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대모 김옥랑 알고 보니 짝퉁학력
연극계 대모 김옥랑 알고 보니 짝퉁학력
  • 소미연
  • 승인 2007.08.14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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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파문’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미술계의 신데렐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 학위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연극계의 대모’로 불리던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의 허위 학력이 들통 나면서 문화예술계가 또 한 번 경악에 휩싸였다. 특히 김 대표는 ‘국내 공연예술 박사 1호’로 지난 1991년부터 옥랑 희곡상, 옥랑 다큐멘터리상, 옥랑 펠로우십을 수여하며 예술인을 후원해왔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게다가 ‘러브하우스’로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창하 교수의 가짜 학력 파문이 물의를 빚은 직후 김 대표의 허위 학력 소식이 전해지자 문화예술계는 그야말로 공황상태다. 허위학력 쇼크가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 ‘제2의 신정아’로 군림하게 된 김 대표에 이어 ‘제3의 신정아’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어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의 학력 위조가 언론에 보도된 것은 지난 8월7일. SBS ‘8시 뉴스’에서 처음 의혹이 제기됐다. 다음날 김 대표의 학력 위조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SBS는 당일 ‘뉴스추적’을 통해 지난 3일에 이뤄졌던 김 대표의 인터뷰를 상세히 전했다.

김 대표는 ‘뉴스추적’ 취재팀이 학위위조 의혹에 대한 제보내용을 갖고 진위여부를 묻자 의혹에 대해 정면 부인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 측의 확인을 마친 사실을 취재팀이 전하자 “인간적으로 감안해 달라”며 자신의 학위 위조를 인정했다.

연락 두절, 8일 일본행
김 대표는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을 보고 너무 힘들었다”며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거짓말을 해온 것이 가장 부끄러운 일이었고 항상 불안하고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이날 취재팀의 인터뷰가 있은 직후 연락이 두절됐으며, 8일 오전 동숭아트센터 명의로 예약된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대표가 재직 중이었던 단국대는 학교 측에 ‘불똥’이 튀자 8일 황급히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단국대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7월19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단국대측은 가짜 학위로 교수 임용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진 사퇴가 아닌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현재 사직서 수리를 보유한 상태. 이달 안으로 2차 인사위원회 열고 이전에 김 교수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 답변이 없을 경우 김 교수가 의혹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해 징계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미 김 대표가 최고 징계수위인 파면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는 경기여중과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를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게다가 ‘졸업장 공장’으로 유명한 미국의 미인가 대학 퍼시픽 웨스턴대학의 학위를 토대로 2000년 성균관대에서 예술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2002년 단국대 산업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돼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김 대표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과정에도 의혹이 불거졌다. 김 대표의 2004년 성균관대 박사학위 논문 ‘문화 공간으로서의 동숭아트센터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연구’에 예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성균관대 정진수 예술학부 교수가 논문심사의 공정성과 부실 심사 의혹을 제기했던 것.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동숭아트센터를 주제 삼아 연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박사학위 논문주제가 석사논문과 비슷하다고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지적 이후 오히려 내가 본심사 위원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당시 논문심사위원장이었던 성균관대 명예교수인 A는 김 대표의 석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였다. 그는 1991~2004년 옥랑문화재단 이사를 맡았으며 동숭아트센터의 고문으로 밝혀져 정 교수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또 옥랑문화재단이 김 대표가 교수로 임명된 단국대와 석·박사 학위를 받은 성균관대에 장학금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나 교수 임용과 학위 취득의 관련성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단국대에 따르면 옥랑문화재단은 2004년 4월 옥랑장학회를 만들어 2007년 7월까지 총 2억1백2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김 대표는 이 장학회의 당연직 위원장으로 돼 있다.

옥랑문화재단은 성균관대에도 1천3백7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가 석·박사 과정을 밟던 시기인 2000∼2003년에 이뤄지면서 석·박사 학위 취득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면치 못하고 있다.

▲ 1989년 대학로에 지어진 동숭아트센터. <사진/맹철영 기자>
성균관대측은 “논문 심사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입학과정에 문제가 있을 경우 석·박사 학위 수여를 취소할 계획”이라며 “김 대표의 입학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주한미국대사관과 학술진흥재단 등에 미국 퍼시픽 웨스턴 대학의 인가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3의 신정아’ 출연 가능
익명을 요구한 원로 연극과 B교수는 “학위검증이 물리적으로 어려운데다 이미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거나 사제 관계, 동문 관계 등으로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학위검증을 재확인할 필요를 못 느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불거진 파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3의 신정아’가 출연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0일 학력 위조 논란을 빚고 있는 김 대표와 이창하 교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혐의가 드러나면 업무방해와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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