이 허용된 단체가 아니다. 선거법 87조 2항을 살펴보면 ‘누구든지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해 연구소?동우회?향후회?산악회 등 그 명칭이나 표방하는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사조직 기타 단체를 설립할 수 없다’고 명기돼 있다.
선관위의 한 공보관계자는 “각 대선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포럼이나 팬클럽들을 처음부터 사조직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후보를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포착되면 사조직으로 판단하여 처벌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공보관계자는 또 “그러나 대선 후보자가 좋아서 단순히 친목도모를 위한 교류나 소정의 목적 달성 범위 내에서의 활동은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포럼이나 팬클럽 등과 같은 단체들을 사조직으로 바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사례마다 선거법 저촉 내용이나 그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체들의 활동 내역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사조직과 단순 지원 단체인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포럼을 빙자해 실질적으로는 선거운동을 하는 단체는 선거법에 저촉으로 솎아낸다는 말이다.
실제 지난 2002년에 있었던 제16대 대통령 선거 중에 폐쇄명령을 받은 대표적인 사조직으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꼽을 수 있다. ‘노사모’는 대선 초반에 단순한 팬클럽에 불과했지만 점차 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운동을 벌이면서 그해 10월 선관위로부터 불법 사조직이라는 판정을 받고 폐쇄명령을 받았다.
당시 ‘노사모’는 자발적인 모임으로 출발했으나 회원이 급속히 늘면서 민주당 선대위의 국민참여운동본부와 호흡을 맞춰 활동했다.
특히 ‘노사모’의 대선대책특위 위원장인 이씨가 선대위 ‘1백만 서포터스사업단’의 부단장을 겸임하고, ‘희망돼지’ 분양사업과 노 대통령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티셔츠 판매, 스티커와 홍보물 배부, ‘꿈을 실은 포장마차’ 행사를 주최하는 등의 활동을 해 선관위로부터 사조직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
물론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로부터 지적을 받은 것은 노 대통령만은 아니다. 다른 대선 후보들도 선관위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이회창 후보의 ‘하나로 산악회’, 정몽준 후보의 ‘청운산악회’도 선관위의 법망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
특히 ‘하나로 산악회’는 통상적인 산악회 조직구성의 범위를 벗어나 15개 특별위원회, 1실4본부12국의 본부조직, 시·도 및 해외협의회, 국회의원 지역구와 동일한 시·군·구 지부를 구성하는 등 방대한 조직체를 갖췄고, 조직 관리를 위해 또 다른 사무실을 마련해 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회원 2백만명 확보 100일 계획’을 수립해 회원 증가운동을 벌려오다 전인 회장인 윤씨가 고발된 바 있다.
심의위원회 선거 D-120 발대식, 공정보도 심의 강도 있게 추진
현재 처벌한 단체 후보자의 지지모임 지시, 지휘 증거 확인 못해
현재 시정조치 받은 단체 모두 7개
올해 12월19일에 시행될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지지모임 역시 선관위의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6월21일) 이명박 후보(활동중지3, 폐쇄명령2), 박근혜 후보(활동중지1), 손학규 후보(활동중지1)가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로부터 폐쇄명령 및 활동중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관위가 이명박 전 시장 캠프의 외곽 후원단체인 ‘희망세상 21 산악회’를 선거법이 금지한 사조직으로 결정하고 단체 폐쇄명령을 내린 데 이어 서울중앙지검에게 수사를 의뢰하자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후보 측은 “편파적인 기획수사”라며 맹비난하는 한편 박근혜 후보 역시 “범여권이 재집권 전략 차원에서 한나라당 주자를 공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연일 충돌이 이어지면서 선관위가 곤혹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선관위의 공보관계자는 “현재 선관위에 적발돼 시정조치를 받은 단체는 모두 7개”로 밝혔지만 “후보자가 단체들로 하여금 지시를 내린다거나 그 밖의 활동을 지휘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고 확인된 바 없지만 선거법에 따라 위법으로 판단해 활동 중지를 내린 것일 뿐 시정조치를 받은 단체들이 후보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관위는 지난 22일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전 1백80일부터 선거일까지 정당이나 후보자가 설립·운영하는 기관·단체, 시설의 활동내용 등을 선거구민에게 알리기 위해 정당·후보자의 명의로 또는 그 명의를 유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벽보, 현수막, 방송·신문·통신·잡지, 또는 인쇄물을 이용하여 선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누구든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간판, 현수막, 선전탑 등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 게시할 수 없고 표찰 등 표시물을 착용 또는 배부할 수 없으며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과 마스코트 등의 상징물 역시 제작하거나 판매할 수 없다.
정당?후보자를 지지, 추천 또는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후보자의 명칭·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사진, 녹음, 녹화물, 인쇄물, 벽보 등을 배부·상영·게시할 수 없다. 만일 제한 금지기간 중에 각 규정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근 잇따라 대선 후보자들의 책이 출판됨에 따라 이에 대한 선관위의 시정조치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선 후보자 본인이 책을 출판 할 경우 출판 이익금을 포럼이나 팬클럽과 같은 단체에 운영비로 사용될 수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그 동안 통상적으로 회비를 내왔다는 명목 하에 가능하다.
그러나 정책계발에 사용된다면 다소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포럼 성격에 맞는 목적은 가능하지만 이것이 선거운동으로 이어지면 선거법 위반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정책계발의 도모가 결국 사조직으로 변질 될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설명이다.
선관위 공보관계자 역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며 “구체적 행위를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선후보가 출판기념회를 갖거나 제3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해도 무방하다. 다만 축사를 통해 지지유도를 해서는 안 되고, 출판기념회를 전국에 걸쳐 반복적으로 수차례 진행할 시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경고가 주어질 수 있다. 출판기념회는 횟수와 상관없이 90일 전후로 가능하다.
사이버 검색요원 3백30명 검색활동도
선관위는 선거법 안내 및 위법행위 예방활동의 일환으로 ‘정치관계법 위반사례 예시집’ 2만부를 제작하여 이미 정당과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 등에 배부했다. 또 사이버공간에서 특정 정당·후보자를 지지하거나 추천, 또는 반대하거나 비방하는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3백30명의 사이버 검색요원을 두고 검색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선거기사 심의위원회는 대선을 1백20일을 앞두고 발대식을 가질 예정이며 이에 따라 공정보도에 대한 심의를 강도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