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이해찬 저격수?
유시민, 이해찬 저격수?
  • 장미란
  • 승인 2007.08.14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시민 대권선언 속내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장고를 거듭해 온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에는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혁규·유시민 의원 등의 후보군을 갖추게 됐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을 하게 된다면 친노, 비노, 반노 후보군 중 친노 후보군의 집결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대통합을 둘러싼 갈등과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를 두고 유 의원의 출마 선언이 쉽지 않았던 만큼 정치권은 유 의원의 결단의 깊이를 재느라 부산하다. 이해찬 전 총리를 대신해 친노세력을 대표하기 위해 나선 것인지, 다음 총선에서의 영향력을 위해 나선 것인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유 의원의 대권선언이 범여권의 대선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오는 18일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盧의 남자’로 불리며 친노주자 중 일인으로 꼽히던 유 의원은 출마선언을 기점으로 대선 출발선에 서게 됐다.

이해찬 안 뜨면 나선다

그동안 유시민 의원은 대선출마에 관한 질문에 “이해찬 전 총리가 뜨지 않으면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해왔다. 때문에 정치권은 대선출마 선언이후 지지율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던 이해찬 전 총리가 지지율 정체를 겪고 다른 범여권 대선주자들에게 밀리는 모습이 그의 출마선언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의원이 대선출마 의사를 밝힌 후인 9일 S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TNS코리아’에 의뢰, 전국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시민 의원은 대선주자 순위에선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5.0%), 정동영(3.0%) 후보에 이어 5위(2.5%)를 차지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2.3%, 조순형 의원·한명숙 전 총리 1.3% 순으로 뒤를 이었다.
또한 범여권 후보만을 대상으로 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손학규 전 지사(19%), 정동영 전 장관(9.7%), 조순형 의원(8.9%)의 뒤를 이어 6.5%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해찬 전 총리(5.9%)나 한명숙 전 총리(4.7%)보다 높은 수치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시민 의원과 이해찬 전 총리는 정치적 사제관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여론조사가 대선출마 선언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사제 간 맞대결은 더 흥미진진한 상황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친노주자 경쟁의 관전 포인트로 유 의원과 이 전 총리의 대결구도를 꼽았다.
얼마 전 유 의원의 누나인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이 전 총리의 캠프에 합류 했을 때 유 의원이 대선출마를 접고 이 전 총리를 돕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유 의원이 “가서 일하라고 내가 많이 권유했다”며 “제 누이의 선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글 쓰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저희 누이도 원래 이 전 총리를 좋아하고 신뢰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이 전 총리 캠프로 합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해 의혹을 일소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유시춘 전 상임위원의 이 전 총리캠프 합류에 유 의원의 권유가 작용한 점을 들어 ‘누나까지 보내 도움을 줬는데 대선구도를 정리하지 못하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결국 마지막 고민을 정리할 테스트가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손학규? 혼자서도 충분!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에서는 민주당과의 선통합을 주장하거나 열린우리당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신당과 우리당이 통합에 대한 합의를 이룸으로써 두 당의 통합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 의원도 당대당 통합으로 모두 합류하는 ‘원샷 대통합’을 주장하며 대통합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유 의원이 제안한 원샷 대통합은 국민경선을 통해 승리하는 후보의 정책노선을 통합신당의 정책노선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권과 차기총선 공천권까지 모든 권한을 승리한 후보에게 맡기고 승복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분석가는 “유 의원은 일단 경선 레이스를 통해 국민들이 그의 비전을 알아주는지 선택받을 기회를 자청했다”며 “비전이 받아들여진다면 ‘혼자서도 손학규 전 지사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유 의원의 자신감에 날개를 다는 격”이라고 말했다.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소개하고 2002년에 보여줬던 네티즌군단의 위력을 되살린다면 젊은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는 열린우리당의 세력을 흡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차차기 발판 마련

‘盧의 복심’이라 불리던 유 의원이기에 그의 행보에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으리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본선에서 지역적 연대를 가능케 할 인물이자 참여정부의 계승을 책임질 후계자로 유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킹’이 아닌 ‘킹메이커’로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선 예비후보가 8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곧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 한 자리 차지하기도 쉽지 않을 거라는 뼈있는 농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정가 일각에서는 “정치를 계속하는 이상 말과 행동을 고치려고 노력하겠다”는 유 의원의 말을 총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유 의원도 알고 있다시피 정치권에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들의 마음도 잡지 못하고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가질 수 있겠냐”고 유 의원의 대선출마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발언이나 행동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를 고치려는 자세는 좋다”며 “이번 대선을 통해 이미지를 바꾸고 인지도와 영향력 등 정치력을 키운다면 다음엔 좀 더 대권에 가까워지지 않겠냐”고 ‘킹메이커’로서 유 의원의 능력에 주목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