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테마주’의 비밀
‘재벌가 테마주’의 비밀
  • 이강혁
  • 승인 2007.08.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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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였다 하면 코스닥 시장 들썩

재벌가 구성원들의 국내 코스닥시장 입성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히 신드롬 수준이다. 이들이 투자한 회사마다 주가가 치솟으며 ‘유명인 테마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누가누가 떴다’라는 식의 소문만 나도 해당 주가는 ‘대박’이다. 본인들 역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당연히 재벌기업들의 후광이 효과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먹튀’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유명인 테마로 주가가 급등하면 곧바로 되파는 데만 치중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만 ‘쪽박’차기 일쑤다.

“그가 돌아왔다.” 코스닥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소문만으로도 주가를 올려놓는 LG가(家) 3세 구본호(32)씨가 주인공이다. 구씨는 LG그룹 물류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범한판토스 대주주다.
지난 8월1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구씨는 코스닥 CRM업체 ‘엠피씨’에 30억원을 출자했다. 엠피씨는 2백10억원 규모 타법인 유가증권 취득자금 마련을 위해 제3자 배정증자 방식으로 4백47만여 주 유상증자에 나섰는데, 이 가운데 구씨가 신주 63만여 주를 배정 받는다.

SK가 최철원, 새얼굴 부상

▲ 유명인들의 코스닥시장 진출에 대해 부실한 상장기업을 헐 값에 사들인 후 주가가 급등하면 되파는 이른바 '먹튀'에 대한 우려가 높다.
엠피씨는 10일 종가 7천5백20원(주당)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날 종가 6천5백40원에서 14.98% 오른 상한가다. 이른바 ‘구본호 테마주’ 신드롬이 이어진 셈이다.
증권가에선 10일 공시일 이전인 7일부터 엠피씨 주가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내부자 거래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어찌됐든, 구씨는 그 동안 투자한 회사마다 주가가 치솟아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구씨는 2005년 12월 ‘(주)대동’(현 더존비즈온) 주식 11.59% 인수를 시작으로 2006년 4월 ‘소프트포럼’ 지분 6.08% 장내매수 등으로 코스닥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6년 9월 ‘미디어솔루션’ 주식 1백만 주를 배정 받으면서 ‘구본호 신드롬’을 몰고 왔다. 미디어솔루션은 당시 사업확장과 운영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1백50만 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했고, 이 가운데 1백만 주가 구씨에게 배정된 것이다. 미디어솔루션 주가는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무려 12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계속했다.

하지만 당시 미디어솔루션이 매출액 절반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코스닥 회사였다는 점에서 ‘구본호 효과’, ‘LG가 후광’ 등의 뒷말이 무성했다. 구씨는 2006년 10월 ‘액티패스’의 1백70억 규모의 BW와 CB 중 80억원 어치를 인수한 이후 이번 엠피씨 신주 배정으로 또다시 코스닥시장의 핵으로 주목받게 됐다.

구씨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 구정회 씨의 3남 고 구자헌씨가 부친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고 구자헌씨가 사촌지간인지라 결과적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는 6촌지간이 된다.
구씨에 이어 코스닥시장엔 최근 새로운 얼굴이 등장해 이목을 모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38) 씨가 주인공이다. 최씨는 물류업체 ‘마인트앤메인’(Might & Main) 대표이사다.

최씨의 경우도 구 씨와 비슷한 케이스다. 코스닥시장에 진출하자마자 투자기업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
를 쳤기 때문이다. 재벌기업인 SK그룹의 후광효과가 단단히 한 몫 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씨는 SK그룹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동생인 최종관 전 SKC 고문의 장남으로 SK가 3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1996년 대학 졸업과 함께 SK에 입사해 SK글로벌 상무직에 오르기도 했다. 2002년 물류회사인 마이트앤메인을 창업해 SK그룹의 물류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마인트앤메인은 2004년 3백65억원, 2005년 4백48억원, 지난해 4백4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지난해 자회사인 통신관련 제조업체 마이트앤메인 링스(Lynx)를 설립했다.

최씨가 코스닥시장에서 또 한명의 테마로 떠오른 데는 최근 코스닥기업인 ‘디질런트FEF’를 인수해 우회상장한 이유에서다. 디질런트FEF가 발행한 15억원 규모의 CB를 매입한 뒤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2백21만여 주(지분율 7.09%)를 확보, 단숨에 최대주주에 올랐고, 1주일만에 46억원 가량의 평가차익을 냈다.

재벌가 자제들 잇따라 진출

▲ 재벌가 구성원들의 국내 코스닥시장 입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솔루션'으로 이른바 '구본호 신드롬'을 몰고 온 LG가 3세 구본호 씨가 최근 또다시 코스닥시장으로 돌아오며 주목받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새 얼굴로 등장한 SK가 3세 최철원씨도 비상한 관심을 모은
한편, 증권가에서는 최씨의 코스닥시장 진출에 대해 재벌가 구성원들의 잇따른 코스닥시장 진출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높다. LG가의 구씨에 이어 GS나 두산 출신 재벌가 구성원들도 잇따라 코스닥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GS그룹 계열사인 코스모의 허경수 회장은 반도체 장비업체인 ‘에이로직스’ 유상증자에 1백3억원을 출자, 코스닥 업체 주주가 됐고, 두산그룹 ‘형제의 난’ 이후 그룹에서 해임된 박중원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도 코스닥 기업인 ‘뉴월코프’(옛 가드랜드) 대표로 경영에 나서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재벌가 구성원들의 코스닥시장 진출이 이어지면서 부실한 상장기업을 헐값에 사들인 후 ‘유명인 테마’로 주가가 급등하면 곧바로 되파는 이른바 ‘먹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투자에 대한 명과 암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이들의 도덕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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