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지 정확히 99일째인 지난 2일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새 당명을 놓고 ARS투표를 진행한 결과, 제1야당의 당명은 90%라는 압도적 찬성 속에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최종 교체됐다.
이 당명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란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는데, 당초 공모를 통해 받은 1만7000건의 후보군을 압축한 끝에 ‘국민의힘’, ‘한국의당’, ‘위하다’라는 3가지 안을 내놨지만 이 중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낙점했고 특히 ‘당’ 자를 빼는 것에 대해 호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공개됐을 땐 과거와 달리 ‘당’ 자가 붙지 않아서 그런지 낯설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고 일부에선 국민의당과 헷갈릴 수 있다거나 보수정당이란 정체성보단 일견 진보정당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없진 않았지만 향후 선거전략 차원에서나 당의 외연 확대에 있어서도 국민의힘을 새 당명으로 택한 것은 실로 김 위원장다운 ‘신의 한 수’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미 진보진영의 어젠다인 경제민주화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던 김 위원장으로선 총선이나 대선과 같은 전국범위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확장성을 제한할 수 있는 ‘특정 이념’ 등을 우선 고려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유권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당명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앞선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고정 지지층만 의식하는 기조를 이어가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바 있고, 내후년 있을 대선은 300명 선출하는 총선처럼 고정 지지층만 있어도 어느 정도 당선자를 배출해낼 수 있는 선거와 달리 단 1명을 뽑는다는 점에서 외연 확장은 필수불가결하기에 과거 ‘자유한국당’처럼 보수우파 색채를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좀 더 중도적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당명이 적절하다.
또 국민의당과 혼동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지만 오히려 민심보단 특정 조직만 우선하는 듯한 ‘당’이란 글자를 떼어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국민의당과는 한층 차별화되고 유권자들에게도 한층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당명인데다 일부 언론에선 벌써부터 ‘국힘당’ 등 제멋대로 약칭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원칙대로라면 약칭 없이 ‘국민의힘’이라고 그대로 써야 되기에 아무리 여당이 대야 공세를 펼치려 해도 외견상 국민을 비난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절묘한 당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전에도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에 이르기까지 당명 개정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에서 사실 당명을 얼마나 좋게 바꾸느냐보다 실질적인 당의 변화, 쇄신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없진 않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 정당의 지향점, 가치 등을 유권자들이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당명을 만드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며 현재 문재인 정권이 민심과 동떨어진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선 그 어떤 가치를 떠나 민심, 즉 국민의 목소리를 당명에 담아낼 수 있는 게 최우선이라 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당명 개정은 정권 교체를 향한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라 평할 수 있으며 ‘국민의힘’이란 명칭 그대로 장차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항하는 국민의 힘을 모두 결집시켜 문 정권과 민주당에 군주민수의 의미를 분명히 느끼게 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