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로 서울대 경제과 출신인 이종구, 이혜훈 돋보여...나경원 오세훈 금태섭은 법조인
조직 경험에는 이종구 조은희 ...독자적 업무만 해본 정치인들이 방대한 서울시 이끌지 의문
인성은 ‘서번트 리더십’ 시대에 매우 중요...보좌진 바꾸기로 악명 높은 전 의원도 많아
정치력, 안철수는 38석에서 3석 군소정당으로 전락시키고 나경원 오세훈은 신인에게 패배
오늘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리는 4월7일이라고 생각하자. 투표를 마친 서울 시민 당신에게 어떤 사람을 뽑았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서울시를 잘 이끌 사람을 뽑았지요. 집값 잡고 일자리 만들어줄 사람을 찍었어요. 서울시를 안정적으로 이끌 최적임자를 뽑았지요.”
서울 시민이 누구를 찍었든지 그건 모두 ‘정답’이다. 모든 시민에게는 투표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적임자 선택’이라는 당신의 표현은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최적임자’란 단어가 지닌 어마어마한 무게 때문이다. 단순한 인지도나 이미지만 보고 리더십 필요조건을 무시했다가는 나중에 ‘내 발등을 찍고 싶다’는 후회를 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대선과 총선에서 잘못 찍었다는 사람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소통령’으로 불린다. 광역지자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인력과 예산 규모도 크고 업무 범위도 넓다. 그런 만큼 ‘뛰어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실력도 없이 말만 앞세우고 쇼(show)로 일관하는 리더는 곤란하다. ‘서울의 잃어버린 10년’을 만들고 결국에서 성추행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 같은 인물은 안 된다는 의미다.
서울시민이 해결을 바라는 현안으로는 ‘집값 안정, 공정한 세금, 일자리 창출, 미세먼지 해결’ 등이다. 대부분 경제와 민생 문제로 서울시장 출마자들의 공약도 대부분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서울시장 출마자’에게는 어떤 리더십 조건이 필요할까. 대체로 △경제와 민생에 대한 지식 △방대한 서울시를 거느릴 조직운영 능력과 경험 △서울시 공무원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낼 훌륭한 인성(人性)△정치력 등을 필요조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당에서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의 경우 운동권 출신이며 연세대 국문학과 출신이다. 경제 지식이나 조직 경험에 높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경희대 지리학과 출신이며 언론인 출신이다. 인성 측면에서 평가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상호 의원은 과거 5.18민주화 행사에 참석한다고 광주에 갔다가 ‘새천년 NHK’라는 룸살롱에 간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박영선 장관은 국회에서 ‘싸움닭’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야당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선동 나경원 오세훈 오신환 이종구 이혜훈 전의원과 조은희 서초구청장, 금태섭 전 의원과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이 출사표를 던졌거나 출마를 저울질중이다.
경제 지식의 측면에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MBA를취득하고 경제관료를 지낸 이종구 전 의원,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UCLA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근무했던 이혜훈 전 의원이 가장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안랩을 창업했는데 경제 전반을 연구하거나 다룬 경험은 없다. 나경원 오세훈 금태섭 전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경제 지식과는 거리가 있다.
조직 운영능력과 경험 측면에서 보면 생각보다 인물이 많다. “세상을 알려면 조직의 쓴 맛을 봐야한다”는 말이 있는데, 정치권을 보면 생각보다 그런 인물이 많지 않다.
서울시장 야당 후보들도 비슷하다. 조직경험이 많은 사람으로는 재경경제부 출신인 이종구 전 의원, 언론인 출신 조은희 서초 구청장 등이 꼽히며 나머지 후보들은 판사, 연구위원 교수, 변호사 등으로 소위 ‘독자적 업무’에 특화된 경향이 강하다. 방대한 서울시 조직을 생각할 때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인성도 서울시장 요건으로 중요하게 다뤄져야한다. 오늘날 리더는 앞에서 끌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 즉 조직원을 자발적으로 뛰게 하는 ‘서번트(servant)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장 출마자들을 보면 인성 측면에서 뒷말이 많은 인사들이 즐비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한번 연을 맺었다가 끊어지면 다시는 쳐다보지 않는다’는 악평으로 유명하다. 안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 인사는 식사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 이름만 나오면 “내 앞에서 그 이름을 올리지 말라”고 역정으로 내곤 했다.
국회 보좌진들의 말 가운데 “파리 목숨이 여성의원 A와 B의 보좌진 목숨보다 길다”는 얘기가 있다. 국회의원 4년 동안 보좌진의 평균 임기가 1년도 안 된다는 것. 인사권 횡포로 악명이 자자한 그분들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오신환 전 의원도 바른정당 시절 당직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지 못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구청 내에서 잡음이 별로 들리지 않으며, 금태섭 전 의원도 별다른 악평은 없는 편이다. 이종구 전 의원의 인성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현재 운전기사와 20년 인연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정치력과 관련해서는 안철수 대표와 오세훈 나경원 전 의원이 나름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38개 의석을 확보한 당을 이끌었다가 지금은 해당 정당을 3석에 불과한 군소정당으로 전락시켜 리더십에 심각한 의심을 받고 있다.
오세훈 전 의원은 서울시장 시절 ‘무상보육 공약’에 따라 중도 사퇴한데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정치 신인인 고민정 의원에게 패해 정치력 부재의 극치를 보여줬다. 나경원 전 의원도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패했고, 지난해 총선에서도 원내대표의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신인 이수진 후보에게 밀렸다.
서울 시민 대부분이 아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대체로 ‘언론을 통과한 만들어진 이미지’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지만 경제 지식, 조직 운영 능력, 인성, 정치력 등 리더의 조건을 보려면 그들의 경력과 경험, 그리고 주변 평판을 반드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나는 최적임자를 선택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