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로 나미에의 <181920>
1998년에 일본에서 첫 발매되어 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일본의 팝디바 아무로 나미에의 초기 베스트 앨범 <181920>은 확실히 남다른 재미를 준다. 내한 공연으로 국내에서의 인지도를 확실히 넓히기 이전에도, 사실 아무로 나미에는 이미 'X-JAPAN'과 함께 국내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 연예인으로 젊은층이라면 누구든 '노래 한 곡 정도는 들어본 가수'에 속했고, 그녀를 '특히' 빛나게 해준 초기 히트곡들을 모은 <181920> 역시 라이센스 출반 이전에도 수입 CD로 갖춰 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결국 이 라이센스 앨범의 의미라면 '새롭게 조성된' 한국팬층에게 저가로 아무로의 초기 시절을 들려준다는 것 정도일텐데, 왠지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며, 한국의 대중음악이 일본의 그것과 얼마나 유사한지, 무엇을 따르려 했고 무엇을 거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비교실험'의 장으로써도 이용될 만하다.
앨범 타이틀처럼 이 앨범에는 아무로가 18세부터 20세까지 발표한 곡들이 실려있으며, 'How to Be a Girl', 'You're My Sunshine', 'Can You Celebrate?' 등 우리에게 익숙한 - 익숙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한 때, 지나가는 거리마다 울려퍼졌으니 - 곡들과 함께, 'Stop the Music', 'A Walk in the Park'와 같은, 그닥 널리 알려지지만은 않은 댄스 수작 트랙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많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일본대중음악'이란 '현재의 재빠른 트렌드'라기 보다 '노스탈지아'의 일종으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고, 이런 기형적인 대중의식의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아무로 나미에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내는 것이야말로 어찌보면 가장 퇴폐적인 감상주의의 일종일 것이다. 그래서 <181920>을 듣는 일은, 이런저런 의미부여 없이도 나름의 즐거움을 확실히 지닌 음악체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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