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기간 중 방송된 가수 나훈아 씨의 KBS2 비대면 콘서트 당시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공연은 추석 연휴 기간 TV방송 시청률 전체 1위(TNMS 조사결과)를 차지했을 만큼 만인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씨가 이 자리에서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사람 못 봤다’, ‘국민의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 ‘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더라’, ‘KBS가 여기저기 눈치 보지 않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도 했기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내세우며 ‘K-방역’을 강조해온 그간 정부의 모습과 달리 나씨는 “코로나19로 난리 칠 때 의사분들, 간호사분들 그 외에 의료진 여러분들이 우리의 영웅이다. 이분들 없었으면 우리가 이걸 어떻게 헤쳐 나갔겠냐”라고 목소리를 높여 분명한 온도차를 보였는데, 심지어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사람 못 봤다’고도 역설해 당장 야권에선 현 정권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선 과도한 해석이란 반응을 쏟아내고 있지만 ‘KBS가 눈치 보지 않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란 나씨 발언만 해도 일단 공영방송이 그간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어 이 콘서트에서 나온 여러 발언들까지 종합해보면 결국 문 정권을 비판한다는 의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여권 주장대로 나씨의 발언이 단지 국민에 대한 감사 메시지뿐이었다면 굳이 KBS가 어떻다느니 거론할 필요도 없고, 역사책을 얘기하면서 ‘대통령’, ‘위정자’라든가 ‘국민의 힘’이란 표현을 쓸 이유도 없지 않았겠나.
무엇보다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나씨조차 자신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이 들끓는 데도 며칠째 그 어떤 해명 한 마디 스스로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정권 비판성 메시지란 야당 주장까지 나와 개인적으로 부담감이 없지 않을 텐데도 적극 나서서 입장 표명하기보단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어 사실상 문 정부 비판이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다만 앞서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 2월 26일 마스크 대란 당시 “(마스크 판매로) 말도 안 되는 폭리를 취하는데 정부가 가만히 있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부를 질타했던 영화배우 진서연씨가 친문 누리꾼들의 십자포화를 맞고 결국 게시물을 삭제한 바 있고, 가수 조장혁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람이 먼저다!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데 그냥 선거 유세 문구였나 보다”라고 정부의 방역대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문 대통령에게 섭섭하다는 게 아니고 국가에 대해 글을 올린 것”이라고 해명하는 지경에 이른 바 있을 만큼 말도 편히 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차라리 쓴 소리 쏟아낸 뒤 ‘알아서 해석하라’는 자세를 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수차례 북한에 가서 공연하자는 정부 제안도 모두 거부했을 만큼 분명한 소신이 있던 그였기에,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대구가 봉쇄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렸을 때 조건 없이 3억을 기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그였기에, 모두가 몸 사리기 바쁜 지금의 ‘친문 독재’ 하에서도 과감히 일갈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그 용기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