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악극 <곡예사의 첫사랑>
대한민국에서 '서커스'라 하면, 그대로 '동춘서커스'가 떠오를 정도로, 1925년 고 박동춘씨가 창단하여 시대를 풍미한 '동춘서커스'는 해외 트렌드와 우리 정서가 만나 이루어진 가장 독특하고 독보적인 형태의 공연단이라 할 수 있다. 일제 치하에서부터 동족상잔의 비극, 정치적 혼란기를 모두 아우르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동춘서커스'. 1990년대 이후 고 박동춘씨의 양아들 박세환씨의 노력으로 크고 작은 서커스단을 통합하여 다시 한 번 '국내 서커스단'의 맥을 잇고 있는 '동춘 서커스'가 다시 한 번 일반대중들을 향해 나아갈 기회를 마련했다.
바로, 중장년층 엔터테인먼트로써 최근 유행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악극'의 형식을 빌어 '서커스'와 '악극'이 만나 이루어진, 가장 고전적인 형태의 '서커스 쇼'를 재현하려 하는 것. 이미 서영춘, 배삼룡, 심철호, 백금녀와 같은 희극인들을 배출한 바 있는 '동춘'이기에 이런 '현재에 이르러서는 낯선' 형식이 오히려 친숙할 듯도 한 일인데, 이번 공연 <곡예사의 첫사랑>은 서커스의 상징과도 같은 '천막'을 걷어내고 시원한 야외에서 공연되어 옛 형식과 새 트렌드가 만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낼 예정이다.
<곡예사의 첫사랑>은 실로 다양한 - 한 때 이런 형식을 '버라이어티 쇼', 더 이전엔 '보따리 쇼'라고까지 부르기도 했다 -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춘곡예예술단'('동춘 서커스'의 새 이름이다)의 '본래 영역'인 공중곡예와 마술, 차력을 비롯한 20여 종의 서커스 메뉴 사이 사이로, 1940∼60년대 악극 공연에 실제로 참여했던 우리 시대 마지막 악극 스타들인 남철, 남성남, 원희옥, 김태랑 등이 만담과 광대마임, 소극과 '경상도 아가씨', '샌프란시스코', '도라지 맘보', '유정천리' 등 16곡에 이르는 옛 가요들을 쏟아붓는 <곡예사의 첫사랑>은, 요샛말로 '크로스-오버'의 기상천외한 영역을 밟아 나가는 듯 보이면서도, 정감 어리고, 풋풋한 우리 '서민 엔터테인먼트' 원형을 본다는 남다른 재미도 함께 선사해줄 수 있을 것이다.
'모자 자글링', '맘보', '밥상돌리기', '의자 탑쌓기'...신세대들 중에서도 이런 단어들이 궁금한 이들이 있다면, 당장 확인하러 가보아도 좋을 듯.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일시: 2004.08.1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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