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학원의 부도위기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1월 명지빌딩을 매각할 만큼 재정에 곤혹을 치루고 있는 명지학원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원도 내에 관동대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세워야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게다가 명지건설이 지난 6월 한국신용정보(이하 한시정)로부터 C등급으로 하향된 뒤 여러 가지 차입금 상환 방안을 내놓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명지학원 측은 “부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문제해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우려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명지건설 등급 하향, 호전될 기미 보이질 않아 “어려운 상태”
명지학원은 세간에 알려진 대로 방대한 재력을 확보한 학교법인이다. 명지대학교와 관동대학교, 명지전문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만 3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탄탄한 재정을 자랑해왔고 여기에 유치원과 초, 중, 고등학교(2곳)는 물론 새마을금고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 수익사업체로 (주)고려여행사, 명지건설주식회사, 명지빌딩, 명지일영풀장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명지빌딩은 1년 임대료가 약 1백억원에 상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명지학원의 자산규모가 웬만한 중견그룹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병원과 법인의 부도설 관계없다”
하지만 최근 명지학원이 명지빌딩을 매각하면서 뒷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명지학원은 차입금 상환 등의 이유로 지난해 8월 교육인적자원부의 처분허가를 받아 올해 1월 중순 명지빌딩을 최종적으로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명지빌딩을 매각할 만큼 재정이 어려운 것이 아니냐, 무리하게 병원에 투자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왔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명지빌딩은 토지 면적 3,525㎡(1,066.34평), 건물연면적 59,500.43㎡(17,998.88평)으로 명지학원의 대표적인 수익사업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정황상만 따져보면 명지학원의 부도위기설은 명지병원으로부터 시작된다. 명지학원은 지난 2002년 병원을 인수하면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2003년 11월 신축해 현재 임상교수와 전공의가 2백여 명으로 24개의 진료과가 운영 중에 있으며 6백60병상이 가동률 90%에 달하는 등 남는 병실이 없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결국 병원을 살찌우는 데에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면서 재정적으로 휘청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명지학원 부도위기설의 골격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명지병원은 이 같은 설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오히려 명지건설이 명지학원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명지병원의 한 관계자는 “병원이 신축공사를 하면서 법인의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병원과 법인의 부도설과는 아무 상관없다”며 “병원이 아닌 건설에서 법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인이 병원에 투자한 비용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힘들다”며 거부했다.
한편, 명지건설은 지난 6월 한신정으로부터 단기신용등급 ‘C’로 하향된 평가를 받았다. 지난 5월 ‘B-’로 하향된 지 한 달 만에 또 다시 하향된 것. 이 같은 한신정의 조치는 명지건설의 거액의 전기오류손실이 발생,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명지건설은 지난 2004년 12월 이전에 과소계상한 1천2백28억원을 단기비용으로 처리하면서 1천6백15억원의 거액 손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9백68억원의 자본잠식 상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신정은 자본잠식과 함께 회계투명성 저하, 회사의 자구책 실행 지연 등으로 향후 공사비 지급 및 차입금 상환재원 조달이 불확실해진 이유를 들어 등급을 하향 조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명지건설은 차입금 상환 방안으로 ‘명지학원으로부터 유상증자’, ‘금융기관으로부터 추가지원’ 등을 제시하며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명지학원이 짐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명지건설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일체의 언급을 회피했다.
명지병원 투자비용 공개 거부
명지학원 관계자는 “부도는 있을 수 없다”며 “수익사업체가 원활히 운영되지 못하고 적자가 누적되면서 이 같은 상황이 확대 해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사업체 운영 및 관리 책임이 결과적으로 명지빌딩 매각에 이르렀다”며 “현재 병원은 완전한 흑자상태는 아니지만 지난해 말부터 흑자를 보이면서 자립 중에 있으나 건설이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명지학원 측도 명지병원에 대한 투자비용 공개는 거부했다. 부속병원일 경우 공개가 가능하겠지만 협력병원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아무 관계가 없고, 공개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명지학원 측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병원에 투자할 의향을 보이며 지금까지 병원에 거액의 투자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명지학원은 교육부로부터 지난 3월 대학 입학정원 중 50명 감축과 함께 재정평가 때 5%감점 처분을 받게 됐다. 관동대는 영동지역 일대에 5백 병상 규모의 병원을 신설하기로 약속하고 의대설립인가를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입학정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명지학원은 지금까지 명지병원에 신축공사를 진행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쏟는 한편 부속병원으로 허가를 받으려 했지만 이 같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결과적으로 재정손실에 영향을 끼치게 된 셈이다.
명지병원에 쏟았던 투자 물거품
일이 어찌됐든 명지학원은 병원에 또 다시 투자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학생들의 실습을 위해서 명지병원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속병원을 포기할 수도 없다. 결국 지금까지 명지병원에 쏟았던 투자금액 자체가 물거품이 된 셈이다.
교육당국 한 관계자는 명지학원 부도위기설에 대해 “수익사업체의 어려움은 곧 학교법인 전체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