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18·경기고) 선수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2관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계 최강자들이 모두 출전한 ‘2007일본국제수영대회’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박태환의 1500m 동메달 획득은 세계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한 A급 국제수영대회에서 처음 따낸 메달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로써 박태환은 이번 ‘2007일본국제수영대회’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에 이어 1500m 동메달을 추가했다.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2008베이징올림픽 수영 2관왕의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기록 갱신은 못했지만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지난 8월23일 일본 지바 국제종합수영장에서 열린 수영 프레올림픽 ‘2007 일본국제수영대회’ 자유형 1500m에서 아쉽게도 3위에 그친 박태환이 아쉬숨을 표현하면서도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며 전한 말이다.

한국수영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마린보이’ 박태환은 이번 경기에서 14분58초43으로 터치 패드를 찍어 세계기록 보유자 호주의 그랜드 해켓(14분48초70)과 올해 세계선수권자인 폴란드의 마테우츠 쇼리모비츠(14분50초7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은 이날 경기에서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이 기록한 아시아최고기록(14분55초03)을 경신하는데 실패했다. 또 지난 21일 자유형 400m 경기에서는 우승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주종목인 1500m에서 3위에 오른 것은 다소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선수 층이 다소 적고 정상급 스타들이 총출동했다고 보기 어려운 2006 범태평양수영대회 1위를 제외하고 A급 국제대회 자유형 1500m 경기에서 처음으로 입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로써 박태환은 이번 프레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에 이어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날 반신 수영복을 입고 경기에 나선 박태환은 스타트가 0.07초로 가장 빨랐으며, 500m 지점을 2위로 턴하는 등 초반 내내 선두권에서 페이스를 유지했다. 550m 지점부터는 해켓과 쇼리모비츠, 박태환의 3파전이 계속됐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경쟁이 이어지다가 레이스의 전환점이 된 승부처는 1200m 지점이었다. 해켓이 치고 나가기 시작했고, 반대로 박태환은 막판 지구력 부족으로 눈에 띄게 페이스가 쳐지면서 뒤로 밀렸다.
1250m 지점을 턴하는 순간 3위로 처진 박태환은 선두 해켓과 1초 가량 기록이 떨어졌고 1450m 지점을 턴했을 때는 해켓과 8초 정도의 차이로 벌어졌다. 마지막 50m 구간에서는 더 멀리 떨어지며 3위의 자리로 만족해야 했다.
박태환은 지난 3월 호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400m에서는 금메달을 따냈지만 1500m에서는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했고 2005년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7명의 선수 가운데 42위에 그쳤다. 또 지난 3월 열린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자유형 1500m 결선행에 실패하는 등 부끄러운 성적을 냈다.
이후 박태환은 체계적인 근력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구력을 강화시켰고, 이번대회에서 자신이 보유한 아시아최고기록(14분55초03)의 벽을 허물지는 못했지만 3위라는 성적을 냈다.
비록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이 국제대회에서의 6번째 자유형 1500m 출전인 점과 지금까지 1500m 경기에서 그리 선전하지 못했었다는 점을 비교했을 때 이번 경기에서의 동메달 획득은 충분히 박수 받을만한 결과다.
이번 경기를 통해 박태환이 얻은 성과는 첫 번째, 세계적 강자들에게 초·중반까지 뒤지지 않는 레이스를 펼쳤다는 점이다. 박태환은 경기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1200m 지점까지 50m 랩타입이 최고 기록보다 5초 가량 빨랐다. 세계선수권대회때 보다 더 빠른 레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성과는 내년 중국에서 개최되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맞붙게 될 폴란드의 마테우스 쇼리모비츠와 호주의 그랜트 해켓과 레이스를 펼치며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는 올림픽 전초전이었다. 메달을 따는데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세계최고의 선수들과의 경기를 통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전담 코치인 박석기 감독에 따르면 박태환이 마지막 300m에서 주춤한 것은 훈련량 부족 탓이다. 박 감독은 “300m 보완은 오히려 수월하다. 이번 대회가 선수에게 귀중한 경험이 됐을 것이다.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이제 남은 1년 간 꾸준히 노력해 이번 경기에서 아쉬웠던 점을 집중 보강하겠다”고 설명했다.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에게 밀렸던 호주의 그랜트 해켓이 자유형 1500m에서는 보란 듯이 박태환을 제쳤다. 지난 3월 자국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처참한 패배를 곱씹었던 ‘장거리 자유형의 황제’가 부활한 것이다. 박태환이 2008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1500m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 종목 세계최고기록(14분34초56) 보유자인 해켓에 대해 알고 배워야 할 점이 많다.
해켓은 키 198㎝, 몸무게 98㎏의 당당한 체격으로 박태환(183㎝)보다 15㎝가 더 크다. 이러한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한 턴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하다. 1500m에서 선수들이 턴을 하는 회수는 30번. 이 때마다 해켓은 10m 정도를 뻗어가며 스피드를 낸다.
박태환이 중반까지 해켓, 폴란드의 마테우츠 쇼리모비츠와 경쟁을 벌였지만 레이스 후반으로 갈 수록 격차가 벌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번 턴을 할 때마다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자유형 400m에서는 극복할 수 있었던 이 약점이 턴 횟수가 늘어나가 극복하기 힘들어 졌다.
또 2005년 어깨 수술이후 쇠락의 길을 걷다가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한 해켓은 자유형 1500m 구간 중 1200m 지점부터 치고 나가는 작전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해켓은 초반 선두 그룹에서 처지지 않을 정도로 스피드를 유지하다가 550m 지점에서 선두그룹에 합류하더니 1200m 지점부터 가속을 냈다.
400m 경기에서 ‘막판 스퍼트’를 주무기로 썼던 박태환은 1500m 경기에서는 마지막 100m 구간 기록이 무려 1분00초47로 저조했다.
1100m 구간까지만 비교하면 자신의 아시아최고기록보다 4초 가량 앞서갔던 박태환이 기록 경신에 실패한 것도 마지막에 급격한 체력저하를 보였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근지구력 강화훈련에 집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박태환이 정규코스 국제대회에서 1500m를 소화한 것은 이번 대회까지 여섯 번에 불과하다. 그나마 세계정상급 모여서 치르는 A급 대회는 2007 세계선수권대회(3월 멜버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태환은 지난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레이스 초반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다가 결선행에 실패했다. 반대로 이번에는 초반부터 선두그룹에 끼었지만 막판 힘이 달렸다.
수영의 마라톤 1500m 경기에는 왕도가 없다. 박태환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 전 3개월여의 ‘벼락 훈련’을 통해 1500m 아시아신기록을 세웠지만 세계선수권대회와 프레올림픽에서는 만족할 만한 기록을 내지 못했다.
1500m 경기는 1년 이상 꾸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박태환은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해 다음 경기에 반영하는 다부진 선수이기 때문이다.
‘2008베이징올림픽의 희망’, 박태환은 누구?
이번 2007 일본국제수영대회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하며 2008베이징올림픽 수영 2관왕의 꿈을 품게해준 박태환은 천부적인 유연성과 부력, 승부욕과 담대함을 고루 갖췄다.
박태환은 1989년 9월27일 아버지 박인호(57)씨와 어머니 유성미(51)TL의 1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천식을 앓던 7살 때 수영이 천식 치료에 좋다는 의사의 권유로 부모의 손에 이끌려 수영장에 처음 몸을 담궜다.
도성초 3학년 시절 소년체전에 처음 출전하면서 또래의 기량을 훌쩍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준 박태환은 대청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주목을 받았다.
박태환은 같은 해 11월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 2차대회 자유형 1500m에서 준우승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2006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각각 은메달을 따며 월드스타로 부상했다.
정규코스에 도전한 같은 해 8월 캐나다 범태평양대회에서는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2관왕에 올랐고 도하아시안게임 때는 자유형 200m, 400m 15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 3관왕을 차지해 아시아 수영을 제패하며 대회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올해 초 태릉선수촌을 떠나 개인훈련을 택한 박태환은 수영용품 전문 브랜드 ‘스피도’와 후원계약을 통해 코치, 훈련파트러, 웨이트트레이너, 물리치료사 등 자신만을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한편, 박태환은 지난 21일 ‘새로운 대중문화 시상식’을 표방한 케이블 음악 채널 엠넷의 ‘20’s 초이스’에서 스포츠 스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