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검증공방이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이명박 X파일, 재산 8000억∼9000억원설, BBK, 박근혜 CD, 공천협박·불법도청 공방, 이명박 옥천땅·처남땅 의혹, 은평뉴타운 투기의혹, 도곡동 땅 논란, 이명박 재산은닉 의혹 등 수많은 의혹과 검증 속에 싹 틔워온 갈등이 초유의 후보 법정다툼이라는 ‘화려한’ 꽃으로 피어난 것이다.
이혼의 시작은 ‘갈등’
이명박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와 김씨가 대주주로 있는 경주 소재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가 4일 이 전시장의 부동산 차명 은닉 의혹 등을 보도한 해당 언론사와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유승민·이혜훈 의원, 서청원 상임고문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와 별도로 5일 박근혜 후보측 홍사덕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의 해촉과 서청원 상임고문의 선대위 활동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소를 당한 이혜훈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전 시장 측이) 헌정 사상 초유의 고소난동을 일으키고 있다”며 “의혹의 진실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외면하면서 이 후보의 소명을 촉구하는 의원들을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 분노를 넘어 서글픔마저 느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법정다툼을 놓고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당의 핵심후보로 떠오르며 시작된 양측의 날카로운 신경전은 후보검증론과 함께 보다 심화됐다. 상대방을 향해 수많은 의혹들을 제기하고 외부의 공격과 발맞춰 당내 경쟁후보를 누구보다도 앞장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렸다.
결국 이명박 박근혜 후보는 서로에게 치명적인 칼날을 들이댐으로써 “외부의 적보다 더 무서운 내부 경쟁자”라는 소리를 자초했으며 당의 분열 우려가 현실화 되기 일보직전까지 가는 ‘벼랑에 선 한나라당’을 만들기도 했다.
독자적으로 튕겨나가려는 이명박 박근혜 후보를 끝까지 ‘한나라당’이라는 울안으로 끌어안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검증공방이 법정까지 간 이상 이제 “갈 데까지 다 갔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 정치분석가는 “정치적 부부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법정으로 간 것은 이미 헤어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물과 기름같이 이들이 한집에서 살림을 차렸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의 갈등이 당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한 두 번 나온 이야기가 아닌 만큼 ‘딴나라당’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이명박-박근혜 정치부부의 합의이혼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혼인계약서’ 썼다고 평생 사나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후보로 등록을 마쳤을 때 당 지도부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는 후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특정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경우 그 후보자가 다른 당이나 개인의 자격으로 대선후보로 등록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니 좋건 싫건 우선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당의 경선후보로 등록을 마친 이상 대선 유력후보인 두 사람 중 한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이라는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당의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당의 대선후보를 위해 힘을 보탠다는 데는 당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정치인은 “범여권에 맞설만한 후보가 없으니 당의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생각에 두 후보 모두 경선룰, 당심, 후보 검증에서 큰 마찰을 보이는 등 안간힘을 써왔는데 경선 이후 이를 쉽게 잊을 수 있겠나. 게다가 후보검증에서 두 후보가 서로에게 준 상처들은 8월말 경선을 지나 12월 대선에 이르는 짧은 시간동안 쉽게 치유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닐 것”이라며 두 후보가 당의 결과에 승복하더라도 상대방을 도울 리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동안 한나라당에서는 후보검증이 후보낙마론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 서로를 할퀴는 검증은 결국 한나라당 필패론을 불러올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공멸이 점쳐진다, 제3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말들이 이어졌다.
심각하게 대두된 제3후보론은 정부권련에 노출되지 않은 인물로서, 명망 있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인물, 보수 우파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인물 등 3가지 조건까지 나오며 한나라당 내부를 휩쓴 지 이미 오래다.
당 내외 인사들도 공식 석상에서 “당내 혈전이 계속된다면 본선에서 필패를 부를 것”이라고 한나라당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법정까지 이어진 갈등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분당론’이 조심스레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후보의 지지자들이 우선 당을 떠나서 세력을 규합한 뒤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마지막에 ‘딴나라당’에 각각 안착한다는 것이 분당시나리오의 골자다. 19일 후보청문회를 분수령으로 ‘분당론’이 보다 확실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법정공방, 위자료 위한 것?
한 정치분석가는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겐 서로가 가장 큰 적이다. 적도 이런 적이 없다 할만큼 치열하게 싸웠다”며 “두 후보가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면 한나라당은 8월말 경선 이전에 분당에 직면할 것이다.
분당은 후보청문회를 시작으로 가시화될 것이고 경선을 한 달 여 남겨뒀을 뿐이니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표현이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서로에게 마음이 떠난 부부가 법정에 서는 것은 혼인파탄의 책임을 묻고 위자료를 취하려는 것”이라며 “이를 이명박 박근혜 정치부부에게 대입하면 이혼책임은 당 분열을 획책한 책임이요, 위자료는 이로 인한 당심의 획득”이라고 정리했다. 누가 당의 분열을 이끌어 냈느냐는 명분싸움을 위해 그간 지루한 공방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경선룰로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격한 비난을 쏟아내면서 ‘분당 일보 직전’까지 갔을 때 이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 ‘분당사태 책임론’이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사례에서 보듯 탈당도 큰 정치적 약점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분당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결국 두 후보는 “당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어렵사리 합의를 이뤄냄으로써 가까스로 당의 분열을 막았다.
또한 이들의 헤어짐이 어쩔 수 없는 이유로서 양측의 지지자들을 꼽는 이들도 있다. 이명박 박근혜가 명분싸움에 몰두한다면 그들의 지지자들은 실리싸움에 올인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미는 후보가 경선에 나가고 대선에 나가 대권을 잡아주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한자리 차지해보려는 속성은 정치와 인연을 맺은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러한 지지자들의 계산된 심리가 두 후보의 속내와는 다르게 상황을 벼랑끝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도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권력의지를 부추기며 수많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모세가 홍해 바다를 가르듯 두 편으로 갈라져 있다”며 두 편으로 갈린 한나라당의 잘못된 현실을 빗댔다.
더 나눌 수 없을 만큼 갈갈이 찢겨진 한나라당의 모습은 결국 분당의 기틀은 이미 마련된 것이 아니냐는 뜻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미 분당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