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무현 대통령 특사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현지 시간으로 정오(한국시간 오후 4시30분) 카르자이 대통령을 만나 피랍사태 조기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백 특사는 카르자이 대통령을 50분간 면담했고, 양측은 피랍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아프간 대통령궁은 면담이 끝난 뒤 “아프간 정부는 납치된 한국인 22명의 석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면담 뒤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은 아프간 국민들의 존엄성에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외국 손님(foreign guest), 특히나 여성을 납치하는 것은 이슬람 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땅에서 이 같은 가증스러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이슬람과 아프간의 가치를 송두리째 모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백 실장과 카르자이 대통령 간의 면담이 무장세력과의 협상에 대처하는 내용이 주로 논의된 만큼 전략적 문제를 감안, 상세한 내용은 당분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백 실장의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무장단체측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거나 한국과 아프간 정부의 전략을 노출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특사활동을 공개하는 데 한계가 있고 굉장히 절제된 정보만 알려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천 대변인은 “백 특사는 좀 더 현지 상황을 지켜보고 추가적인 활동을 할 것인지, 또 언제쯤 귀국할 것인지 등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지로부터 백 특사와 카르자이 대통령의 면담 내용을 보고받은 후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외교안보 관련 부처 장관급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상황 변화를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