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그 대로 만들면 누가 뭐라 그래~”
“카탈로그 대로 만들면 누가 뭐라 그래~”
  • 이보배
  • 승인 2007.07.18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S건설 입주자들 원성에 시달리는 까닭

▲ 입주 예정자들의 원성에 시달리고 있는 성남 GS자이 아파트
최근 GS건설이 성남 GS자이 아파트 일부 입주 예정자들의 원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아파트 분양 당시 카달로그 상의 아파트와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설계도면과 다르게 조성된 조경시설은 입주 예정자들이 입을 모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이다. 위험천만한 놀이터와 테마공원이라고 하기엔 너무 부족한 식재, 아파트 곳곳의 경사로 등이 바로 그것. 이번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성남으로 직접 찾아가 취재했다.

성남 GS자이 아파트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2005년, 온라인 상에 입주동호회를 구성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새 집에 대한 꿈을 키웠다. 준공일을 앞둔 6월 초, 입주 예정자들은 드디어 자신들이 살게 될 아파트에 대한 사전점검을 실시했다. 사전점검을 마친 동호회원들은 새 집에 대한 희망보다는 실망감 속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말로만 테마공원, 원두막 ‘쌩뚱’

입주 예정자들이 이와 같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최고의 브랜드를 자랑하는 GS자이가 분양 당시 카탈로그상적시한 내용과 현재 완성된 아파트와는 영 딴판이라는 것이다.

먼저 테마공원의 경우, 설계 당시 카탈로그 상에는 공원 중심에 아름드리 나무가 우뚝 솟아 있고 그 바깥으로는 여러 가지 식물들과 입주자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할만한 공간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완성된 테마공원은 공원이라기엔 좁은 공간과 부족한 수목, 그리고 실용성이 적은 원두막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애초에 설치하기로 되어 있던 놀이터 대신 설치된 고가의 핀란드산 미끄럼틀은 아파트 사전점검시 부모와 동반한 아이들이 다치는 사고가 이미 한 차례 발생해 위험성이 문제됐다. 테마공원을 구성하고 있는 수목의 경우에도 주변 모 아파트와 비교 했을 때 수종의 선택이나 수령, 굵기 등에 있어 현격하게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입주 예정자의 설명이다.

또 문제가 된 것은 준공을 앞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400세대의 타일시공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과 108동 출입문 앞 옹벽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보기에도 아찔한 경사면에 황색 토사가 볼썽사납게 자리 잡고 있고 비라도 오면 무너져 내릴 것 흘러내릴 듯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민들의 이 같은 항의서한을 시공사인 GS건설 측에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명확한 답변이 없자 성남시청에 민원을 제시, 준공승인을 유보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S자이 현장사무소 측은 일부 입주민들의 빠른 입주를 위해 임시사용 승인을 신청했고 성남 시청은 이를 허락, 7월9일 현재 30세대가 입주한 상태다.

삼각구도 엇갈리는 이야기

이번 사건에 대해 GS건설 측은 “분양당시의 설계도면과 일부 부분이 다르게 시공된 점은 인정하지만 시행사인 조합원과 감리단의 승인을 거쳐 진행된 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위험해 보이는 고가의 핀란드산 원목 미끄럼틀.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같은 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성남 GS자이 아파트가 재개발 아파트라는 점에 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아파트는 이전에 그 구역에 거주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합을 구성하고 조합이 공사의 시행사가 되어 시공사와 협의·승인의 절차를 거쳐 공사를 진행한다.

성남 GS자이 ‘성원·OPC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정휘만(53) 조합장은 “많은 사람들이 주관적인 입장을 내세우면 어떻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겠느냐”며 “조합은 7백65명 조합원의 과반수이상이 안건에 찬성을 하면 공사를 진행시키는 것으로 의견을 통합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공사와 충분한 논의가 있었고 특별한 불만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조합원이 될 수 없는 나머지 1백여 세대의 입주 예정자들에게 있다. 조합과 시공사가 아파트의 모든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이 살게 될 보금자리가 어떤 식으로 공사되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입주 동호회원 정모(34)씨는 “조합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GS건설과 조합이 시공사와 시행사라는 자격으로 공사의 진행사항에 대해 상의하고 논의했다면 입주자들에게도 동의를 구했어야 맞는 것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씨는 입주 예정자들은 그 동안 다른 재개발 아파트에서 제기됐었던 시공사와 시행사간의 불법 로비와 관련해 “자제 설치에 드는 비용을 줄여 나눠 먹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놀이터의 경우, 당초 계획대로 진행했으면 값도 싸면서 안전한 놀이터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입주자가 원하지도 않는 고가의 핀란드산 원목 미끄럼틀로 갑자기 바꿀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것.

또 발코니 타일 시공이 안 되어 있었던 4백세대에 대해서도 “확장공사를 하면 어차피 떼어내야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애초 공사비용에 타일시공비가 포함되어 있을 텐데 시공자체를 안한다는 것은 이 돈을 남기려는 속셈 아니냐”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성남의 한 아파트 샤시 시공업자는 “값싸게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남은 비용을 처리할 수 없게 되자 미끄럼틀이 고가인 점을 이용해 남은 돈을 부당이익으로 남기려 한게 아닌가 싶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정씨는 “아파트를 둘러볼수록 추가문제점들이 지적된다”며 “GS건설 측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끝까지 문제점들의 보완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 미니인터뷰

“수용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문제점 해결 하겠다”

입주 예정자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했던 미흡한 조경시설에 대한 GS건설 측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다.

Q. 완성된 테마공원이 카탈로그보다 규모가 작아 보인다. 테마공원조성이 당초 설계도면과 다르게 진행된 이유는 무엇인가.
A. 설계도면 제작 당시 소방도로를 확보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이 점을 알게 됐고 설계도면을 수정, 조합의 승인을 받아 공사를 진행했다. 규모는 보는 각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도면의 경우 공원이 더욱 부각되어 크게 보일 수 있다. 실제 크기를 축소에 도면에 표시한 것으로 크기에는 차이가 없다.

Q. 놀이터는 정말 위험해 보인다. 이 자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공원에 대한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 놀이터에 더욱 신경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 됐다. 당초 계획했던 놀이터보다 가격 면에서 2~3배가량 차이가 나는 고급 원목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입주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안전장치를 설치해서라도 마음에 들도록 만들겠다.

▲ 문제 됐던 108동 출입구 쪽의 옹벽. 현재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녹생토 처리까지 마쳤다.
Q. 108동쪽의 옹벽위의 토사 문제는 어떻게 된 일인가.
A. 원래 이 지대가 고도차가 커서 공사 시작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신경 써서 시공했다. 일단 옹벽을 세우고 붕괴될 위험이 없도록 높이조정까지 마쳤다. 수로공사까지 7월 첫째주에 마친 상태다. 원래 계획에도 있었지만 옹벽 뒤쪽으로 민가가 있어서 빠른 공사추진이 불가피했다. 사면 안정을 위해 소일라이닝 처리와 함께 미관상 보기 좋도록 녹생토 처리도 마친 상태다.

Q. 4백세대 발코니 타일시공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A. 타일시공이 되지 않은 400세대는 발코니 확장을 원하는 세대였다. 발코니 확장공사를 할 때는 붙어있는 타일도 떼어내고 공사를 한다. 때문에 타일 시공을 했다가 다시 떼어냈을때 생기는 경제적 낭비와 자원낭비를 줄이고자 시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전점검을 마친 입주 예정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 5일 100% 시공을 마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