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윤석열 탄핵 놓고 민주당 혼선…文 레임덕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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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지지 속 ‘물러서지 않는 尹’에 與 내 강경론과 신중론 양립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윤 총장 탄핵을 주장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윤 총장 탄핵을 주장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킨 이후 여권에서의 ‘윤석열 때리기’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는데, 급기야 윤 총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어 초조해진 당청의 속내를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김두관·최강욱 등 “윤석열 탄핵” 주장…오히려 ‘초강수’ 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를 무력화시켰던 법원이 대통령 재가까지 받은 법무부의 윤 총장 징계마저 효력 정지시키자 격앙된 여권에선 윤 총장 탄핵을 비롯한 강경한 반응이 나왔다.

당장 김두관 의원은 25일부터 3일 연속으로 윤 총장 탄핵을 주장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25일 “검찰은 검찰-언론-보수야당으로 이어진 강고한 기득권동맹의 선봉장”이라며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헌법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저는 국회에서 윤 총장 탄핵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윤 총장이 힘을 싣고 있는 탈원전 등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행보라 보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검찰과 법원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며 ‘윤석열 탄핵’에 앞장섰는데, 26일엔 보다 노골적으로 “대통령의 안전보장을 위해 탄핵을 추진한다고요? 맞다”고 밝힌 데 이어 27일엔 헌법 제65조 1항을 들어 “탄핵소추권은 행정부와 사법부를 통제하기 위해 국민이 뽑은 국회에 부여된 통제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을 겨냥 “법무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했음에도 비위행위자는 태연히 업무에 복귀하여 법치주의와 상식을 운운하는 것은 결코 민주공화국이 용인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스스로 저지른 위법행위는 외면한 채 수사권을 앞세워 어설픈 경거망동을 계속한다면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국민의 심판이고 국회의 탄핵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방지법을 발의하겠다’는 글을 올려 “현행법에서 이미 처분 등의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을 정지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 처분의 효력정지를 허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법원의 자의적·편의적 판단에 의해 가처분이 인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였다. 윤석열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 뿐 아니라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던 같은 당 황운하 의원도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까지의 검찰개혁이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점진적 접근방식이라서 좀 더디게 진행됐다면 지금부터의 개혁은 가히 혁명적 수준의 내용과 방식, 속도로 추진될 게 예상되고 또 그래야만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검찰청 폐지는 물론 검찰청장을 차관급 외청장으로 처우하자고 주장한 데 이어 “검찰주의자 윤석열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조직에 가장 큰 해를 끼친 인물로 기록될 듯하다. 본인이 살아남는 대신 검찰조직은 해체 수준의 개혁대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윤 총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사법부 판결을 존중한다는 반응을 내놨음에도 이처럼 강경한 목소리가 여권에서 계속 나오는 데에는 여권 내 강경 지지층을 의식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자칫 이번 사태가 문 정권 몰락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박주민 의원은 28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의원들끼리 모이는 대화방에서 탄핵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윤 총장) 탄핵을 해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이 굉장히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21~24일 전국 유권자 2008명에게 실시해 28일 공개된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부정평가는 취임 후 최고치인 59.7%로 오른 반면 긍정평가는 정권 출범 이후 최저점인 36.7%를 다시 찍었고 여당인 민주당 지지율(29.3%)도 전주보다 1.3%P 하락하며 30%선이 붕괴된 데 반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33.8%로 상승하면서 오차범위 밖 선두를 기록했다.

◆ 때릴수록 오르는 尹에 與 공수처 출범 ‘우회로’로 압박?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좌)는 헌법재판소(우)로 가면 윤 총장 탄핵안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좌)는 헌법재판소(우)로 가면 윤 총장 탄핵안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그치지 않고 동 업체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24일 전국 유권자 2041명에게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선 오히려 윤 총장이 여당 후보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모두 오차범위 밖으로 제치고 23.9%로 선두에 올라서 정권 재창출을 외쳐온 여당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는데,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감이 도리어 초강수를 꺼내든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여론 동향이 심상찮은 만큼 현실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는데, 이석현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 경우 총장 탄핵 청구는 국회 재적 과반인 151석이면 의결되니 현재 의석으로 충분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어렵다”며 “추미애 법무부장관 징계위원회에서 해임도, 면직도 아닌 정직 2개월을 내린 게 탄핵 결정에 큰 장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또 국회 절차 이후 헌재 심판절차가 신중하므로 그 사이 총장 임기 만료로 탄핵 사유가 종료될 것‘이라며 ”실속 없는 탄핵보다 검찰수사권 분리와 의식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뽑는 일이 지금 국회가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또 같은 당 허영 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은 헌재의 기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도 감정을 컨트롤해야 한다”며 “역풍의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되고 법적 명분을 철저히 쌓아야 한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 분리하고 개방적으로 검사와 판사를 임용하자”고 제안했는데, 심지어 설훈 의원조차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저로선 (윤 총장을) 탄핵하고 싶으나 역풍 맞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본다. 지금 사법부 상황으로 보면 헌재에서 통과될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윤 총장이 헌재 판결로 탄핵되려면 헌법재판관 7인 이상 출석에 3분의 2 이상(6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문 정권 출범 이후 유남석 소장을 비롯해 진보 성향 재판관으로 대거 교체돼 이제는 진보 성향 재판관(6명)이 더 많다고 하지만 윤 총장 정국 속에 여당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길 사법부에 기대하기도 어려워진 만큼 거듭된 강경책으로 윤 총장만 띄워주고 여론을 자극하기보다 공수처 출범을 통해 검찰 압박에 힘을 싣는 우회책도 제기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래선지 설 의원은 “윤 총장은 이 정국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며 “윤 총장이 복귀해 내년 7월까지 임기 채우는 동안 또 사달이 날 가능성이 뭐든지 있어 어떤 충돌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고 그때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는데, 급기야 정의당에서도 같은 날 김종철 대표가 윤 총장 탄핵 주장에 대해 “장관과 검찰 대립에 지친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주장”이라며 “여당에서도 이 주장에 호응하는 의원이 많지 않은데 조용하면서도 진중하게 검찰개혁, 사법개혁이 추진되고 민생입법에 국회가 더 힘쓰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열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6차 회의에선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통령에게 추천할 공수처장 최종 후보로 내놓고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의 항의성 퇴장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의결해 공수처 가동을 위한 단계를 밟아나갔는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인정할 수 없다. 독립적, 중립적이지 않은 공수처장 임명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지만 여당은 연초 출범을 목표로 한 타임 테이블대로 차근차근 밀어붙이고 있다.

◆ ‘윤석열 탄핵’론, 양동작전 아닌 與 분열 단초 될 수도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자당 의원들에게 돌린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 동참 호소문. ⓒ김두관 페이스북.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자당 의원들에게 돌린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 동참 호소문. ⓒ김두관 페이스북.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두관 의원은 28일 같은 당 의원들에게 윤 총장 탄핵 동참 호소문을 돌린 뒤 페이스북을 통해 “보궐선거에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 윤 총장을 그대로 두고 보선을 치르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에서 선거 치르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는 행보를 이어갔다.

윤 총장 측이 지난 27일 징계 집행정지 판결을 계기로 징계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정면으로 맞설 의지를 계속 드러낸 데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 복귀시킨 법원 결정에 불복해 내놓은 즉시항고 사건의 첫 기일이 내달 5일 열릴 예정이어서 정권에 부담이 되는 윤 총장 정국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게 불가피한 만큼 정공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되는데, 야권에선 이 같은 김 의원의 윤 총장 탄핵론에 대해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정직 2개월도 못 시키면서 탄핵은 무슨”이라는 등 냉소적 반응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이 호소문을 돌리면서 윤 총장 탄핵론에 동의하는 의원들 규합에 나선 만큼 이번 사안은 단순히 윤 총장 압박 차원을 넘어 당내 노선투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윤 총장 탄핵론이 이전 정권에서 불거졌던 ‘진박’ 논쟁처럼 정권 충성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비쳐질 경우 당원 여론을 의식한 강경파와 국민 여론을 의식한 신중파 간 내홍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 탄핵론은 친문 강경파 당원들의 지지도 얻을 수 있어 차기 대권잠룡으로선 ‘세 불리기’를 위한 대안이 될 수도 있는데, 이전 정권에서 ‘유승민 때리기’로 촉발된 내분이 결국 정권 붕괴로 이어졌듯 문 정권이 임명한 윤 총장에 대한 여당 내 탄핵론이 또 수적석천을 일으킬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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