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용역 결과물인 ‘군내 자살처리자에 관한 법제 개선방안 연구’에서 송기춘 교수(전북대, 헌법학)가 강조한 내용이다. 군내 자살은 군인이란 특수신분에서 야기된 불행한 결과이기에 국가가 전면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국방부 전공사상자처리규정이 ‘사망, 순직, 전사’ 구분한 뒤, 사망을 다시 일반사망, 변사, 자살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현재 군복무중 사망자에 대한 보상을 정하고 있는 군인연급법, 국가유공자법 등의 기조는 ‘자살’한 자에 대해선 연금지급 등 보상이 거의 없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자살’을 안보재해로 개념화하여 접근, 유족에 대한 보상과 적절한 예우가 이뤄져야 함을 역설했다.
송 교수는 “다만 타인에 대해 가해를 가하고 자살한 경우나 위법행위의 처벌을 면하기 위한 목적이 직접 동기가 돼 자살한 경우는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용어 사용 자체가 망자와 유족에게 불명예를 주고 있는 ‘자살’ 항목을 빼고, 공무상 사망과 공무외 사망으로만 구분하자는 뜻이다.
자해 사망자와 그 유족에 대해 국가의 강한 책임이 필요한 근거로 송 교수는 현행 병역제도가 개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집행되는 징병제란 점을 꼽았다.
이번 용역은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연구수행했으며, 송 교수와 함께 이재승 교수(전남대, 인권법), 이계수 교수(건국대, 행정법)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발표 내용은 용역수행기관의 결과물로서, 군의문사위의 방침과 다를 수 있다.
송 교수 등은 군내 자살사고에 대한 ‘안보재해 개념화’와 ‘국가의 책임’이란 기본 원칙 아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관한 법률’(국립묘지법), 군인연금법 등의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의 두 가지 방향을 제안했다.
제도 개선 방안은 첫째, 국가유공자법을 개정 보완해 자살 처리자가 안보재해로 사망한 경우 유공자 지위를 인정하고,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부여하며, 유족에 대한 국가유공자 유족 보상과 처우를 가능토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국가유공자법에 제4조의 2(안보재해사망)을 신설해 ‘군인, 소방관, 경찰 등 특수직역에 종사하는 자로서 비정상적인 심리상태에서 자해 사망한 경우’를 안보재해 사망으로 정의하고, ‘합당한 동기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경우의 자해사망은 비정상적 심리상태에서 야기된 것으로 추정’하여 적용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서의 제외 사유를 규정한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5항 제4호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에 “단 안보재해사망자로 인정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넣는 것이다. 이러한 법 개정을 통해 안보재해사망자의 유족은 보훈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립묘지법에도 “단 자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라도 국가유공자법 규정에 의한 안보재해사망자로 인정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신설해 안장 자격을 주면 된다.
두 번째 방안은 군인연금법을 개정해 사회보장방식의 유족연금을 지급하고, 대만이나 미국식 군인묘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군인연금법에 ‘안보재해 사망자로 인정된 경우’ 조항을 신설해 사망당시의 보수월액(징집병의 경우 중사1호봉에 준해 적용)에 따라 유족연금과 사망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군내 자살자도 공무수행과의 연관성에 따라 안장 할 수 있는 대만의 군인묘지와 자살자에 대한 안장제한규정이 없는 미군의 군인묘지 방식을 도입, 국립묘지 안장에서 ‘안보재해 사망자’의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용역의 대표 연구자인 송기춘 교수는 “징병제 하의 군내 자살은 유족의 문제를 넘어 모든 국가구성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자살자와 그 유족에 대한 사회의 배제와 방치는 단기적으로 국가예산 절감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군복무에 대해 염증과 엄청난 상실감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 교수는 “자살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예우는 자식과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며 “이러한 제도개선은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타파와 자발적 의무이행에 대한 의지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철 군의문사위 상임위원은 “군내 자살처리자에 대한 국가차원의 예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연구 결과물이 군에서 숭고한 생명을 잃은 분들과 그 유족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마련하는 기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상임위원은 또한 “군내 자살처리자에 대한 정책과 제도 개발은 새로운 병영문화 형성은 물론 선진 강군 건설을 위한 ‘국방개혁 2020’의 성공적 추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군의문사위는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 각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군내자살처리자 관련 제도개선의 구체적 방향을 잡아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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