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청와대’ 비밀
‘한남동청와대’ 비밀
  • 이보배
  • 승인 2007.07.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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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자택 주변 땅 매입 그 후 10년…

최근 삼성그룹 이건희(66)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 주변 일대에 대한 재계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974년부터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명의로 대거 매입한 한남동 자택 주변 3천6백여 평의 택지를 일제히 삼성그룹 산하 법인 명의로 바꾼지 10여 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1996년 당시 삼성그룹은 갑작스런 명의변경으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때문에 이후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주변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남동 청와대’라고 불리며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주변 740~742번지 일대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현장을 직접 찾았다.

▲ 한남동 이건희 회장 자택 주변 일대
부동산실명제 본격 실시(1996년7월1일)를 앞둔 지난 1996년 6월, 삼성그룹(이하 삼성)이 전·현직 임원들의 소유였던 택지를 삼성 산하 법인명으로 한꺼번에 바꾸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임원명의의 토지 소유권 등기를 한꺼번에 이전 한 것은 부동산실명제 본격 실시를 앞두고 명의신탁이 문제될까 미리 수를 쓴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은 부동산 실명제가 실시되기 일주일전인 1996년 6월21일~24일 사이 3필지, 3월4일 3필지, 22일 7필지, 1월31일 2필지, 1995년 말에 5필지를 삼성전자,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3개의 법인명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삼성전자 세무조사 과정에서 사안별로 탈세여부 조사와 함께 한남동 땅을 포함, 부동산 거래과정을 조사한 바 있다.

‘삼성타운’ 맞긴 맞네.

1970년대 매입 초기, 평당 수십만원에 불과했던 이 회장 자택 일대의 택지는 남산 하얏트호텔 아래 전망 좋은 고지대인데다 인근에 지하철역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적어도 평당 몇 천만원을 웃돈다. 게다가 부자들만 살다보니 매물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이 1970년대 중반부터 법인 및 임원명의로 사들인 한남동 부지는 전용 주거지역으로 모두 6천여 평에 이른다. 이 중 1996년 그룹 산하 법인명으로 등기를 옮기기 전까지 임원 명의의 택지는 2천여 평 이었다.

1996년 당시 삼성이 이 회장 자택 주변의 택지 명의를 갑작스럽게 바꾼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당시 이 회장은 이 일대를 사회공익시설 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자택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지역교육복지시설과 교육훈련장 등을 세우고 오른쪽에는 조각공원과 문화예술 관, 앞쪽에는 탁아소, 집회장 도서실 등이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한남동 740~742번지 일대를 다시 찾았을 때 변화를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10여 년 전과 비교해 달라지지 않은 것은 이 회장의 자택(740-10)뿐, 이 회장 자택을 중심으로 3개 번지 일대는 확실히 달라졌다.

이 회장 자택 오른쪽 앞쪽 741-1~21번지에는 ‘에스원 문화센터’가 자리 잡고 있고 토지와 건물 소유주는 과거와 변함없이 에스원(주)에게 있다. 왼쪽으로는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63) 여사가 관장으로 있는 ‘리움박물관’이 들어섰다. ‘리움박물관’은 이 일대에서 가장 넓은 면적(약 2천5백여 평)으로 742번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996년 당시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 명의를 이전하고 한남동 ‘삼성타운’ 설립계획을 발표한 이래 총 공사비 약 1천3백억원을 들여 8년 여의 공사 끝에 2004년 10월 그 모습을 드러냈다.

‘리움박물관’은 뮤지엄1 - 고미술 전시관, 뮤지엄2 - 현대미술 전시관, 삼성 아동교육문화센터 등 3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택지가 가장 넓은 만큼 742번지에는 ‘리움 박물관’을 비롯해 삼성 그룹 산하의 3가지 재단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복지재단’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해당 번지의 토지와 건물 소유권은 1996년과 다름없이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가지고 있다.

이로써 1996년 당시, 자택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지역교육복지시설(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과 교육훈련장 등을 세우고 오른쪽에는 조각공원과 문화예술관(리움 박물관), 앞쪽에는 탁아소, 집회장, 도서실 등이 들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던 이 회장의 말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740번지 일부 ‘공사중’

취재 결과, 740~742번지 일대의 토지 소유주는 대부분 1996년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이 회장의 자택 주변 740번지 일부만 택지의 소유주가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40)과 부인 홍라희로 바뀐 점이다.

740-5, 6번지는 지난 2000년 11월30일자로 소유주가 이재용으로 바뀌었고, 740-7, 12, 14번지는 2003년 8월27일자로 홍라희 소유가 됐다. 각각 같은 날 명의이전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740-7번지 소재 건물의 경우, 토지 명의이전과 같은 날(2003년8월27일) 삼성전자(주)에서 홍라희로 명의이전 됐고 740-12번지의 건물은 2004년 11월2일 홍라희 소유가 됐다. 홍라희 소유의 건물 두 채는 등기부 등본 상으로는 근린생활시설이라고만 표기되어 있어 건물의 용도를 확실히 파악할 수 없었다.

이로써 이 회장 자택 주변과 가장 가까운 4개 번지의 소유주는 모두 이 회장의 가족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740번지 일부만 제외하면 이 회장 자택 주변의 토지와 건물 소유권은 대부분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에 있다.

▲ 한남동 740번지에 위치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자택
현장 취재 결과 740번지 일부 택지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해당 택지의 소유주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에 대해 삼성재단 홍보팀 관계자는 “토지 소유주가 꼭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슨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며 “1996년 당시 발표대로 이 일대를 사회공익시설 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리움박물관을 개관하는 등 하나씩 이뤄내고 있다. 한꺼번에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차분히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튼 현재 진행 중인 공사는 우리 재단에서 추진하는 공사가 아니다“고 밝혔다.

10여 년전의 발표대로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주변을 ‘사회공익시설 단지화’ 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 재단 측의 설명이다. 당시 이 회장 자택 주변 토지 명의 변경이 탈세 의혹을 털어버리려는 작업(?)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10여 년의 노력에 앞으로 한남동 일대의 변화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현재 이 회장이 머무는 자택은 이태원동 135번지로 알려져 그 일대도 ‘제2의 삼성타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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