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민주당의 양대 리그로 진행되고 있는 범여권 예비경선은 다음달 초 대선후보 선출에 한창이다.
확고한 한 자리,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대통합민주신당과 합당해 컷 오프를 진행한다는 계획아래 경선 룰을 확정했다. 통합민주당은 독자 리그 컷 오프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며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컷 오프를 앞두고 크게, 혹은 좁게 보폭 조정에 들어간 범여권 주자들. 정해진 적은 자리를 놓고 예비후보들의 움직임에 일대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다음달 3일부터 5일까지 실시되는 대통합민주신당 컷 오프에 참여하는 후보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정동영 전 장관,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천정배 전 장관,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두관 전 장관, 추미애 의원 등으로 10여 명 선이지만 정해진 자리는 TV토론회가 가능한 6자리 정도뿐이기 때문에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이 중 컷 오프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는 손 전 지사와 정 전 장관의 경우 컷 오프 생존경쟁보다는 선두다툼을 통해 본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한판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지금부터 승기를 잡아야 본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지사는 컷 오프가 일반국민 여론조사 50%와 예비경선 선거인단 설문조사 결과 50%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하는 만큼 본선 표심을 가르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인단 모집 등 세 싸움을 통해 조기에 기선을 제압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설훈 전 의원을 시작으로 국민의정부 시절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전병헌 의원, 윤훈렬 전 청와대 비서관 등 1997년 대선 때 DJ를 외곽 지원했던 홍보기획사 ‘밝은세상’ 멤버 등 동교동계 영입을 통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도 만만치 않다. 그는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해 손 전 지사의 대세론을 꺾는다는 목표 아래 26일까지 5천명의 핵심활동가들이 백명씩 모두 50만명의 선거인단을 모으는 ‘천지인’ 운동에 착수했다. 특히 중소기업, 중소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투표 참여, 확실시층을 중심으로 선거인단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DJ의 사돈인 윤흥렬 전 스포츠서울 사장이 전략·홍보총괄 선대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오홍근씨와 김홍일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만영씨가 조직·홍보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도 조성준 전 민주당 의원이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는 등 동교동계로 캠프의 한 축을 세웠다.
두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정책을 제시하며 ‘평화대통령’ 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역전 위해 힘 모은다
손 전 지사나 정 전 장관 다음으로 컷 오프의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는 후보는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다. 하지만 확실한 컷 오프 통과 혹은 역전을 위해 ‘후보단일화’ 카드를 내밀었다.
한 전 총리는 “후보 단일화로 민주개혁세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이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정통성 있는 평화민주 개혁세력이 당선 될 수 있는 후보 단일화 방안을 지지한다”며 “평화민주 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한 한명숙 전 총리의 충정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단일화를 논의한다”고만 했을 뿐 후보단일화 일정 등에 관해서는 말을 아껴 현 단계의 단일화는 아님을 시사했다.
유 의원은 “후보 단일화는 아직 이르다”며 다만 “경선하다가 후보들끼리 손잡는 일은 늘 있다. 가능성은 열어두겠다”고 했다. 또 “국민의 뜻을 살피고 존중하면서 대통합과 국민경선 과정에서 정당하고 필요한 협력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열린 자세로 협의해 나가겠다”며 ‘협력과 경쟁’의 뜻을 나타냈다.
정치권은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가 “평화개혁 진영의 정통성 있는 후보들 간의 단일화 필요성을 재차 확인하며, 단일화 시기와 방법은 별도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컷 오프 전 단일화 성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유 의원이 끝내 후보단일화에 합류하지 않으면 폭발력이 희미해지는데다 이들의 지지 기반이 겹쳐 자칫 지지층 분열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 후보가 모두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계승’을 강조하고 있어 후보단일화는 불가피한 선택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컷 오프에 도입되는 1인 2투표제가 전략적인 몰아주기 투표를 가능케 할 수 있어 단일화는 아니어도 단일화를 위한 협력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 한자리 누구차지?
누가 컷 오프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인가, 어떤 이들이 컷 오프에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도 관심거리지만 4, 5, 6위를 차지하기 위한 군소후보들의 치열한 신경전은 최고의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뒤늦게 민주신당에 합류하게 된 유시민 의원은 우리당에서 신당으로 당적을 옮기게 된 승계당원(선거인단의 30%)들을 주요 공략 타깃으로 잡았다. 팬클럽 ‘시민광장’과 개혁당, 참정연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18일 팬클럽 행사 형식으로 열린 출정식을 시작으로 20일부터 울산, 경남 등 순회를 통해 세 불리기를 준비 중이다.
천정배 의원은 문국현 유한 킴벌리 사장과 20일 두번째 정책토론회를 갖는 등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김두관 전 장관은 정책을 바탕으로 조직과 대중적 지지도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추미애 전 의원도 민주신당 합류가 유력해졌다.
이들은 세력 확장과 더불어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날선 발언들을 날리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이력을 공격하는 것은 반대급부를 노린 것”이라며 손학규 깎아내리기와 언론의 관심이라는 2중주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편, 열린우리당 김혁규·김원웅·강운태 의원은 우리당과 민주신당과의 합당에 반발하며 당 사수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합당이 된다면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