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인가 국회의원들이 금배지 외에 이런 저런 여러 개의 배지를 마치 양복 깃이 진열장이라도 되는 양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고 있다.
원내 입성하면 달게 되는 금배지 외에 1개 정도 다는 수준이야 과거에도 본 적 있지만 일부 의원처럼 이런 저런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경우는 좀처럼 보지 못한 만큼 그가 누구인지 한 눈에 들어오기는 했는데, 거기서 받게 되는 이미지가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도가 지나치다고 느낄 만큼 혐오감까지 든다는 게 문제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성조기 배지를 부착하는 경우는 있어도 특정 단체를 나타내는 배지를 의원들이 달고 다니는 건 전혀 본 적이 없는데, 우리나라 의원들은 정도를 벗어난 모습을 보이는 데에 무슨 희열이라도 느끼는지 17년 전엔 유시민 의원이 백바지를 입고 본회의장에 등장하더니 이제는 배지 수집가까지 국회 카메라 앞에 나서고 있다.
요즘 아무리 PPL이 흔한 시대가 됐다고 해도 따로 광고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면 TV에서조차 상표명을 가리는 게 보통인데, 무슨 빼곡하게 훈장을 단 인민군 장성도 아니고 일부 국회의원은 특정 단체 홍보를 위해 국회에 나온 것처럼 온갖 배지를 수두룩하게 달고 나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특히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도 된 듯 세월호 나비 브로치와 제주4·3 항쟁 희생자를 기리는 동백꽃 배지, 청소년 참정권 배지 등 늘 여러 개의 배지를 달고 있고 심지어 팔찌까지 하기도 해 이 사람이 보이스카우트 아닌지 헷갈릴 지경인데, 특정 단체 홍보라든지 자신을 알릴 수단으로야 그동안 효과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국회의원이라면 공식적 자리와 비공식적 자리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되지 않은지 묻고 싶다.
개인적으로 배지를 도배하고 다니는 거야 상관없겠지만 일단 국민을 대표하는 300명의 일원이 됐다면 단지 자신의 선호만 앞세워 특정 단체를 대변하겠다는 듯한 모습은 이제 탈피해야 맞지 않을까? 이건 자기 가게 홍보만을 위해 주변 미관을 해치는 간판을 커다랗게 여기저기 달아놓은 이기적 행태와 대체 뭐가 다른가? 대다수 다른 의원들은 홍보할 줄 모르거나 양복 깃이 없어서 단지 국회의원임을 증명하는 금배지만 달고 다니겠냐는 말이다.
20대 국회에서야 처음으로 원내 입성했다보니 설령 초선의원으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그랬다 해도 이제는 재선에 성공한데다 최고위원도 지냈었고 급기야 21일엔 당권 도전까지 선언했던데 이미 다 뭍으로 건져낸 세월호 관련 배지까지 아직도 차고 다니는 꼴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배지인지 언제까지 ‘사골 우리듯’ 곱씹을 것인가 직접 묻고 싶을 정도다.
더구나 시민단체 대표도, 특정 단체 대변인도 아니고 명색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면 기본적으론 자신에게 찬성이든 반대든 혹은 불참했든 간에 그 지역 구민들 모두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갖고 일하는 게 상식인데, 박 의원은 특정인, 특정단체, 특정 지역구민, 특정 유권자만을 대표하겠다고 선포라도 하는 것인지 국민을 뭉치게 해도 모자랄 상황에 오히려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비단 박 의원 외에도 일부 국회의원은 의원배지조차 하지 않은 채 다니는 등 별별 의원들이 많은데, 저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꼼수인지는 모르겠으나 국회의원 배지만 다는 것도 그토록 힘들다면 지난 2016년 때 추진했듯 아예 국회의원 배지를 모두 없애버리는 방안을 이번 국회에서 입법화하는 게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