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 150억원 여권제조기 입찰서 비리 있었나…“결격사유 있는 업체 낙찰”
조폐공사, 150억원 여권제조기 입찰서 비리 있었나…“결격사유 있는 업체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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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의원 “차세대 전자여권 제조기 입찰서 결격사유 있는 업체를 최종 낙찰자로 선정”
조폐공사 “법리검토 받은 결과 유효하다고 판단…임의대로 처리한 부분 없다”
조폐공사가 실시한 입찰에서 결격 사유가 있는 업체가 낙찰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조폐공사
조폐공사가 실시한 입찰에서 결격 사유가 있는 업체가 낙찰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조폐공사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한국조폐공사가 지난 2018년 실시한 여권 제조기 입찰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업체를 기술 적합 업체로 지정하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지난 2018년 12월 한국조폐공사가 추진한 ‘차세대 전자여권 제조기’ 외자 입찰에는 독일의 일리스와 뮬바우어, 일본의 우노 등 총 3개사가 참여했는데, 몇 가지 결격사유가 있었던 독일의 일리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입찰은 협상에 의한 입찰로 블라인드 기술평가 80%에 적격업체를 대상으로 가격을 공개해 가격점수 20%를 더해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입찰자들은 입찰유의서의 명시된 가격 개찰일을 기준으로 3개월(90일)의 보증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낙찰자로 선정된 일리스는 이를 충족하지 않는 기간 미달의 보증서를 제출했지만 문제없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나머지 두 입찰사는 모두 기준을 충족한 보증서를 제출했지만 기술입찰에서 모두 부적격업체로 탈락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을 문의한 결과 ‘입찰무효 사유’라고 명시해 입장을 보내왔다”며 “조달청 또한 ‘당해 입찰은 입찰무효에 해당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입찰 업무 소홀이 아니라 입찰비리 의혹으로 보이는 이유는 더 있다”고 덧붙였다.

조폐공사는 기계 납품과 설치, 시운전을 포함한 1차 납품기한을 2019년 12월 31일로 정해놨는데, 일리스는 제안서에 납품기간을 적시하지 않았고 기술평가 당시 기한 안에 납품이 어렵다는 답변만 구두로 했다. 다른 두 업체는 기한 안에 완료하겠다고 답했음에도 일리스가 1등으로 선정됏다.

평가위원회의 구성과 평가 방식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입찰의 기술평가 위원은 총 8명이지만 외부평가위원은 단 1명이고 나머지는 전부 공사 내부직원들로 구성됐다. 외부 위원 1명도 인력풀을 통한 랜덤선정이 아니라 공사가 위치한 대전 인근 대학 2곳에 요청서를 보내 그중 한 명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기술평가는 5개 분야에 11개 항목, 34개 평가요소에 대해 평가하게 돼있는데, 이중 계랑으로 평가하는 항목은 단 2항목에 2개 요소밖에 없다. 기술평가 점수가 총점의 80%에 해당하고 기술점수를 100%로 환산할 때 85점 미만이면 협상부적자로 지정하게 돼있어 보다 엄밀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계량화된 평가가 많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공사 내부 평가위원 7명 중 3명이 입찰 전인 2018년 10월에 독일 쿠글러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글러는 2019년 2월에 공사 입찰에 참가한 일리스를 통해 자신들의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사다.

김 의원은 “이 입찰의 기술평가는 블라인드 평가라는 점에서 업체가 노출되면 평가에 바이어스가 개입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익명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이미 평가위원 3명은 독일에서 쿠글러와 접촉해 관련 기술과 제품을 보고 왔다는 것인데, 이는 이미 익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안고 평가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폐공사의 전자여권제조기 외자 입찰에 자격위반, 불공정, 편법 등의 의혹이 너무 많아 입찰비리 의혹이 짙다”며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조사를 통해 입찰비리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세대 전자여권의 신원정보면. ⓒ외교통상자원부
차세대 전자여권의 신원정보면 디자인. ⓒ외교통상자원부

이에 대해 조폐공사 관계자는 “쟁점이 되고 있는 보증서와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법리검토를 받은 결과 유효하다고 판단해서 진행했다”며 “납품기한 역시 법리자문을 받았고, 해당 부분의 평가에 대해 (일리스를) 감액해서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 사업 특성상 특수한 경우가 많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기계장치를 도입할 때 기술평가에 대한 비중이 매우 높다”며 “(일리스가) 몇 가지 부분에서 감점을 당했어도 다른 부분에서 득점 요인이 있어 낙찰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평가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의혹에는 “사업 분야가 특수산업분야인 만큼 평가위원과 외부위원 풀이 상당히 제한적이다”라면서도 “조달청 기준에 따라서 진행하고 있고, 인위적으로 선정하지는 않는다. 사업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특수한 부분에 대해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처음에 규격 등을 확정해야 하는데, 해당 제품들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방문해서 조달 가능한 업체가 어떤 수준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다른 업체들도 방문을 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규격을 만들었다. 평가위원들이 쿠글러에만 방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기술평가에서 납품기한 등 설치 일정에 대한 평점은 기술평가 100점 중 3점에 불과한데 ‘제안내용 이해도’라는 다소 모호한 정성 평가항목은 이보다 두 배 높은 6점을 배정했다”며 “그 결과 납기일을 못 지키겠다는 일리스는 3점 중 2.3점을 받고 납기를 지킨다는 기업들은 평균 2.6점을 받아 고작 0.3점의 차이를 보인 반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정성평가 ‘제안내용 이해도’에서 일리스는 5.6점을 받았지만 뮬바우어사는 4.96점, 우노사는 5.75점을 받아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 마지막 날 기획재정위원회에 감사원 감사청구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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