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증권이 증권업계의 구설수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올 초부터다. 대신증권의 스타급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 그 이유다.
증권가의 ‘스토브리그’는 보통 1~2월에 많다. 증권사의 결산법인이 3월이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의 이동이 이때 가장 많기 때문이다. 올해 초 증권가 ‘스토브리그’의 하이라이트는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사장이 대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9.11테러 당시 주가 흐름과 증시등락을 제대로 예측해 ‘족집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터라 금융계를 비롯한 대신증권은 충격이 매우 컸다고 알려졌다. 엎친데 덮친격, 그의 이동으로 한 솥밥을 먹던 대신증권의 양경식 투자전략팀장도 대투증권 리서치센터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대신증권의 조용화(금융) 애널리스트가 삼성투신운용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능력 있는 인물들이 대거 대신증권을 빠져나갔다.
한꺼번에 스타급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빠져나가자 대신증권은 원치 않는 구설수에 휘말려야 했다. 게다가 곧 이어 터진 국민은행과의 M&A설은 대신증권을 둘러싼 구설수에 기름을 들이부은 셈이었다.
올해 초,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금융, 증권업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기업 부풀리기에 힘써야 했고 이를 위해 전략을 세우는 업계가 늘어났다. 그로 인해 금융, 증권, 은행간의 M&A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그 중심에 국민은행의 대신증권 인수설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홍보실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다. 증권가를 맴도는 소문에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며 “이 업계에는 몇 천에서 몇 만가지의 루머가 떠돌기 마련이다. 그런 ‘찌라시’성의 루머에 일일이 답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신증권의 구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불거진 루머는 바로 양 회장의 경영복귀설이다.
대신증권의 창업주이자 2001년 은퇴할 때까지 흔들림 없이 경영을 이어온 자타공인 증권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런 양 회장의 입장에서 볼 때, 대신증권을 둘러싼 최근의 구설수들은 거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양 회장은 지난 2000년 대신증권은 부실 계열사에 거액을 부당지원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적발돼 ‘해임권고’라는 초강도 징계를 받고 2001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경영에서 손을 떼야 했다.
그로부터 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고 대신증권이 연일 증권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등 좋지 않은 소문이 계속 퍼지자 창업주 양 회장의 컴백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측은 “당장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현재 이어룡 회장과 남정남 사장님이 잘 이끌어가고 있는데 경영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양 회장이 갑자기 경영에 복귀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증권가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으로 관측됐다.
증권계 한 관계자는 “대신증권이 여러 가지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는 이상 증권업계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웠던 양 회장의 경영 복귀가 아예 터무니없는 소문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냥 묵과하기에는 무게감이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3일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에 통과되면서 증권, 금융업계 안팎으로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때에 구설수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역사성 있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명예로운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