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 업주·종업원·상인 “생존권보장하라”
집창촌 업주·종업원·상인 “생존권보장하라”
  • 소미연
  • 승인 2007.07.02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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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성매매 집창촌 국회 총집합 생생중계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하라.” 지난 6월29일 전국의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이 국회의사당 앞으로 모였다. 이들은 자신도 엄연히 ‘성노동자’라며 주장,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성노동자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대구, 파주, 원주를 제외한 나머지 포항, 춘천, 수원, 영등포, 청량리 등 전국의 집창촌 여성 2천여 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는 성매매 여성과 공생하는 집창촌 상인들까지 대거 합류해 장사진을 이뤘다. 이들은 하루 영업 매출을 모두 포기하고 거리로 나와 서로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전국의 성매매 집창촌들이 총집합된 집회 현장에 기자가 다녀왔다.

▲ <사진/맹철영 기자>
오후 12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흐린 날씨 속에서도 계속 진행됐다. 이슬비가 내렸으나 성매매 여성들은 미리 준비한 우비를 입고 자신의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그들은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는 것에 우려하여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했으면서도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미인대회를 통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한바탕 신나게 놀아볼 마음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일부 성매매 여성들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훌쩍이기도 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의 주요 인물을 상징하는 가면을 씌운 동료들에게 오자미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통해 한풀이를 했으며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입을 모아 외쳤다.

음성 성매매 활성화 여성가족부 일등공로

성매매 여성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11가지로 축약된다.

▲성매매 특별법 폐지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단체 지원금 중단 ▲성매매 지원 여성단체 신속한 감사원 감사 시행 ▲성노동자 노동자 인정 ▲성노동자 돕는다며 막대한 국민세금 쓰지 말것 ▲집창촌 성노동자 현실적인 자활 대책 신속한 재정비 ▲집창촌 재개발과 정비로 인한 세입자 생존대책 강구 ▲음성 성매매와 산업형 성매매, 개방형 성매매에 대한 법 적용 세분화 ▲질병관리 대책 강구 ▲성산업인과 성노동자 정부가 성매매 산업 전반에 대하여 고민하고 협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날 집회의 총지휘를 맡은 한터 전국 연합 사무국 강현준 대표는 “우리 주위에 만연된 산업형 성매매업소인 맛사지, 안마, 휴게텔, 노래방 등의 증가를 가져온 일등공신은 여성가족부와 주류여성계”라며 “미국에서조차 우리나라를 ‘성매매 천국’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표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한 풍선효과가 점차 음성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 성매매, 청소년 성매매, 해외원정 성매매가 활기치고 있으며 유사 성행위 업소는 더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성매매특별법 이전부터 그 자리에 있어 왔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우리 성산업인과 성노동자 모두를 지탄 받고 멸시 받을 수밖에 없도록 철저하게 사회로부터 이단자로 매도한 것은 주류여성계”라며 “여성가족부가 지원하고 여성단체가 성매매여성 자활 상담 한다는 목적아래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약 6백억이라는 지원금을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탕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 정부가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는 노동자라 자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성매매특별법은 기형적이다”

한터 여종사자 연맹 문희 대표 역시 “우리도 이 나라의 국민이고 주권자이며 노동자”라면서 성매매 여성들도 노동자로 인정받기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성매매특별법은 기형적으로 현실정과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며 성노동자를 핍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안이 무모하게 진행되는 이유에 대해 문 대표는 집창촌 정비와 재개발에 따른 수익문제를 꼬집었다. 집창촌 정비와 재개발을 통해 엄청난 개발수익을 거머쥐려는 일부 부도덕한 정치인의 계략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성노동자들을 위하는 척 거짓 선전을 그만 중단하고 진정으로 우리 같은 소수자 여성들의 권익을 돕겠다는 의도라면 성노동자로 불러야 함이 옳다”며 “성매매 피해 여성이라는 개념은 인신매매로 인한 고용형태를 얘기하는 것이지 우리는 가족과 나 자신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우리 스스로 선택한 길이며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받는 일개 노동자일 뿐이다”고 항의했다.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과 공생하며 살고 있는 상인들 역시 문 대표의 이 같은 항의에 힘을 보탰다.

한터 연합 미아리지부의 한 상인은 “오랫동안 성매매 여성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편견은 지극히 한 단면일 뿐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집창촌에 상주하고 있는 상인들에 따르면 성매매를 활성화시키자는 의도는 없다. 다만 정부의 성급한 판단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며 음성적인 변태업소를 더 많이 배출한 것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성매매 여성들과 더불어 사는 자신들의 향로는 누가 책임 질 것인지 묻고 싶을 뿐이다.

집창촌의 현실은 아직까지도 동생 공부와 부모 입원비 등 생활비를 보태는 안타까운 성매매 여성들이 수두룩한데 법의 잣대가 너무 가혹하리만큼 활용돼 이들의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성매매 여성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침은 전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뇌물 공무원 “성매매 여성보다 더러워”

한 상인은 “이웃으로서 성매매여성들을 바라볼 때 그들은 자신을 포용해줄 수 있는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가슴’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상인들이 그들과 함께 이 자리에 나왔다”며 “몸을 팔아 돈을 받는 성매매가 나쁜 것은 알지만 외국에 나가 성매매를 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사람이나 뇌물 받는 공무원들이 성매매 여성보다 더 더러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성매매 여성은 “먹고 살기 위해 부모가 물려준 밑천하나 몸을 판 죄만 있을 뿐 살인이나 강도 그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본인 스스로 선택한 일을 말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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