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야권 내 대권잠룡급 인사들 중 처음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후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인지도 있는 국민의힘 인사들도 보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 당권·대권 거론하던 나경원·오세훈, 서울시장 보선 출마하나
당초 대선에 관심을 두며 서울시장 출마에는 선을 긋는 듯했던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한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지난해 12월 초 서울 모처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함게 하면서 보궐선거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는데, 같은 달 또 다른 후보군인 조은희 서초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과도 만난 데 이어 지난 2일엔 이혜훈 전 의원과도 회동하는 등 서울시장 출마 후보들과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등판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11일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을 필두로 같은 달 19일 이 전 의원, 25일엔 김 전 사무총장이, 12월엔 13일 이종구 전 의원, 28일엔 김 교수에 이어 올 1월 1일엔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하고 오는 5일엔 오신환 전 의원까지 출마 회견을 열겠다고 하는 등 많은 후보들의 공식 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각종 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넘어서는 국민의힘 후보는 아직 없다는 점에서 오 전 시장을 비롯한 대권잠룡급 인사들이 보선 출마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알각에선 오 전 시장이 이미 서울시장 보선 선거캠프도 구성해 출마선언 일자만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래선지 지난달 28일만 해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서울시장 출마만 딱 두고 고민한 것은 없다. 우리 당 전당대회,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여러 정치 일정이 있어 이 과정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폭넓게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던 나 전 의원도 4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선 향후 자신의 계획과 관련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하겠다. 먼저 다가온 일이 서울시장 선거이고 그 선거부터 많은 국민에게 사랑받도록 노력해야 되겠다”고 밝혔다.
비록 나 전 의원이 여기서도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선 “더 깊이 고심해보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사실 서울시장 선거는 미투 사건으로 시작되지 않았나? 아무래도 여성 후보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라고 강조했을 뿐 아니라 TV조선 예능인 ‘아내의 맛’ 녹화에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참여하는 등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안철수 입당 여부도 변수…지지층 겹치는 신비박 羅·吳, 누가 등판?
다만 그는 강력한 야권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의식한 듯 지난 3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안 대표가 당 안으로 들어오는 게 좋지만 들어오겠나. 당이 안 대표에 끌려가는 모습은 좋지 않아 보인다”고 밝힌 데 이어 4일 YTN 인터뷰에선 안 대표와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와 관련 “우리 당원이 포함되는 선거를 하면 불리하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아 당원을 몇 %로 하게 되면 같이 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서울시민 경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안 후보에게 당에 들어오라 요구한 것 같은데 우리 당은 당대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등 벌써부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물론 앞서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열어뒀던 안 대표가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등의 적극적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야권 단일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게 할 것인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자신에게 유리한 경선 방식 등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4일 비대위 회의 직후 “국민의힘 대표로서 국민의힘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게 내 책무”라고 맞불을 놓은 데 이어 오 전 시장이나 나 전 의원 출마 요구에 대해서도 “일단 다 출마자로 보고 우리가 정한 룰에 의한 경선을 거쳐 걸러내면 좋은 후보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 후보로서 안 대표의 인지도, 영향력 등을 무시할 수는 없었는지 그간 안 대표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 왔던 김 위원장조차 “단일화는 최종적으로 가서 우리가 목표로 구성하고 있는 것”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뒀는데, 심지어 국민의힘에선 안 대표 영입이나 외부주자와의 단일화 논의를 위해 경선 공고 시점을 늦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안 대표 합류 여부는 국민의힘 내 인지도 있는 인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안인데, 나 전 의원만 해도 지난 3일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자신의 서울시장 보선 출마 여부와 관련 “안 대표가 지난 10년 행보를 보면 과연 아름다운 결과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더 깊이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안 대표의 동향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만일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보수정당에 확실히 소속됨으로써 그로선 중도층 표심을 일부 잃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입당하지 않으면 국민의당이 당내 경선을 통해 내놓은 후보 뿐 아니라 금태섭 무소속 후보, 김대호 개혁자유연합 후보 등과도 함께 본선을 치르게 된다.
다만 당 밖 후보인 안 대표와 맞설 거물급 당내(국민의힘) 후보로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 중 누가 나올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은 상황인데, 두 사람 모두 정양석 사무총장 등을 비롯해 당내 ‘신 비박’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보니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에서 둘이 동반 출마할 경우 표심만 분열돼 오히려 안 대표에 ‘어부지리’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이 지난 3일 안 대표와 맞설 국민의힘 후보로 누가 나설지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내 경선에 앞서 자체 후보 단일화를 모색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아직 별 다른 결론은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나경원·오세훈, 인지도는 높지만 野 ‘대표 후보’로는 한계도...

문제는 ‘신 비박’으로 꼽히는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이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후보 중에선 그나마 중도층 표심까지 외연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장점이 될 수 있었지만 그보다 중도층 흡수력이 높은 안 대표가 직접 출마하다 보니 결국 안 대표의 몸집만 불려주는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강경투쟁의 선봉에 선 나 전 의원의 경우엔 유권자들마다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린단 점에서 후보로 나서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여성신문의 의뢰로 지난달 11일 서울시 거주 남녀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여성 정치인 중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가장 호감 가는 인물’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여성들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동률(21.6%)로 나 전 의원을 꼽기도 했지만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가장 호감가지 않는 인물’로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추 장관(82.4%)을 꼽았다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나 전 의원(76.6%)을 압도적으로 택했다.
반면 여성 후보군 중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대한 비호감도는 민주당 지지층(2.2%)이든 국민의힘 지지층(3.9%)이든 한 자리 수에 그쳤으며 여론조사 전문회사 조원씨앤아이가 시사저널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6~27일 서울시민 1003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도 박 장관이 여당 후보로, 안 대표가 보수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할 경우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안 대표가 42.1%를 얻어 박 장관(36.8%)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데 반해 나 전 의원이 보수야권 단일후보로 박 장관에 맞설 경우 32.9%를 얻는 데 그쳐 박 장관(37.5%)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 아니라 나 전 의원은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기소돼 지난달 21일에도 재판에 출석했을 정도로 아직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 관련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만큼 자칫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더라도 재판 결과가 향후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본인의 정치행로에 그치지 않고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의 대선계획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야권에 있어 이번 재보선은 단지 지자체장을 노리는 선거가 아니라 내후년 있을 차기 대선에 앞선 ‘정권 심판’ 성격의 선거라는 점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뿐 아니라 당선인 역시 그 어떤 문제도 없어야만 하는데,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원내대표로서 투쟁을 주도했었고, 스스로도 지난해 9월 21일 패스트트랙 관련 첫 재판에서 “모든 책임이 저한테 있고 짊어져야 할 짐이 있다면 저의 몫”이라고 밝혔던 데다 향후 재판에서 ‘국회 회의 방해죄’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만 받게 돼도 5년간 피선거권을, 징역형 이상이면 10년간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당이 꼭 이겨야 하는 선거에 내놓을 야권 후보로는 리스크가 상당하단 문제가 있다.
이밖에 원외 출신으로 패스트트랙 사태와 관계 없었던 오 전 시장은 상대적으로 그런 우려는 없다지만 무상급식 논란 당시 스스로 서울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하는 자충수를 뒀다가 9년간 서울시장을 민주당(고 박원순 전 시장)에 내줬다는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일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 일견 ‘결자해지’ 차원에서 서울시장에 재도전한다는 명분을 세울 수도 있겠지만 여권에선 벌써부터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현근택 민주당 전 부대변인이 “안 대표가 결자해지로 나오면서 오 의원이 원인제공한 사람이 되는 것 아니냐. 선수를 뺏긴 감이 있다”며 오 전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 부대변인은 나 전 의원에 대해서도 “결정적으로는 패스트트랙, 그때 원내대표여서 어찌 보면 다 주도한 사람”이라며 “여당에선 ‘당선돼도 얼마 안 가서 금방 무효 될 텐데’라고 생각하는 거다. 왜냐하면 500만원 이하 벌금이면 피선거권 자체가 없어지니까”라고 일침을 가했는데, 이런 부담에도 ‘신 비박’이 보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