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동교동 ‘킹’ 꿈꾸다
‘킹메이커’ 동교동 ‘킹’ 꿈꾸다
  • 장미란
  • 승인 2007.08.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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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계 행보 막전막후

▲ DJ의 막후정치를 지원해 온 동교동계가 정치권 판세 변화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


동교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통합 신당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며 흘러나오기 시작한 ‘동교동계 킹메이커론’은 그간 숨죽여 왔던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통합 이후 대선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할 것임을 예견케 한다. 범여권 대통합의 경우, 답보상태에 빠져있던 것을 DJ의 전령사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막후 지휘했다는 ‘DJ극본-박지원 연출설’이 도는가 하면 대선 예비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바 없던 동교동계에서 설훈 전 의원이 손학규 캠프에다 둥지를 튼데 대해 정치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많은 비판 속에서도 ‘훈수정치’로 대통합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해온 DJ와 재기를 노리는 동교동계의 움직임을 따라가 봤다.


범여권 대통합 관련 ‘DJ 극본-박지원 연출설’ 정가에 파다
설훈 전 의원 손학규 캠프 합류에 범여권 ‘DJ속내’ 계산 중

범여권 대통합신당이 창당을 앞두고 있다. 중도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류 문제가 마무리 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범여 세력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통합의 주역들은 대통합을 서둘러 이룰 수 있게 한 막후 인물로 DJ를 꼽는데 주저치 않는다.

‘DJ 극본 - 박지원 연출설’

범여권 대통합과 관련, 민주당 의원들이 탈당을 놓고 불거진 ‘동교동계 역할론’에 대해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자 처한 정치적 여건 탓에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령사’를 자임,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통합작업의 숨은 공신이 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 중 특히 박지원 비서실장은 ‘DJ극본-박 실장 연출설’까지 나돌 정도로 대통합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통합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대통합추진모임 정대철 대표를 비롯해 우리당과 우리당 탈당파, 통합민주당 인사들과 폭넓게 만나 ‘대통합 전도사’로서 막후에서 분주하게 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효석 이낙연 신중식 의원과 박준영 전남지사, 박광태 광주시장 등 통합민주당을 탈당한 ‘대통합파’ 8인과의 교감은 “8인 회동이 아니라 9인 회동이다. ‘숨은 한 명’이 바로 박 실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대선주자들과의 접촉은 물론 DJ 차남 김홍업 의원의 탈당 과정에서도 상당부분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박 실장은 거의 매일 오전중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찾아 문안을 하고, 대통합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해왔다”며 “박 실장은 DJ가 주문한 대통합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고 박 실장 연출설에 힘을 실었다.
박 실장 외에도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대통합을 강조하며 바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권 전 고문은 박상천 대표의 설득을, 한 전 대표는 대선주자와의 접촉을 꾀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일부 동교동계 인사들과 특정 주자와의 연대설에 주목하고 있다. 공식적인 지지를 표하지는 않았지만 은연중 힘을 실어주는 식으로 대선주자를 막후에서 돕고 있다는 것. 그중 이런 인사들로 지목된 문희상 전 열린우리당 의장측은 <시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특정후보의 지지를 표명한 바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손 전 지사 지지설을 일축했다.

동교동계 막내 일내나?

동교동계의 막후 역할론과 관련, 정치권을 다시 긴장시키는 인물이 나타났다. 동교동계의 막내 설훈 전 의원이 그 주인공. 설 전 의원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캠프에 상황실장으로 공식 합류함으로써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설 전 의원은 김대업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 공작정치의 상징 같은 인물”이라며 “설 전 의원을 자신의 핵심참모로 기용했다는 것은 손 전 지사 역시 공작정치 유혹에 이끌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범여권의 다른 주자들도 동교동계 인사들이 공식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었다는 점에서 설 전 의원의 손학규 캠프행이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DJ의 복심으로 손 전 지사가 낙점됐다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개인의 선택 차원이지, 동교동계에서 특정주자를 조직적으로 돕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설 전 의원은 “결심을 굳힌 뒤 DJ에게 손 지사 캠프로 가겠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전했다”며 “사전 상의는 하지 않았지만 DJ도 알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하지만 이것은 DJ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적어도 많은 국민들이 범여권주자로서 손 지사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제 결정은 누구든지 다 이해를 하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DJ는 항상 국민의 뜻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뜻을 따르는 이로, 저는 손 전 지사를 지원하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했다”고 자신에 제기된 의혹들을 부인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동교동계로 인식된다는 것은 DJ의 뜻을 거스르고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며 “그렇다면 동교동 막내(설훈 전 의원)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DJ의 복심을 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냐”고 설 전 의원의 손학규 캠프행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정치권 재기의 그림자

동교동계의 대통합 지원과 후보 지지 행보는 정치권 일각의 비판을 부르고 있다. 정권재창출을 바라는 DJ의 의중 외에도 동교동계가 대통합 과정에서의 일정한 성과를 발판으로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지원 전 실장은 현재 사면만 됐을 뿐 복권이 되지 않아 드러내 놓고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며 한화갑 전 대표 등 몇몇 동교동계 인사들도 이와 같다. 잊혀지고 있는 동교동계 인사도 상당수다.
박 전 실장측은 “대통합의 원칙과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한 것일 뿐 정치 일선에 나선 차원은 전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정치권은 “과거 권력의 핵에서 움직이던 이들이 정치권 재진입을 노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대통합이나 범여 후보 결정에 막후 영향력을 미치고 이를 계기로 다시 정치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앞으로 동교동계의 움직임은 더 활기를 띌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범여권 통합은 DJ 극본, 박지원 연출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며 “동교동 망령이 아직도 대선을,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려하고 있다”고 DJ와 동교동계를 정조준한 한나라당처럼 이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DJ, 본격적인 후계자 물색…동교동계 인사, 정치권 재기 노려
범여권 흐름 좌우해 온 동교동 움직임…판세에 적잖은 영향



한나라당은 “여권 대통합이라는 것도 결국 동교동계의 부활의 몸부림이요, 국정 실패로 정권 연장이 불가능해진 친노세력이 전략상 동교동계 부활을 인정하고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것”이라고 동교동계의 최근 움직임에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11일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배기선 문희상 이강래 정동채 의원, 윤철상 김옥두 설 훈 배기운 전 의원 등 범동계동계 인사 40여 명이 모여 ‘도쿄 피랍 생환 34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이날 행사에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 탈당인사들, 대통합 신당에 참여하는 동교동계가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동교동계의 행보와 범여권 통합과 관련한 DJ의 언급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원한 맞수 상도동계는?

동교동계의 움직임에 따라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상도동계’ 인사들에게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상도동계는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경선 후보 캠프에서 ‘대통령 만들기’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YS는 “당이 민심을 따라야”한다며 이 후보측에 마음을 두고 있다. 하지만 민주계는 이 후보와 박 후보 진영에 흩어져 상도동계의 분열설을 만들고 있다.
민주계의 실세였던 김덕룡 의원과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는 이 후보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며 김수한 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안경률 정병국 이병석 의원, YS의 입으로 통하는 박종웅 전 의원도 캠프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반면 박 후보측에는 김무성 의원이 조직총괄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이규택 의원은 선대위 부위원장으로, 이성헌 전 의원은 조직총괄단장으로 뛰고 있다. 박희부·조익현 전 의원 등 민주계 인사 33명도 박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고, 캠프에 합류함으로써 상도동계의 편가르기 움직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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