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조카가 운영하는 회사…하이트진로 “고의 아냐”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하이트진로가 박문덕 회장 친척이 보유한 계열사 5곳을 9년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공시 대상 기업진단 신고와 자료 제출 의무 위반 혐의로 하이트진로에 대한 현장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총액 5조 원 등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은 공시 대상 기업 집단으로 지정돼 지배 구조 관련 사항을 공시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또 공정거래법상 총수 친족 8촌이나 인척 4촌 이내 특수관계인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는 해당 기업의 ‘계열사’로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0년 신고 대상인 송정, 연암, 대우컴바인, 대우패키지, 대우화학 등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 회사는 제품 포장지, 라벨, 플라스틱병 등을 만드는 곳으로 박 회장 조카, 사촌 등 친인척이 지분 100%을 가지고 있다. 일부 회사는 하이트진로와의 내부 거래 비중이 93%에 달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5개사를 9년간 신고하지 않은 것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해 본사 현장조사까지 마친 상태다. 거래 내역 등 조사 결과를 토대로 총수인 박 회장 검찰 고발 조치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해당 회사들이 신고 대상인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고의적인 누락이 아닌 단순 실수라는 것.
하이트진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긴 어렵지만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다만 해당 회사들은 동일인이나 직계 존비속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독립 경영을 하는 회사로, 신고를 고의로 누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테라’와 ‘진로이즈백’의 영업 흑자로 성장세를 거듭하던 하이트진로가 주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날 주가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하이트진로는 전 거래일 대비 1050원(-2.48%) 하락한 4만125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