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약’ 실태추적 “몸짱 되려다 몸 망쳤다”
‘몸짱약’ 실태추적 “몸짱 되려다 몸 망쳤다”
  • 소미연
  • 승인 2007.07.09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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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앞두고 젊은 직장 남성들이 분주해졌다. 최근 ‘몸짱’ 열풍이 일면서 ‘M라인’은 남성들이 휴가철에 가장 먼저 챙겨야 할 필수품이 됐다. 딱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가슴, 군더더기 없는 팔뚝 없이는 여름휴가를 떠나기 힘들어졌던 것. 이로 인해 휴가를 앞둔 남성들은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주요 화젯거리로 헬스를 등장시켰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남성들의 지나친 몸짱 열풍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남성들이 단기간에 ‘M라인’을 만들기 위해 소위 ‘몸짱약’이라는 건강기능성 식품도 모자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불법으로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의약품은 오남용 사례가 많아 식약청에서 제재를 하고 있지만 브로커를 이용한 뒷거래가 활개를 치고 있어 사정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 인터넷 H카페에 기제된 사진. 회원들은 모델의 근육질 몸매를 보며 희망하고 있었다.
강남의 한 유명 헬스클럽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김상준(가명·29)씨. 평소 직장 일로 운동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김씨는 여름휴가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발에 불등이 떨어졌다. 거울에 비친 그의 체형은 업무와 피로에 찌들어 말이 아니었던 것. 해변가에서 과연 수영복을 입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는 결국 지인의 소개로 고액의 헬스비용을 들여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단 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기대하기란 무리였다. 좌절에 빠져 있던 김씨에게 때마침 희소식이 들려왔다.

‘몸짱약’ 인체 해로운 성분 함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헬스관련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수집 중이던 그에게 한 회원이 ‘몸짱약’ 복용을 권유했다. 회원은 “몸짱약이 대사량을 늘려 체지방 감소 효과를 극대화해 손쉽게 몸을 만들 수 있다”며 “인터넷이나 남대문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속는 셈치고 몸짱약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몸짱약은 리포6(Lipo6), 써모넥스(Thermonex). 김씨는 써모넥스를 택했다.

아침에는 2알을 먹은 뒤 운동하고, 저녁에는 1알을 먹으며 하루 3알씩 챙겨먹었다. 약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운동을 하면서도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근육이 점차 붙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김씨는 자신이 조금씩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게 됐다. 실실 웃음이 나오더니 손까지 살짝 떨렸다. 게다가 약간의 흥분상태를 느꼈다. 불안해진 김씨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자신의 상태를 글로 남겼다.

카페 회원들은 김씨의 글에 “체질에 맞지 않으면 리포6을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글을 달았고, 김씨는 별수 없이 리포6을 구입하기로 했다.

실제 많은 남성들이 ‘몸짱약’이라 믿으며 복용하고 있는 의약품들은 이름이나 그 효능과 달리 식이보충용 건강기능성 식품이다.

문제는 이러한 몸짱약이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 요힘빈(Yohimbe HCL), 시네프린(Synephrine HCL), 옥타파민(Octapamine) 등 건강 유해성분들이 버젓이 성분표에 나와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앞서 김씨처럼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몸짱이 되려다 오히려 몸을 망치는 꼴이 돼버린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정청 건강기능식품규격팀에 따르면 리포6에는 부정맥을 초래하는 최음제 성분으로 알려진 요힘빈, 신경질환을 악화할 수 있는 시네프린,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구굴스테론(Guggulsterone) 등이 들어 있다.

특히 김씨가 복용한 써모넥스의 주성분은 시네프린을 비롯해 흥분제인 옥타파민, 진통작용이 있는 에보디아민(Evodiamine) 등으로 시네프린은 마약 성분과 유사해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컸다.

이들 제품에 들어 있는 다량의 카페인도 지적 대상이다. 복용법대로 약을 먹으면 커피 4잔~8잔 가까이 마신 것과 같은 양의 카페인을 섭치하게 된다. 게다가 많은 사용자가 2~3가지 제품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어지럼증, 울렁거림, 불면증, 불안감, 근육긴장 등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나볼릭’ 의사 처방전 필요

이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성들은 ‘몸짱중독’에서 헤어 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의 ‘성형중독’과 다름없다는 것이 뭇 남성들의 설명이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는 법. 일부 남성들은 근육강화제로 불리고 있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불법으로 복용하기에 이르렀다.

식약청은 지난 5월23일 삼일제약 ‘테스토정’, 한국화이자의 ‘데포남성 주’ 등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테로이드제제 5개 성분 11개 품목에 대해 처방·투약 및 복약지도에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의약전문가들에게 안정성서한을 배포한 상태. 이에 따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식약청의 이 같은 제재에도 남성들의 기개를 꺾을 수는 없었다. 여전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었던 것.

인터넷 포털사이트 헬스관련 H카페에서 만난 한 회원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구하려는 기자에게 “예전과 달리 제재가 심해져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아나볼릭이 소량으로 들어있는 보충제를 섭취하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헬스사이트나 보충제를 파는 도매상에서 아직까지는 아나볼릭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산 짝퉁이 판치고 있으니 구입할 때 잘 살펴봐야 하고, 아나볼릭 구입 시 일정기간 복용 후엔 또 얼마간 복용을 금하며 감보호제와 여성호르몬제를 함께 먹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일러주기까지 했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현재 사정당국의 시야를 피해 브로커를 이용, 최소 1백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복용을 원하는 남성들도 10대 청소년부터 시작해 다양한 연령층이 각기 다른 연유로 구입을 희망하고 있었다.

건강기능성식품 마크 확인 필요

의약전문가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 대해 “잘 쓰면 명약이지만 잘 못쓰면 부작용이 심한 약물”이라며 “최근 미국에서 33세의 보디빌더가 근육강화제를 다량 복용하여 뇌졸중 증세를 일으킨 사레가 보고 되고 있어 이 약물에 대한 주의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헬스강사, 연예인, 10대 청소년, 운동선수 등 남용사례가 많아 국민건강 폐해가 우려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약청은 지난 6월13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제제’에 대해 오남용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정청 관계자는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식이보충제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인지하는 것이 부작용 및 피해사례를 줄일 수 있는 최우선”이라며 “꼭 먹고 싶다면 건강기능성식품 마크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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