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측 공여자 진술 신빙성 없어"
박광태 ‘무죄’...광주시장 ‘컴백’
현대 비자금으로 감금됐던 박광태 광주시장이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고 시장 정상업무에 들어갔다. 이는 서울고법 형사1부(이주흥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현대비자금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천만원이 선고된 박광태 광주시장에 대한 원심을 깨고 항소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3천만원을 건넸다는 현대건설 임모 부사장이 피고인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한 경위에 대한 설명이나 의원회관 통로, 사무실 구조 등에 대해 진술한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너무 달라 기억력의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씨가 2000년 7월 피고인을 만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했다고 하지만 의원회관 컴퓨터에는 임씨 방문기록이 없을 뿐 아니라 중요한 일로 피고인을 만난다면서 사전 약속도 없이 찾아간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도 검찰조사에서 공소사실을 시인한 뒤 지인들과 만나 식사를 하면서 `법정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한 바 있을 뿐만 아니라 영광원전 건설과 관련해 청탁대가성이 있다고 볼 뚜렷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2000년 7월 국회 산업자원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현대건설 임모 부사장으로부터 "영광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으로 3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문화중심도시 육성 사업 가속도 붙게 돼
박 시장이 ‘무죄’로 풀려나옴으로써 광주시정이 정상 궤도를 되찾게 됐다. 광주시는 무죄선고와 함께 박 시장이 시장직무에 복귀함에 따라 모처럼에 활기를 되찾았다. 그동안 시장 부재에 따른 시정 차질 등이 전격 해소되는 계기를 맞게 됐다. 우선 당장 내달 중 확정될 예정인 국가기관 및 중앙공공기관 지방유치 문제를 비롯 문화중심도시 육성 문제, 전남도와의 현안 사업 협력 문제 등 산적한 난제들의 해법이 탄력을 받게 됐다.
기관 유치문제의 경우 애초 시장 재직시만 해도 박 시장의 정치력을 높이 사 알짜 기관 유치가 낙관됐으나 시장 유고 이후 현재까지 진행되는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시장의 복귀로 이들 기관 유치 업무는 큰 힘을 받게 됐다. 또 광주의 재도약 기회가 됐으나 문화관광부와 광주시, 정부간의 보이지 않은 불협화음 연출로 추진속도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문화중심도시 육성 사업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그동안 문화중심도시 육성 사업의 부진은 사업 추진 파트너인 시장 부재에 기인한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등돌린 호남민심 달래고자 석방?
특히 한때 광주.전남이 서로 유치하겠다며 심한 마찰을 빚다가 극적 합의를 이뤄낸 경륜장 문제, 엑스포 문제 등의 사업들도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 이들 사업은 한 지역 공동체 발전의 시너지 효과가 크게 기대됐으나 합의 당사자인 박 시장이 구속되고 박태영 전남지사마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현재 사업추진율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다.
시민들은 검찰의 상고에 따른 대법원의 마지막 판결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속에서도 박 시장의 석방을 크게 반기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을 통해 광주시가 더 성숙하고 발전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특히 시정공백이라는 희생을 치렀지만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을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석방 배경에 호남소외론으로 현정권에서 등돌린 호남민심을 달래고자 석방을 했다는 해석이다. 이는 박 시장을 유죄 판결하여 지자체 재.보선에 여당이 출마한다 해도 승산이 없다는 결론에서 ‘못 뺏을 자리 어짜피 인심이나 얻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3일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광주 방문을 했다가 ‘혼쭐 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에서다.
박광태-박준영 “상생.협력 하자”
박 시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다음날 "시.도가 상생.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다짐했다. 박 시장의 석방을 축하하기 위해 광주시청을 방문한 박준영 지사는 이날 오전 시장 집무실에서 박광태 시장을 만나 "무죄 석방을 축하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 지사는 "시장 부재로 인해 광주.전남이 협력해야 할 사업들을 추진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며 "이제 박 시장과 함께 광주.전남의 새미래를 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언론.행정.정치가로서 경륜을 두루갖춘 박 지사에게 존경을 표시한다"며 "특히 전남 무안공항 개항과 관련 광주공항 폐쇄론이 제기된데 대해 광주.전남의 상생발전을 위해 광주공항은 국내선, 무안공항은 국제선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광주공항 폐쇄론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소식을 옥중에서 듣고 박 지사의 통찰력에 탄복했다"고 화답했다. 두 단체장은 이날 한 뿌리인 광주.전남의 공통 현안이 경제살리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오늘부터 관광.환경.문화수도 육성 등 여러분야에서 상생.협력의 시대를 새로 열어가기로 거듭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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