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재집권 최대 변수는 여권의 분열
민주당 재집권 최대 변수는 여권의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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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흔히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이후 그간의 상황을 돌아보면 오히려 진보는 부패하고 보수가 분열되는 형태의 ‘통념을 깬’ 양상을 보여 왔다.

그동안 보수는 탄핵 찬반 논쟁이란 내부분열에 휘말려 여당에 주도권을 되찾지 못했고 이제는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보수층 자력만으로는 재집권이 힘든 지경으로 내몰려버렸다.

당장 차기 대권경쟁 구도를 봐도 여당 출신이든지 스스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 정도만 두드러질 뿐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대선후보들은 원내 3석 뿐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나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조차 넘지 못하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일각에선 야권이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주장대로 움직이다간 자칫 국민의힘 내부 분열만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친박이나 친홍준표계와 적극 손잡기보다는 이들의 비난도 감수하면서 묵묵히 가시밭길을 걷는 고행을 택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정면대결이었던 지난 18대 대선 당시 안철수와 후보단일화까지 이뤄 나섰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끝내 고배를 마셨던 문 대통령이 19대 대선에서 결국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본인 역량보다 사실상 상대방의 붕괴에 따른 반사효과 덕이 컸는데, 현재 약자 입장이 된 국민의힘도 정권 교체를 위해선 ‘티끌 모아 티끌’ 같은 결집을 우선하기보다 여당 내부를 흔드는 데 더 힘쓸 필요가 있다.

앞서 민주당에선 이낙연 대표가 한동안 독주하는 듯한 형태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일부 조사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에도 밀리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친문 지지층과 사이가 좋지 않던 이 지사가 여당과 야당 모두에 불만을 가진 무당층이나 이 지사를 좋아하는 극렬 지지층의 지지를 발판 삼아 오르고 있는 반면 이 대표는 친문 지지층의 지원을 받던 기존의 우세도 지키지 못하고 호남지역 외엔 이렇다 할 반전 기미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일각에선 오는 6일 항소심 재판을 앞둔 김경수 경남도지사로 친문 세력의 지지가 몰리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 핵심 지지기반이던 호남 민심은 물론 호남 출신 의원들까지 이 대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친문이 중심인 민주당을 나와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항간에는 정대철·권노갑 등 구 동교동계 인사들이 이 대표와 뭉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수십명에 이르는 호남 출신 의원들이 ‘제2의 호남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친문 일색인 민주당을 나선다면 그 자체로 선거판을 뒤흔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당초 친문과 성향이 다른 지지층을 바탕으로 한 이 지사까지 친문세력에 의해 여당에서 공천 받지 못하고 대권가도가 막힐 경우 똑같이 여당을 나와 독자 출마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김 위원장은 향후 전개될 여당 분열, 즉 호남의 이 대표와 비문 중심의 이 지사, 친문 주류가 지원하는 후보로 ‘3分割’되는 구도를 염두에 두고 보수통합을 명분 삼은 어설픈 결집보단 자당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준비부터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재보선 투표 공천 여부를 놓고 치러진 민주당의 소위 ‘전당원 투표 결과’를 보면 일견 86.64%의 압도적 통과라고 발표됐으나 정작 최종투표율은 유효투표율에 크게 미치지 못한 26.35%에 그쳤던 점에 비추어 여당 내 친문 주류의 위세도 이젠 ‘과잉 대표된’ 허장성세 아니냐는 생각까지 드는 만큼 민주당 내 대권주자들이 내후년 선거를 앞두고 각자도생에 나설 경우를 염두에 둔 김 위원장의 ‘여-여 분열’ 전략은 현재 야당으로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필승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도 기회가 오면 잡을 준비가 미리 되어있어야 하듯 이때를 대비한 국민의힘의 차기 대권주자를 빨리 찾아낼 필요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김 위원장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성향이 어떻든 신인이든 중진이든 간에 일단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를 내놔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어 선거전문가인 김 위원장이 어떤 후보를 내놓을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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