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는 18년이 지난 지금도 결코 잊히지 않을 만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는데, 이 같은 전대미문의 성과를 이뤄낸 일등공신으로 누구든 거스 히딩크 감독을 우선 꼽을 것이다.
앞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아 한국을 5대0으로 대파했던 히딩크 감독을 눈여겨본 한국축구협회에선 1995년 러시아의 비쇼베츠 감독 외엔 외국감독이 전무했을 정도로 한국인 감독만 기용해온 당시 관행을 깨고 2002년 월드컵 준비를 위해 히딩크 감독을 전격 영입했었는데, ‘꿩 잡는 게 매’라는 속담대로 그는 이전까지 월드컵 1승조차 해본 적 없던 우리나라에 4강이라는 기적적인 결과를 안겨준 바 있다.
5대0 참패를 당하고도 자존심만 내세우기보다 방법이 어떻든 목적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를 데려온 것이 결국 ‘신의 한 수’로 작용했듯 보수진영이 내후년 있을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정권 창출에 크게 기여한 바 있고 민주당에서 비대위원장을 지내며 문재인 정권 창출에도 일조한 바 있는 유일무이한 킹메이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동안 보수진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한 구원(構怨)이 앙금처럼 남아 여야 간 싸움보다도 심각한 수준으로 야야 싸움(野-野)을 해온데다 내홍마저 끊이지 않아 이를 지켜보던 여당조차 급기야 20년 장기집권론을 호언할 정도로 보수회생 가능성이 전무해지다보니 사실상 외부 인사를 데려오지 않고는 이 국면을 타개할 도리가 없었다.
실제로 통합당은 앞서 지방선거는 물론 총선마저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참패를 면치 못했고 민주당이 21대 총선을 통해 177석을 차지하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며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주장할 정도였는데, 비록 여전히 풀어주지는 않고 있지만 그만큼 문재인 정권과 여당에 있어 박 전 대통령은 통합당을 언제든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꽃놀이패란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휘둘리지 않고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선 통합당은 우선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부터 확실히 넘어야 하며 이런 난제를 풀 해결사는 탄핵 이후 최초로 여야 지지율을 역전시킨 김 위원장 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란 말처럼 이미 민주당에서 비대위원장까지 맡아본 경험도 있는데다 결정하면 과감히 단행하는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은 물론 오랜 경륜 속에서 할 말과 안 할 말을 구분하는 진중함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력, 모두의 의견을 듣는 ‘열린 귀’까지 갖고 있는 유일무이한 인물이기에 보수 전체의 운명이 걸린 차기 대선을 승리로 매듭짓기 위해서라도 김 위원장의 임기 연장은 불가피한 것 같다.
특히 여당은 시장보다 정부 우위란 기조로 주택3법과 같은 국가주의적 정책들을 국민 반발에 아랑곳 않은 채 강행할 정도로 그 목적과 지향점이 뚜렷한 반면 그동안 통합당은 목적지를 잃은 채 흔들려왔는데, 김 위원장이 팔순의 나이에도 50세 못지않은 사고로 지향점을 제시하고 뛰어난 감각으로 민주당보다 빠른 호남 수해현장 방문이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방문 등 민주당보다 한 발 앞서 이슈 선점에 나서면서 이제 점점 판을 뒤집을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이처럼 갓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한 마당에 겨우 내년 4월 재보선만 치르고 김 위원장이 사령탑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본선이 아니라 예선만 맡은 뒤 떠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만큼 이미 당내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이 차기 대선까지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초재선 의원들 뿐 아니라 문 정권을 4년째 겪고 있는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이제 누구랄 것 없이 김 위원장이 내후년 대선까지 지휘봉을 잡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열광하게 했던 ‘히딩크의 기적’을 재현해주길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도 이 같은 민심의 변화를 느껴 초조해졌는지 최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찾아간 김 위원장을 겨냥 “도둑이 주인 행세한다”고 폄훼한 데 이어 “김종인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연일 김 위원장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데, 재보선에 이어 대선까지 김 위원장이 제1야당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 속에 그를 응원하는 국민의 수가 점점 확산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