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이 공정경제3법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관계설정, 당명이나 당색 결정 등 과정에서 최근 내부 이견이 불거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당을 변화시키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여러 결정에 기존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거나 외부 인사를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도부가 의원들과 ‘파워게임’ 차원의 갈등을 빚는다기보다 어느 당에서든 의견 조정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견해 차이 정도로도 비쳐지고 있다.
◆ 당색 변경부터 공정경제3법까지 진통…정체성 논쟁? 김종인 견제론?
국민의힘의 당색이 지난 18일부터 20일, 21일, 22일로 수차례나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24일에야 최종 확정·발표됐다. 앞서 지난 14일 김수민 홍보본부장이 보수중도진보를 모두 아우르겠다는 의미라며 빨강, 노랑, 파랑의 혼합색을 새 당색 시안으로 내놓자 일부에선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들어간 데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등 반발이 없지 않았기 때문인데, 심지어 미래통합당의 당색인 해피핑크로 유지하자는 목소리도 상당해 그동안 진통을 겪어왔다.
물론 당색을 불과 7개월 만에 바꾸는 데 대한 불만도 없지 않으나 총선 참패로 통합당이란 당명까지 바꾼 판국에 당색이나 로고 등을 다음 선거에도 기존대로 유지한 채 나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는지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마저 결론이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권한 있는 기구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비대위가 결정할 것임을 예고했고 23일 김 위원장은 빨간, 파랑, 하양으로 최종 확정지었다.
비록 보수정당에서 사용된 적이 없고 세월호 리본색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원래 내가 흰색으로 정했다가 여러 사람이 노란색을 얘기해서 검토했던 것인데 거부 반응이 많았다”면서 노랑을 하양으로 바꾸긴 했지만 삼원색 혼합안에 대한 당내 선호도가 크지 않았음에도 이념적 구도를 탈피하기 위해 여러 색을 포함시킨다는 당초 구상은 끝까지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정에 그간 김 위원장에 줄곧 날선 비판을 쏟아온 장제원 의원이 당장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이 당색 변경 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인 끝에 기어코 뜻을 관철시켰다. 당색 하나 의원들 다수 의견에 따라 주지 못하나”라며 “변화 강박증에 사로잡혀 고집을 피운 거라면 의원들의 불만만 합 겹 더 쌓아놓았을 뿐이다. 당색 변경을 관철하지 못하면 지도부 권위에 상처가 난다고 생각했으면 속 좁은 꼰대 의식”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장 의원은 “국민을 이기려 드는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면서 정작 김 위원장은 당원들을 이기려 한다. 일방통행식 당 운영으로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변화와 개혁의 수명이 오히려 더 짧아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며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와 개혁이어야 오래 간다. 과거 1인 지배정당의 암울했던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김 위원장에 견제구를 던졌다.
비단 이번 당색 변경 사안 뿐 아니라 앞서 지난달 당명 개정을 놓고도 3선의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이 “정당의 당명은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비전을 담고 있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은 포괄적이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추구하는 가치적 측면에선 오히려 미래통합당보다 후퇴했다”며 “비대위가 당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미명 하에 당을 희화화, 퇴보시키고 있다”고 김 위원장에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정부여당이 힘을 싣고 있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서도 당내 온도차가 비쳐지고 있는데, 23일 이 법안이 처리되는 데 우려해 국회를 찾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상식을 넘지 않는 선에서 조정되도록 하겠다”고 답하긴 했지만 24일 방송기자 초청 토론회에선 “국회 통과된다고 해도 기업 운영에 문제될 거라 단정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기업 경제활동의 관행을 보면 법이 규정한다고 그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못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며 찬성 의사를 거듭 분명히 했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이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당내 의원들도 겨냥해 “그 차제가 입법 과정에서 꼭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의원 상당수가 있으니 이런 의견을 내고 저런 의견을 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이 법은 안 된다, 이런 사고를 가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 법을 왜 들고 나왔는지 연유를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 金, 설득·타협 있는데 의원 간 견해차가 리더십 위기로 확대해석

이에 당내 경제전문가이자 김 위원장도 호평한 바 있는 초선의 윤희숙 의원까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영계의 걱정을 가볍게 엄살로 치부한다거나 개정안의 내용이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예전부터 여야가 하던 얘기라는 등의 논지는 별 의미가 없다. 관계자들의 근거 제시와 이해 없이 쟁점조항들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키는 것은 부적절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반면 당색 문제 결정 과정에 있어 김 위원장에 쓴 소리를 했던 장 의원은 공정경제3법 처리에 대해선 “공정경제 3법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자유시장경제를 더욱 튼튼하게 활성화시키는 길”이라며 호평을 보내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김 위원장의 일방통행으로 인한 당내 파열음이라기보다 의원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이것이 지도부 리더십 위기로까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된 바가 없지 않은데, 같은 당 성일종 의원도 23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의견 차이가 없다고 하면 어떻게 민주적 절차의 과정을 밟을 수 있겠나”라며 “분명한 것은 의원들이 각가 다 자유로운 생각을 갖고 있지만 개혁의 큰 방향, 올바른 시장질서의 보완이란 정책 방향엔 공감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김 위원장이 의원들의 의견을 수용해 타협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3선의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다선 의원들이 새 정강정책에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에 반발하자 해당 조항을 제외한 채 의결했고, 당초 김 위원장이 적극적이지 않았던 무소속 복당 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의원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권성동 의원을 복당시킨 데 이어 24일 홍준표 의원에 대해서도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참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복당이 국민의힘을 발전시키는데 효과적이란 여론이 형성되면 그때 가서 거론할 수 있다”고 복당 가능성을 일부 열어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자신을 견제하는 의원들에게도 사심이 없음을 거듭 밝히면서 선거 승리를 위한 일치단결을 호소했는데, 김 위원장은 22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하나 비대위의 모든 행위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더 지지를 받을지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단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최소한 내년 서울 보궐선거 때만이라도 당이 일치단결해 조화로운 정당으로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국민 신뢰를 받고 재집권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야 나라 장래가 밝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지 제가 개인적, 정치적 목적을 추구할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 데 이어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선 ‘김종인 대망론’에 대해 “관심 없고 부질없는 생각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당을) 끌고 가려는 생각이 없어 대선에 누가 나오는지 관심을 갖지 않으려 한다”고 스스로 정리하는 자세까지 취했다.
◆ 주호영과 달리 안철수에 날 세운 김종인, ‘배드 캅’ 전략?

앞서 거론된 여러 사안만큼이나 김 위원장과 일부 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는 대표적 사안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관계도 꼽을 수 있는데, 김 위원장은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통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정당 통합과 합당이 제대로 성공한 예가 없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이 아직까지 변화하지 못해서 관심 없다고 얘기하는데, 우리가 굳이 그런 사람들 가지고 합당할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한 데 이어 안 대표에 대해선 과거 일화까지 들면서 “이 분이 정치를 제대로 아는지 모르겠다. 제가 평가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라고 혹평을 퍼부었다.
반면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안 대표가 초청강사로 참석한 미래혁신포럼에 축사자로 나서 “안 대표의 국민의당과 언제라도 같이 할 수 있다고 얘기해왔다. 부디 야권이 혁신하고 단합해서 국민이 절망하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저지할 수 있단 확신을 심어주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노골적으로 안 대표에 러브콜을 보내 대조를 이뤘는데, 다만 이 같은 행보가 김 위원장에 대한 견제라기보다 상대방을 끌어들이기 위해 좋은 역할과 악역을 분담해 맡아 대응하는 ‘굿 캅, 배드 캅’ 전략으로 비쳐지고 있다.
특히 ‘배드 캅’격인 김 위원장이 24일 “솔직히 누구하고 국민의힘이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 국민의힘이 제1야당인 만큼은 모두가 다 인정할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국민의힘에서 다음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발언한 데 비추어 봐도 진정으로 안 대표와 선을 긋겠다는 의도보다는 후보 단일화를 원한다면 당대당 통합이 아니라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출마하라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국민의당에서도 24일 안 대표 측근인 이태규 사무총장이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실질적으로 국민의힘 의원들도 ‘안 대표가 가장 경쟁력 있는 서울시장 후보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국민의힘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합친다는 부분이 어떤 새로움을 보여주는 것이냐. 안 대표께선 묻지마 통합, 연대보다는 야권의 혁신 경쟁이 우선”이라고 밝혀 사실상 국민의힘과 주도권 경쟁에 돌입한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에서도 국민의힘 ‘투톱’이 안 대표에 제각기 다른 태도로 대해 정확한 판단을 어렵게 만든 것과 유사하게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함으로써 국민의힘이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게 하고 있는데, 일례로 이 사무총장은 “(안 대표가) 서울시장을 생각해보거나 현재 당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은 없다”면서도 “그 (출마) 부분을 우리가 원천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 정치라는 건 생물”이라고 가능성만 열어두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김 위원장이 주 원내대표와의 양동작전으로 안 대표 포섭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