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잡는 김종인 리더십…
민주당 잡는 김종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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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3년 10개월여 만에 첫 역전하는 상황을 맞게 되면서 최근 ‘김종인 효과’란 말까지 곳곳에서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일부에선 위안부 피해자 관련한 윤미향 의혹,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사태,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추행 사건, 부동산 정책 실패 등 계속된 정부여당의 자충수 덕이라 보기도 하지만 그동안 그런 기회가 몇 차례 있었어도 지지율 역전이란 결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반사효과에 기댔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회가 왔을 때 통합당이 이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러 정당 중에서도 눈에 띄는 지지율 상승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고 그런 기반을 닦은 주역으로는 어느 누구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우선 꼽을 수밖에 없다.

앞서 20대 총선 당시만 해도 선거 막판에 김 위원장까지 지원에 나섰으나 후보 간 공천 시비와 막말 논란 끝에 무너져 참패를 면치 못했던 만큼 김 위원장이 사령탑에 오른 이후로 통합당은 ‘막말 정치’와 분명히 선을 긋고 여러 현안과 관련해서도 주목을 끌기 위한 거친 표현보다는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해 핵심만 확실히 짚어가며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특히 21대 국회부터는 압도적 의석수를 바탕으로 무작정 밀어붙이려는 여당의 횡포에 실효성 없는 장외투쟁으로 맞대응하거나 이도 저도 아닌 타협을 하기 보다는 철저히 ‘약자’의 자리에 위치하면서 거대여당의 일당독주 상황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인식시켰다.

대표적으로 여대야소로 출발한 21대 국회에서의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만 봐도 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이라는 ‘알맹이’ 없는 타협안을 민주당이 마치 선심 쓰듯 제시하자 그 어떤 상임위원장도 받지 않는 배수진을 택했고, 비록 당시엔 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게 되면서 통합당의 원내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는 향후 부동산법 등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법안 통과로 인한 역풍은 여당이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져 민주당 특유의 ‘남 탓’ 전략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비단 이 뿐 인가. 민주당의 날치기를 막을 방도가 없자 일각에서 다시 장외투쟁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음에도 끝까지 내부를 진정시키며 오히려 태극기부대 등 보수진영 내 강경파와는 거리를 두려는 기조를 견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도층의 호감을 얻게 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는데, 먼저 통합당에 대한 중도층의 반감이나 불신부터 풀어줘야 민주당에 불만을 가진 이들 표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장기적 안목에 따른 ‘인내’의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움직인 그의 혜안에 힘입어 ‘발목잡기’니 ‘5·18 비방’이니 등등 어떻게든 통합당을 옭아매려는 민주당의 이런저런 ‘프레임 전략’을 여태 잘 피해올 수 있었는데, 민주당에서도 비대위원장을 맡아봤던 그만의 경력 덕분이기도 했지만 과거 ‘경제민주화’를 먼저 제시해 박근혜 정부 탄생에 일조했듯 탁월한 이슈메이킹 능력으로 21대 국회에서도 기본소득을 비롯한 여러 화두를 먼저 던짐으로써 민주당에 주도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이슈를 먼저 던졌더라도 김 위원장은 ‘수도 이전을 하고 싶으면 서울시장 재보궐 때 민주당 공약으로 내라’고 세련되게 받아쳤고, 통합당 소속이었으나 당선무효형을 받아 내년 재보선 대상이 된 의령군수직에 대해선 무공천 방침을 분명히 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책임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서울시장, 부산시장에 후보를 낼지 고민하는 민주당에 무언의 압박까지 가했다.

당장 내년 재보선을 넘어 내후년 있을 차기 대선까지 이미 준비 중인 그는 정권 탈환을 위해선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민주당보다 앞서 여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을 흔드는 과감한 행보까지 보여주고 있는데, 지난 10일 당초 예정에도 없던 전남 구례 수해현장을 전격 방문해 민주당의 허를 찌른 데 이어 18일에는 광주로 직접 내려가 보수정당 대표 중 사상 최초로 5·18민주묘지에 무릎 꿇고 참배했다.

이 뿐 아니라 이날 5·18민주묘지에서 김 위원장은 당시 자신의 행적과 전두환 정권에서 국보위 활동을 했었던 전력을 거듭 참회해 그 어떤 사안에도 자성보다는 탓하기만 바쁜 민주당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는데, 그가 이 같은 행보에 나선 이유는 “더 이상 이념을 자꾸 강조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국민들의 의식 변화에 적응하지 않는 정당이란 건 존재 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던 그의 전날 발언을 통해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초유의 대통령 탄핵 여파까지 극복해내고 수권 가능한 정당·대안세력으로 당을 부활시키는 역량을 보면 사실 차기 대선 준비 역시 김 위원장 외엔 그 어떤 적임자도 찾기 어렵지 않나 싶다.

그래선지 최근 당내 초·재선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임기연장론’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록 김 위원장은 “임기연장이란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통합당 지지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내년 4월 이후 계속할 거란 생각은 안 하고 있다”며 일단 선을 긋고 있지만 결자해지라는 고사성어도 있듯 시작을 했으면 마무리까지 그가 짓는 게 정권 교체란 본 목적을 이뤄낼 수 있는 첩경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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