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직원들이 성매매를 알선하고 함께 실천(?)한 사실이 알려진 탓이다. 특히 타인에게 모범을 보이고 솔선수범해야하는 정부부처 공무원이 출입기자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성매매를 뿌리 뽑자는 취지아래 정부에선 지난 3년 전부터 성매매특별법을 만들어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이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법령을 역행하고 성매매 알선을 직접 주도한 것에 대해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의 표본이라며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비난의 중심에 있는 농림부 성매매 알선 사건을 취재했다.
이번 사건이 세상에 처음 들어난 것은 지난 6월 초 모 인터넷신문 기사를 통해서다. 그때까지 만해도 의혹에 지나지 않았던 사건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수사로 인해 6월28일 모든 정황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안마시술소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농림부 공무원 이모(47)씨와 정모(36)씨, 한국농촌공사 홍보팀장 김모(46)씨와 농림부 출입기자 정모(40)씨, 송모(39)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회식 4차에 성매매까지
사건은 지난 1월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농림부 홍보관리실 공무원들은 신임 홍보관리관 환영회와 전임 홍보관리관 환송을 겸한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농림부 출입기자 20여 명을 비롯해 농협·한국농촌공사·농수산물유통공사 등 농림부 산하 기관 홍보팀장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같은 날 밤, 경기도 과천시 모 호텔에 위치한 일식집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이어 2차로 호텔 지하에 위치한 유흥주점을 찾았다. 여흥을 즐긴 그들은 호텔 근처의 호프집에서 3차의 술자리를 가졌다.
문제가 된 것은 마지막 4차로 들린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 부근의 ‘P’안마시술소. 당초 20여 명쯤 되던 기자들은 4차까지 오는 과정에서 하나둘 사라졌고 안마시술소까지 동행한 기자는 세 명. 이중 모 일간지 기자는 성매매를 하지 않고 10여분 뒤에 안마시술소를 떠난 것으로 수사 결과 확인됐다.
안마시술소 비용은 90여 만원. 이 비용은 한국농촌공사 홍보팀장 김씨가 개인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농림부는 1차부터 3차까지의 저녁식사와 술값 등으로 3백여 만원을 지출했다. 이중 2백여 만원은 농림부 법인카드로 결제했고, 1백만원은 6개 산하단체 홍보팀장 가운데 한 명이 법인카드로 계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안마만 받으면 1인당 8만원이 지출되고 속칭 ‘2차 서비스’인 성매매까지 포함하면 1인당 17~18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이를 근거로 이들 일행이 안마시술소에서 90여 만원을 지불했다면 최소 5명은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이 점에 착안, 수사를 진행했다. 조사과정에서 대부분이 성매매 사실을 인정했고 당시 일하던 종업원들의 진술도 일치함에 따라 농림부 공무원 이씨를 비롯한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공무원은 공무원다워야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림부와 한국농촌공사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인천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7)씨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공무원도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공무원을 비롯한 공인이라면 남들에게 보여 지는 모습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면서 “오죽하면 국가공무원법에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시민 최모(37)씨는 “90여 만원이라는 금액의 측면으로 볼 때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또 개인이 자신을 비롯한 4명의 성매매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며 “때문에 김씨가 이후, 회사에 접대비 명목으로 그 금액을 청구했을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서울 송파구의 평범한 가정주부 강모(30)씨는 “오르기만 하는 물가에 밤 잠 설쳐가며 고민하고 시민의 의무라는 ‘납세의 의무’를 다해 국가에 떳떳한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데 피 같은 국민의 세금을 하루 밤 유흥비로 탕진한 공무원들의 이 같은 행태에 또 한번 할 말을 잃었다”며 씁쓸한 기분을 표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아직 수사 진행 중에 있다. 때문에 농림부와 한국농촌공사 측은 불구속 입건된 5명의 혐의가 확실히 인정된 상황은 아니므로 그에 대한 답변은 유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혐의가 밝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관 차원의 답변은 피하겠다던 그들이 7월2일 같은 날 한꺼번에 세 사람을 징계조치 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따가운 눈총과 함께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한국농촌공사 입장, "아직 말할 단계 아니다”
한국농촌공사 홍보부 한 관계자는 “기사를 통해 접한 내용이 전부다. 김 팀장이 따로 해준 얘기도 없고 신문 보도에서 개인카드로 결제를 했다고 하니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접대비 명목으로 회사에 청구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피해갔다.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일자로 보직해임 징계를 받았으며 팀장직에서 물러나 연수원으로 발령이 났다.
그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앞으로의 징계조치에 대해선 정확하게 말 할 수 없다. 김 팀장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 스스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정확한 혐의가 드러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차후의 일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혐의 사실이 확실히 밝혀지면 인사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회사규정에 따라 처리 하겠지만 제도 차원의 직원교육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농림부 입장, “공무원은 사람 아닙니까?”
농림부 홍보관리실 한 관계자는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언론에서 이런 식으로 재차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서야 되겠냐”고 불쾌한 심정을 표출했다. 또 “공무원은 사람 아니냐”며 언론의 극단적인 표현과 계속되는 보도에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는 농림부의 실추된 이미지의 극복 방안에 대해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매매특별법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결과가 확정되면 거기에 맞춰서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확실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잊어버릴만하면 한번씩 걸려오는 언론의 전화에 상당히 힘들다. 벌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 보도에도 신중을 기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